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40원→950원 '털썩'…원자재 폭등에 곱버스ETN '조기 청산'

천연가스 가격 폭등으로 천연가스 '곱버스' ETN(상장지수증권)이 상장폐지 위기에 직면했다. 2020년 ETN 상품의 조기청산 사유 발생 요건이 개정된 후 첫 조기청산 사례가 됐다.

지난 4일 삼성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 B는 전 거래일 대비 75원(7.32%) 하락한 9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 ETN은 천연가스 선물 가격에 거꾸로 2배를 베팅하는 '곱버스' 상품인데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면서 지표가치가 1000원 밑으로 떨어졌다. 이에 '장 종료 시점 실시간지표가치(IIV)가 1000원 미만인 경우 조기청산 사유가 발생한다'는 요건에 따라 같은날 오후 3시55분부터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지표가치란 ETN 1증권당 실질가치로 투자자가 만기 보유시까지 발행사로부터 상환받을 금액이다. 상환가격은 6일 지표가치로 정해지고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청산금액은 상환가격 결정일로부터 5영업일 이내에 지급된다. 상장폐지 절차도 오는 9일부터 진행된다.


삼성 천연가스 '곱버스'…1000원 미만 조기청산 첫 사례조기청산 요건은 2020년 국제유가 급락으로 원유선물 레버리지 ETN의 괴리율이 1000% 가까이 치솟는 사태 이후 만들어졌다. 당시 국제유가가 급락해 원유선물 레버리지 ETN 지표가치도 떨어졌다. ETN 지표가치가 종가 기준 0원을 기록하지 않아 상장폐지를 면했으나 거래소가 이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같은해 7월 규정 개정을 통해 조기청산 요건을 만들었다.

장 종료 시점 IIV 1000원 미만인 경우 외 장 종료 시점 IIV가 전일 대비 80% 이상 하락한 경우, 장 종료 시점 IIV 기준 괴리율이 100% 이상인 경우, 기타 투자자 보호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도 조기청산 사유에 해당된다. 지표가치가 급락해 더 큰 손실이 나는 걸 방지할 수 있는 장치인데 삼성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 B 외 다른 원자재 선물 가격 추종 ETN들도 해당 요건을 적용해왔다.


이 요건은 2020년 9월 삼성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 B에 최초로 적용됐다. 하지만 천연가스 선물 가격 폭등으로 조기청산 요건이 적용되면서 첫 상장폐지 상품이 됐다. 해당 상품을 관리하는 삼성증권은 최근까지도 조기청산 사유가 발생하면 조기상환, 상장폐지가 진행된다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안내했다.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러시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사진=뉴스1

니켈·천연가스…원자재 곱버스 ETN '주의'올해 초에도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곱버스 ETN이 상장폐지된 적이 있었다. 지난 3월 니켈 선물 가격이 하루아침 사이에 67% 가까이 폭등해 지표가치가 0원이 됐고 니켈 곱버스 상품인 대신 인버스 2X 니켈선물 ETN(H) 상품이 거래정지·상장폐지됐다. 투자자들의 원금 회복도 불가능했다.

그간 삼성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 B는 천연가스 선물 가격이 계속해서 뛰자 반대로 2배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올해 초(1월3일) 8340원을 기록했던 지수값이 약 88% 가까이 하락했다.

거래소는 삼성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 B에 대한 매매거래를 정지하고 상장폐지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기준 삼성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 B의 시가총액은 332억원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장 마감 시 IIV가 1000원 미만이면 조기청산 요건에 해당된다"며 "투자자들의 손실 보호를 위해 거래정지를 먼저 진행한 후 상장폐지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H) (175원 ▲25 +16.67%), TRUE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H) 등도 삼성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 B와 같은 천연가스 곱버스 상품이다. 해당 상품들엔 조기청산 요건이 없지만 천연가스 선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