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채소값 뛰는데 총파업까지…"물가 6% 갈수도"

7일 오후 서울의 한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하이트진로의 소주 '참이슬' 등 발주된 주류들이 쌓여 있다. 편의점 미니스톱과 세븐일레븐이 국내 소주 업계 1위 하이트진로의 소주 ‘참이슬’과 ‘진로’의 발주를 제한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주 파업으로 제품 출고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4일부터 점포당 참이슬과 진로 제품 각 1박스만 발주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고 있다. /사진=뉴스1

올해 누적 강수량이 평년의 절반이 채 안되는 기록적인 가뭄이 이어지며 물가상승률 6%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농산물 작황이 악화되면 채소와 과일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화물연대 총파업까지 겹치면서 6월 물가상승 압력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7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올해 노지 봄감자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10.2% 감소한 35만4000톤(t)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배추(-14.3%)와 무(-23.8%)도 두자릿수대 생산량 감소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기록적인 가뭄이 이어지면서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농수산물 작황부진으로 최근 5%선을 돌파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여름에는 더 치솟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가뭄 등 기후 요인에 여름 휴가철 수요까지 몰리면 하절기(6~8월) 물가가 6%를 넘어설 것이란 우려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2일부터 이달 1일까지 한달간 전국 평균 누적 강수량은 5.8㎜로 평년 104.2㎜의 5.6% 수준이다. 올 초부터 6월3일까지 누적 강수량은 160.7㎜로 평년(327㎜)의 50%에 못 미친다. 겨울 가뭄이 해소되지 못하고 여름까지 이어진 것이다.

가뭄으로 채소 등 농산물 생산량이 줄어들면 밥상물가가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로 이미 농축수산물 물가 오름세에 불이 붙은 상황에 기름을 끼얹는 셈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감자 가격은 전년 동월대비 32.1% 올랐다. 포도(27.0%)와 배추(24.0%) 등도 2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4%, 이 가운데 농축수산물이 포함된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가 기여한 정도는 0.96%포인트(p)다. 전체 물가상승분 중 약 5분의 1이 식품 때문에 올랐다는 얘기다.

생산량 감소 외에도 비료가격같은 농산물 생산비용이 올라가는 것 또한 물가상승 요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오르면서 각국이 경쟁적으로 비료를 수입하며 가격이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20㎏ 당 요소비료 가격은 지난해 평균 9250원에서 올해 2분기 2만8900원으로 212% 올랐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5% 물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데, 농산물·국제유가 등 상승세에 여름철에 수요가 크게 확대되는 부분까지 고려하면 물가가 하반기에 6% 선을 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전반적인 물가상승은 유동성이 결정하지만 가뭄으로 농산물 작황이 악화되면 당연히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며 "농축수산물 관련 세금을 낮추거나, 지원금을 활용해 실제 가격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나서면서 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 물류대란으로 운송비용이 오르면 농축수산물을 포함한 전반적인 제품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화물연대는 올해 말 일몰되는 안전운임제 시행기간을 연장하고 적용대상도 확대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운송 종사자의 근로여건 개선을 위해 화물차주와 운수사업자가 지급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하는 제도다. 최저임금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제도로 화물운송 종사자의 과로와 과적, 과속을 막는다는 장점이 있으나 물류비용 자체는 올라가게 된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화물연대의 파업 장기화시 운송 품목의 공급차질이 빚어져 물가상승 압력이 생길 수 있다"며 "최근 농산물 작황여건 악화는 채소 등 가격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아니라 외식가격 등까지 밀어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