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우크라 침공 안풀리자…"해외첩보 수장 가택연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주일을 넘긴 가운데 러시아 정보기관 고위직이 가택연금 조치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 조기 승리를 예상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내린 조치로 해석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지난달 21일 국가안보회의 때 모습. /사진=TV 영상 갈무리

11일(이하 각 현지시간) 러시아 아젠투라(Agentura)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해외첩보 부문 수장인 세르게이 베세다 제5국 국장과 아나톨리 볼류흐 부국장이 가택연금 조치를 받았다고 전했다. 안드레이 솔다토프가 설립한 이 매체는 러시아 정보기관을 추적하고 있다.


망명 중인 러시아 인권운동가 블라디미르 오세킨 역시 12일 영국 더 타임스 일요일판에서 이를 확인하며, 가택연금의 공식 이유는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된) 공금 유용"이지만 실제로는 '불완전한 정보에 대한 징계'라고 평가했다. 그는 FSB 요원들이 언론인과 접촉한 것으로 의심되는 20개 이상의 집을 수색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이 해외첩보 담당을 가택연금 시킨 것은 우크라이나 침공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부실한 정보를 토대로 섣불리 전쟁을 일으켰다는 뜻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전 미국 국방정보국 요원 레베카 코플러는 뉴욕포스트에서 "푸틴이 정보 부실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미국 정책연구소 윌슨센터의 연구원이기도 했던 러시아 독립언론인 카밀 갈리프는 12일 자신의 트위터에 "베세다 국장이 (우크라이나 내) 친러시아 정서에 대해 과장했고, 침공을 고려하는 푸틴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설명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최근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모습을 봐도 알 수 있다.

침공을 며칠 앞둔 지난달 21일 TV로도 중계된 국가안보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은 대외정보국(FIS) 세르게이 나리슈킨 국장에게 우크라이나 동부 분쟁지역(돈바스) 독립을 승인하는 데 대해 지지하는지 물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지난달 21일 국가안보회의 때 모습. 작은 사진은 세르게이 나리슈킨 대외정보국 국장. /사진=TV 영상 갈무리

당시 나리슈킨 국장은 곧바로 답을 못한 채 말을 더듬거렸고, 이에 푸틴 대통령은 강하게 질책하며 면박을 줬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나리슈킨 국장은 이후 "(돈바스 지역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이 러시아의 일부가 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고, 푸틴은 이것은 논의 주제가 아니라 인식하느냐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이 얼마나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이런 힘의 불균형이 전 세계의 예상을 깬 전쟁 강행으로 이어졌음을 짐작하게 한다. 러시아 독립매체 메두자(Meduza)는 가택연금 관련 기사에서 FSB 제5국이 푸틴 대통령을 화나게 하지 않기 위해 듣고 싶어하는 것 위주로 보고했다고 썼다.

한편 러시아는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했다. 보름이 넘은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저항은 당초 예상보다 강하고,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으로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다. 전쟁을 벌이는 양국 사이 그리고 제 3국을 통한 협상도 진행 중이지만 러시아의 공격 자체는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