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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봉지 녹였더니 기름이 쭉쭉…현실이 된 '현대판 연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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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전=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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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2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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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오염의 종결자 'K-순환경제'(1회): 비닐봉지의 재발견①

[편집자주] 대한민국에선 매일 50만톤의 쓰레기가 쏟아진다. 국민 한 명이 1년 간 버리는 페트병만 100개에 달한다. 이런 걸 새로 만들 때마다 굴뚝은 탄소를 뿜어낸다. 폐기물 재활용 없이 '탄소중립'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오염 없는 세상, 저탄소의 미래를 향한 'K-순환경제'의 길을 찾아본다.
대전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 연구동에서 한 연구원이 폐플라스틱을 열분해하고 후처리 해 정제유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사진=이기범 기자
대전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 연구동에서 한 연구원이 폐플라스틱을 열분해하고 후처리 해 정제유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사진=이기범 기자
지난 18일 방문한 대전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 행정동의 뒷 편에 자리한 S10 건물. 주변엔 안전모를 착용한 인부들이 분주히 오갔다. 이 건물에선 내부 리모델링을 마친 후 가림막을 가린 채 장치와 배관 설치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르면 다음달 중 가동을 시작할 '열분해유 후처리' 파일럿(시험) 공장 준공 현장이다.

열분해유는 매립·소각될 수밖에 없는 비닐봉지 등 폐플라스틱을 300~800도(℃) 고온으로 녹여 만든 재활용 원유다. 여기에 후처리 과정을 통하면 불순물이 저감되고 끓는점에 따라 다시 다양한 정제유로 활용될 수 있다. 묻거나 소각할 수밖에 없는 운명의 폐플라스틱을 다시 정제유로 되돌리는 '현대판 연금술'이 현실이 되는 과정이다. 후처리까지 포함한 재생 과정은 국내에서 처음 이뤄지는 시도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지오센트릭은 지난해 9월, 폐플라스틱을 고열로 분해해 만든 '열분해유'를 SK이노베이션 울산컴플렉스(CLX·단지) 정유·화학 공정에 원료로 국내 최초 투입했다고 밝히며 이 연금술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일반 원유와 함께 희석해 투입한 것이지만 최종 제품 성상이나 설비 등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

SK이노베이션은 '화학에 대해 가장 잘 아는 만큼 화학 산업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각종 재활용 사업을 추진중이다. 이 '그린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끌고 지원하며 점검하는 핵심기지가 바로 환경과학기술원이다.

버려진 플라스틱으로 다시 원유(열분해유)로 만들어 석유화학제품 원료로 쓰게 되면 말그대로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원유 수입을 일정 부분 대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환경 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서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총 9억6014만7000배럴, 금액으로 환산시 672억9000만달러(83조2000억원) 어치의 원유를 수입했다. 이는 우리나라 총 수입액 중 약 10.9%다. 폐플라스틱을 열분해유로 전환시 탄소배출 감축을 인정받는다면 경제적 가치는 더 높아진다. SK지오센트릭은 최근 환경부 배출량 인증위원회로부터 열분해 사업의 탄소저감 효과를 인증받았다.

그러나 이 선순환 구조를 기술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우선 폐플라스틱에서 열분해유를 추출하는 수율이 국내에서 높다고 하는 곳도 60% 수준이다. 열분해유를 추출해낼 때 오염물을 걸러내는 것과 대기오염 물질이나 폭발 위험이 있는 물질 등을 최대한 줄이는 것도 관건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지난 2021년 기준 11개 기업이 총 4100톤의 열분해유를 생산한 것으로 집계됐다. 투입된 폐플라스틱 양은 1만여 톤이다.

이 열분해유를 가져다 곧바로 플라스틱 원료로 쓰기도 어렵다. 기존 정제유 대비 염소, 황, 질소 등 고농도 불순물이 많아 대기오염 물질이 나오거나 설비 부식을 일으킬 수 있어서다. 불순물을 낮추는 게 열분해유 활용의 관건인데 불순물을 낮추는 기술, 즉 후처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곳이 바로 SK환경과학기술원이다.

SK환경과학기술원은 수소 첨가 반응 기술을 통해 열분해유를 후처리한다. 수소와 반응시키고 촉매를 첨가해 불순물을 염화수소, 황화수소, 암모니아 등 기체화해 분리해내는 원리다.

폐비닐을 재활용해 열분해 정제유로 재탄생되는 과정의 제품들/사진=이기범 기자
폐비닐을 재활용해 열분해 정제유로 재탄생되는 과정의 제품들/사진=이기범 기자

짙은 갈색의 열분해유는 기껏해야 산업용 보일러나 농가용 보일러 연료유로밖에 쓰지 못하지만 후처리 기술을 통하면 비점에 따라 석유화학 제품 원료가 되는 나프타, 항공유, 디젤유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제유를 얻을 수 있다. SK환경과학기술원의 열분해유 후처리를 통한 열분해 정제유는 수율은 95~100%다.

이날 기술원 연구동 내 고온고압촉매실험실에서는 열분해유를 대상으로 다양한 온도, 압력, 촉매를 가한 뒤 나타나는 변화들이 집중 모니터링되고 있었다. 어떤 환경에서 가장 이상적으로 불순물 농도가 낮아지는지, 원유 정제유에 가장 가까운 성질이 얼마나 발현되는지 등을 알아보는 과정이다. 조성이나 불순물 함량 차이가 제각각인 열분해유를 처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최적화된 온도, 압력, 촉매를 찾아는 게 경쟁력이 된다.

SK는 다양한 후처리 기술을 연구해 최대한 다양한 용처의 열분해 정제유를 얻고자 한다. 그 바탕에는 이미 수 십 년간 수 많은 원유를 정제하고 연구해 온 노하우가 축적돼 있다.

SK환경과학기술원의 후처리 기술이 상용화되면 열분해유의 활용처가 대폭 늘어날 수 있다. 경제성도 그만큼 더욱 높아질 것이란 기대다.

열분해유를 바라보는 SK환경과학기술원의 시야는 훨씬 더 넓고 장기적이다. 현재는 폐비닐을 위주로 재활용하고 있지만 폐비닐 외 나일론, 기타 플라스틱류 등 전반을 활용할 방법도 연구중이다. 환경부는 열분해유를 만들기 위해 활용하는 폐플라스틱 양을 2030년까지 90만톤 수준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박민규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 PL(프로젝트리더)은 "지금은 '피드전쟁'이란 말이 나올 만큼 열분해유를 만들기 위한 쓰레기 자원을 대량으로 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대량의 열분해유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면 경제성도 더 높아질 것이고 이를 위해 다양한 폐기물 자원을 쓸 수 있도록 그 성질에 대해 계속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SK환경과학기술원 내 후처리 파일럿 공장은 연간 100톤의 열분해유를 처리하는 것이 목표다. 여기서 습득한 상용화 기술과 데이터를 토대로 울산에 짓게 될 공장의 열분해유 후처리 1차 목표는 연간 15만톤이다. 기술원 측이 예상하는 열분해유 회수율 70%를 가정하면, 이를 위해 필요한 폐플라스틱 양은 약 21만톤으로 예상된다. 약 110만 배럴의 원유를 이 폐플라스틱으로 대체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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