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때문에"…내 과자·라면값 하반기 또 오를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곡물 가격이 치솟고 있다. 소맥(밀) 가격은 약 2주 새 17% 뛰었다. 1년 전보다는 67% 올랐다. 이에 지난해부터 이어진 국내 식료품 물가 인상 행렬이 올 하반기에도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먹거리 등 물가 안정이 오는 5월 출범할 윤석열 정부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11일 블룸버그,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지난 10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BT) 기준 국제 소맥 가격은 1부셀(27.22㎏)당 1087센트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달 24일 926센트 대비 17% 상승했다. 1년 전 522센트와 비교하면 67% 뛴 가격이다.


세계 소맥 수출량의 19.3%와 8.3%를 차지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곡물 공급에 차질이 빚어진 때문이다. 전 세계 소맥 생산량 중에서 러시아가 11.0%, 우크라이나가 3.3%를 각각 담당한다.

다른 곡물 가격도 동반 상승했다. 10일 옥수수 1부셀당 가격은 765센트, 대두는 1686센트로 1년 전 대비 각각 38%, 18% 올랐다. 옥수수 등이 소맥 대체품이 될 수 있어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세계 옥수수 수출량의 13.2%, 2.2%를 각각 맡고 있는 점도 가격 상승 이유다.

원유를 생산하는 러시아를 상대로 한 국제사회의 제재로 유가도 오르며 물류비 부담도 커지게 됐다. 10일 미국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07.53달러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일인 지난달 24일 92.81달러 대비 16% 높게 거래됐다.

서울시에 위치한 한 마트 스낵코너에 농심 새우깡 등 스낵 제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 뉴스1

지난해와 올해 가격이 오른 국내 라면, 과자, 빵 등 국내 식료품 가격이 올 하반기 또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으로 국제 곡물가격과 유가도 강하게 상승하며 음식료 업체들의 포장재 단가와 물류비에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다"면서 "현재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주요 음식료 업체들은 하반기 재차 가격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짚었다.


앞서 지난해 8~9월 농심 (391,000원 ▼3,000 -0.76%), 오뚜기 (409,000원 ▼2,000 -0.49%), 팔도 등이 라면 가격을 인상했다. 오뚜기는 7개월 만인 지난달 컵라면 '컵누들' 출고가를 7.7% 또 올려받았다. 과자 가격도 줄줄이 올랐다. 지난해 8~9월 해태제과식품 (5,340원 ▲30 +0.56%)과 롯데제과 (129,000원 ▼3,000 -2.27%)가 10% 이상 과자 가격을 상향했고 농심은 이달 '새우깡' 등 스낵 가격을 평균 6% 높였다. 빙그레 (70,200원 ▲2,000 +2.93%)는 과자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차기 정부가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인 지난해 11월 물가 인상을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는 서민에게 중요한 식료품이나 생활물가 상승에 대해서도 미리 대비하지 못하고 가격이 오른 후에서야 황급히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