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살인 기업'…범죄도시2 '실화'는 더 참혹했다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안양 환전소 여직원 살해 후 필리핀으로 도주해 납치, 살인 범죄를 저지른 최세용. 2017년 '무기징역'이 확정됐다./사진=뉴스1

안양 환전소 살인사건 및 필리핀 연쇄 납치사건 피의자 김성곤이 한-필리핀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2015년 5월 1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되고 있다./사진=뉴시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실제 일어났던 사건들입니다. 여러 사건을 조합해서 만든 겁니다."

영화 '범죄도시2'에서 마석도 형사 역을 맡은 배우 마동석은, 지난달 11일 오후 영화 시사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범죄도시2는 베트남에서 한국인 관광객만을 노려 살해하는, 강해상(배우 손석구 분) 등 범죄 조직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중 범죄도시2의 '실화'라고 할만한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했었다. 범죄가 일어난 국가가 '필리핀'인 것만 달랐으며, 실제 범죄는 더 참혹했다.

국내서 살인 후 필리핀 도주, 한국인 관광객 납치 후 '살해'

범죄도시2에서 한국인을 납치, 살해하는 강해상 역할을 맡은 배우 손석구./사진=범죄도시2 포스터

최세용과 김성곤, 김종석 등 일당은 2007년 경기도 안양 환전소에서 여직원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이들은 1억 8500만원을 빼앗아 필리핀 등 해외로 도주했다. 이후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필리핀에서 한국인 관광객 10여명을 납치하고, 5명을 살해했다. 경찰 수사 결과, 살인이 5건, 납치 강도는 16건, 피해 액수는 6억 5000여만원이었다.

'필리핀 살인기업'이라 불린 이들 일당은, 여행 온 한국인 관광객을 친절하게 차량에 태운 뒤 구타 후 금품을 갈취했다. 한국인이 타겟으로 삼기 쉽고, 큰 돈을 받아낼 수 있어 노린 거였다.

2011년엔 필리핀 마닐라로 홀로 여행을 떠난 홍모씨를 납치했다. 김종석은 홍모씨의 모친에게 전화했다. 아들의 행방을 묻는 어머니에게 "미안하지만 죽었습니다. 1000만원 달러로 준비해서 뼈라도 찾아가세요"라고 했다.

하지만 홍모씨는 2014년 11월 주검이 돼 돌아왔다. 최세용의 현지 은신처였던 필리핀 마닐라 외곽의 주택 바닥에서는, 홍씨 외에 김모씨의 유골도 발견됐다.

김성곤, 최세용 '무기징역'…김종석 '극단적 선택'

안양 환전소 여직원 살해 후 필리핀으로 도주해 납치, 살인 범죄를 저지른 최세용. 2017년 '무기징역'이 확정됐다./사진=뉴스1

김성곤은 2011년 12월, 필리핀에서 검거된 뒤 탈옥에 성공해서 도망다녔다. 이후 현지 경찰에 다시 붙잡혔다.

법무부는 2015년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김씨를 데려와 재판을 받게 했다. 2017년 9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최종 확정됐다. 2022년 5월까지 임시 인도가 연장된 상태여서, 다시 필리핀에 돌아간단 소식에 이에 반발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등도 올라왔었다. 하지만 재송환 일정이 무기한 연기돼 한국에서 처벌 받을 수 있게 됐다.

최세용 역시 사문서 위조 등으로 태국에 수감돼 있다가 국내 송환됐다. 최세용도 2017년 '무기징역'이 확정됐으며, 태국 정부가 완전히 인도하는 걸 허가했다.

공범인 김종석은 2012년 필리핀 현지에서 한국 경찰과의 합동 작전으로 검거됐다. 하지만 검거 후 필리핀 경찰서 유치장에서 유서를 남긴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