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떨어지면 끝"…尹당선인 '공공 슬림화' 구상에 떠는 공시생들

지방공무원 임용 필기시험이 실시된 지난해 10월 16일 오전 수험생들이 서울 성동구 무학여자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에서 시험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사진=뉴스1

#내년 합격을 목표로 9급 사회복지직 공무원 시험을 9개월째 준비 중인 중증장애인 양모씨(28)는 최근 불안감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함께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들에게서 당장 내년부터 공무원 채용 규모가 대폭 줄어들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다. 양씨는 "장애인에게 안정적인 직업이 공무원밖에 없어서 이 길을 택한 건데 인력 축소 소식이 들리니 시험을 포기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가 진짜 막차"...尹 당선에 떠는 공시생들후보 시절 '작은 정부' 공약을 내세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후 공무원 준비생(공시생) 사이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향후 5년간 공무원 감축 기조가 이어질 거라는 전망되기 때문이다.


회원수가 80만명에 이르는 대형 공시생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수험생 A씨는 "올해가 공무원을 가장 많이 뽑는 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는 의견이 나와서 불안하다"며 "소방공무원 예산은 콕 집어서 매년 50억원 증액한다고 했으니 소방 쪽 사정은 그나마 나을 것 같다. 지금이라도 얼른 소방으로 돌려야 하나 고민"이라고 했다.

회원수 91만명의 또다른 공시생 커뮤니티에선 수험생 B씨가 "올해가 공무원 시험 막차라는 얘기에도 지금까진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고 나니 갑자기 확 실감이 난다"며 "선발 인원이 얼마나 줄어들지 걱정이기도 하고 올해 탈락하면 정말 힘들 것 같단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전문가 "공무원 감축 자연스러운 수순...청년·노조 반발 등 난항도 예상"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내일, 대한민국이 승리합니다' 유세를 갖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뉴스1

선거 과정과 당선 이후에 윤 당선인이 공무원 채용 규모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공공부문 슬림화' 기조를 분명히 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 1월 정부의 국정 운영 구상을 밝히는 토론회 자리에서 "기능 중심의 슬림한 청와대로 개편하겠다", "방역·복지·의료·예산 등 모든 행정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화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역대 정부를 봤을 때도 보수 정권은 공무원 채용에 인색한 편이다. 박근혜 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전임 정부에 비해 각각 공무원 수를 4만1504명(4.19%)·1만2116명(1.24%) 늘렸다.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증가한 공무원 11만172명(10.7% 증가)와 비교하면 극히 적은 숫자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앞으로 들어설 정부는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문 정부의 '큰 정부' 정책을 손보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공시생들의 전망대로 공공기관 구조조정이나 공무원 정원 축소 가능성이 실재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공무원 인원 감축은 청년 일자리 문제와 직결되고 노조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여러 난항이 예상된다"며 "정책이 현실화될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알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최근 들어 9급 공무원 경쟁률이 100:1에서 30:1로 급감하기도 하는 등 전반적인 경쟁이 완화되는 추세를 볼 때 공시생들의 우려가 기우에 그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태윤 한양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문 정부 임기 동안 공공 인력 규모가 갑작스레 늘어났기 때문에 윤 당선인이 취임 후 정부 슬림화에 나서는 건 당연해 보인다"면서도 "문 정부 초기와 달리 적은 월급·높은 스트레스 등을 이유로 공무원을 더 이상 매력적으로 인식하지 않는 청년들이 늘고 있어 공시생들의 불안도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