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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무유호이(無有乎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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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07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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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작고 사람은 적어서 뛰어난 재능이 있어도 사용하지 않는다. 죽음을 무겁게 여겨 멀리 옮겨 다니지 않는다. 배와 수레가 있어도 타고 갈 곳이 없고 갑옷과 무기가 있어도 진을 칠 곳이 없다. 사람들은 복잡하게 계산하지 않고 끈으로 매듭을 지어 사용할 뿐이다. 음식을 달게 먹고 편하게 살며 풍속을 즐긴다. 나라가 서로 마주 보고 닭과 개 울음소리가 들려도 늙어 죽을 때까지 굳이 왕래하지 않는다."

2500여년 전 노자 '도덕경'의 마지막에 그려진 유토피아 이상향은 지금 같은 팬데믹(대유행)·전쟁의 시기에 더 가슴에 와 닿습니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 이상향은 없습니다. 평화롭고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마지막에 남는 것은 회한뿐입니다.

고전 '맹자'를 보면 그가 중년 시절에는 "천하를 태평하게 다스리고자 한다면 나 말고 그 누구이겠는가"라며 호기를 부리지만 마지막으로 한 말은 '무유호이'(無有乎爾),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맹자'는 "무유호이(無有乎爾), 무유호이(無有乎爾)"라는 두 번의 탄식으로 끝을 맺습니다. 성인에 버금가는 아성(亞聖)으로까지 추앙받았지만 평생 헛살았고 인류사에 아무 공헌도 못했다며 탄식합니다.

맹자만이 아닙니다. 공자도 변란의 시대를 구하고 태평성대를 이루기 위해 애썼지만 이미 자신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고는 탄식합니다. '논어'에는 "봉황새도 날아오지 않고 황하에서는 하도(河圖)도 나오지 않으니 이제 나도 끝났다"며 한탄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획린절필'(獲麟絶筆), 기린이 잡혀 죽자 글 쓰는 것을 중단했다는 뜻입니다. 공자가 죽기 2년 전 일입니다. 당시 노나라 권력자의 수레를 모는 사람이 사냥을 나갔다가 괴이한 짐승 한 마리를 잡아 죽이고는 무슨 짐승인지 몰라 공자에게 묻습니다. 바로 기린이었습니다. 태평 시대에 나타나는 상서로운 동물인 기린이 죽었으니 공자는 장차 세상이 어지러워지고 자신의 운명이 기린과 마찬가지로 곧 끝날 것을 알아차립니다. 공자는 역사서 '춘추' 집필을 중단합니다. '춘추'의 마지막은 '획린'으로 끝납니다.

"일체의 유위법은 꿈이나 환상 물거품이나 그림자와 같고, 이슬과도 같고, 번개와도 같으니 마땅히 그렇게 보아야 한다." 불교 경전 '금강경'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을 맺습니다. 마음속 번뇌, 집착, 분별을 부수고 깨달음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디에도 기대거나 집착하지 말라는 의미지만 삶은 마지막 순간에 돌이켜 보면 모든 게 물거품이고 그림자고 이슬입니다.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선구이자 시장을 이끌어온 김정주 넥슨 창업주가 54세의 나이에 황망하게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이틀 뒤면 새 대통령이 선임되고 두 달 뒤엔 현 대통령도 물러납니다. 총리, 장·차관, 공기업 CEO(최고경영자) 등도 줄줄이 자리를 내려놓습니다. 기업에서도 3월 주총을 마치면 많은 CEO가 회사를 떠날 것입니다. 옛 성현들의 깨달음처럼 인생은 늘 유토피아를 꿈꾸며 시작하지만 마지막은 무유호이, 획린, 물거품, 그림자, 이슬로 끝을 맺습니다. 고 김정주 창업주의 명복을 빕니다. 그가 다음 생에는 외롭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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