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볼리 이후 쌍용차 첫 흥행 '토레스'…"신차 효과 이후가 관건"

토레스. /사진제공=쌍용자동차.

쌍용자동차의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토레스'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이 흥행이 쌍용차의 경영정상화로 이어지려면 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17일 쌍용차에 따르면 토레스의 지난 13일 첫날 계약 대수는 1만2383대를 기록했다. 쌍용차가 출시한 신차 사전계약 물량 중 역대 최고 기록으로, 기존 사전계약 첫날 최고 실적은 2005년 10월 출시한 액티언의 3013대였다.


2016년 9년 만의 흑자 전환을 이끈 소형 SUV 티볼리의 경우 사전계약 대수는 3주간 4200대 수준이었다. 쌍용차는 토레스의 흥행을 기반으로 경영정상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적자의 늪에 빠진 쌍용차 입장에서는 단비같은 소식이지만 업계에서는 쌍용차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쌍용차는 수차례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티볼리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흥행카드를 만들어내지 못했고, 티볼리의 성공을 기회로 삼지도 못했다.

티볼리는 2015년 출시 당시 국내 소형 SUV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돌풍을 일으켰다. 쌍용차는 티볼리의 흥행에 힘입어 같은해 4분기에는 8분기만에 흑자전환했고, 이듬해인 2016년에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티볼리의 성공을 본 경쟁사들이 소형 SUV 차종을 연달아 출시하면서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쌍용차는 티볼리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출시했지만 이미 소형 SUV 시장에 자리를 잡은 경쟁사 차종에 우위를 점하지 못하면서 밀려났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등에 따르면 올해 1~5월 소형 SUV 시장에서는 기아 셀토스가 1만8502대 팔리면서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1만1816대를 기록한 기아 코나로, 티볼리는 5097대 판매되며 3위에 그쳤다. 현대자동차의 베뉴(3980대)·코나(3822대)도 파이를 가져가면서 설 자리가 좁아졌다.

티볼리 이후 출시한 차종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티볼리 외관 디자인을 대거 착용한 4세대 코란도의 경우 2019년 출시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경쟁모델인 투싼·스포티지에 비해 동력 성능 등에서 이렇다 할 이점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밀려났다.

지난해에는 8543대를 판매하는데 그쳤으며, 올해 1~5월에는 누적 3487대를 판매했다. 투싼은 5월 한 달에만 3639대가 팔렸으며, 스포티지도 4585대가 팔리는 등 격차는 좁히기 어려운 수준으로 벌어진 상황이다. 코란도 4세대를 비롯한 전 차종이 경쟁에서 밀려나면서 쌍용차는 지난 1분기 2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토레스가 당장은 경쟁차종인 쏘렌토나 싼타페보다 저렴한 가격과 신차 효과로 흥행을 보고 있지만, 기존 실패사례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토레스가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워 신차 효과를 보고 있지만 (흥행이) 지속돼야한다"며 "신차 효과는 6개월 정도만 유지되고 오래 못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내 시장 수요가 예전만 못하기에 수출이 얼마나 뒷받침이 되는지가 관건"이라며 "한편으로는 해외 시장도 고물가·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신차 효과를 못볼 수도 있어 당장은 국내에 집중하고 해외 출시를 미루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