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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지킨 강인한 세 여성, '퍼스트 레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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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명화(칼럼니스트) ize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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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2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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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로라하는 명배우들이 연기한 미 대통령 영부인들의 명암

'퍼스트 레이디' 베티 포드 역을 연기한 미셸 파이퍼, 사진제공=왓챠
'퍼스트 레이디' 베티 포드 역을 연기한 미셸 파이퍼, 사진제공=왓챠
"퍼스트 레이디라니. 누가 지었는지 모르지만, 그냥 순서대로 막 갖다붙인 이름같지 않아요?"


퍼스트 레이디. 아직까지도 여성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한 미국 역사상, 퍼스트레이디는 미국에서 살아가는 여성이 올라갈 수 있는 가장 존엄한 위치다. 이 무겁고도 화려한 왕관에 대해 극중 누군가는 남자들이 '첫번째 부인에게 막 갖다붙인 이름'같다고 투덜거린다. 대통령의 아내이자 그를 보필하는 그림자, 그리고 정치적 동반자이자 러닝메이트로 퍼스트레이디는 대통령과 함께 역사의 한 축에 필연적으로 이름을 남기는 존재다.


왓챠를 통해 공개된 미드 '퍼스트 레이디'는 쟁쟁한 캐스트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카데미상 수상자인 비올라 데이비스가 미셸 오바마로, 골든글로브 수상자 미셸 파이퍼가 베티 포드로, 그리고 에미상 수상자인 질리언 앤더슨이 엘리너 루스벨트로 분해 실존 인물과의 높은 싱크로율을 선보인다. 여기에 아론 애크하트, 다코타 패닝, 키퍼 서덜랜드, 크리스틴 프로세스, 클레어 듀발, 엘렌 버스틴 등 신구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눈을 호사롭게 해준다.


영화 '인 어 베러 월드'와 '버드 박스'를 연출한 수잔 비에르 감독이 만든 '퍼스트 레이디'는 미국 역사에서 존재감을 뚜렷하게 각인시킨 세 명의 영부인을 그린 실화 드라마다. 제32대 엘리너 루스벨트, 제38대 베티 포드, 44대 영부인 미셸 오바마 등 격동의 세월을 관통한 세 여성의 삶과 사랑, 시대적 이야기를 담았다.


여기 등장하는 세 명의 여자들은 남편의 그늘에서 꽃으로 살기를 온몸으로 거부한 인물들이다. 대통령이었던 남편보다 오히려 더 스마트하고 진취적이며 용감했던 이 여성들은 그들의 남편들을 더 빛나는 대통령으로 남게 했다. 또한 그들이 영부인으로 살았던 시절을 미국 헌정사상 혁명적인 시절로 기록되게 했다.


엘리너 루스벨트를 연기한 질리언 앤더슨, 사진제공=왓챠
엘리너 루스벨트를 연기한 질리언 앤더슨, 사진제공=왓챠


총 10화로 구성된 '퍼스트 레이디'는 원치 않았음에도 어느 순간 영부인의 자리에 올라야 했던 세 명의 미국 영부인의 삶을 시대를 오가며 차분하게 고증하고 있다. 1933년, 1974년, 2008년 등 그녀들이 살았던 격동의 시대는 완벽한 미장센과 자료 영상,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사실감을 더해주며, 올해 에미상 기술상 부문 3개 부문에 오르며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먼저 가장 앞선 시대를 살았던 엘리너 루스벨트(질리언 앤더슨)는 평생 자신을 괴롭힌 외모 컴플렉스를 사회적 공헌과 미국 국민을 위한 헌신으로 산화시킨 인물이다. 미국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영부인으로 꼽히는 그녀는 대통령인 백부를 둔 정치 명문가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어렵게 자라다 5촌인, 같은 성을 가진 루즈벨트와 결혼을 하게 된다. 일 중독자에 영민했던 그녀는 6명의 자녀를 두었지만, 당시 여성들과 다소곳하게 내조에 힘쓰기보다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끊임없이 주체적인 사회적 위치를 찾아가려 노력했다. 역대 미국 대통령 최초로 4선에 성공한 루즈벨트의 영원한 정치적 동반자이자 인권 운동가, 사회운동가로 존경받았지만 남편의 외도와 여기자와의 동성 스캔들, 당대 사회에서 여성이 겪어야했던 제약과 차별 등 결핍도 그려냈다. 우리에게 'X파일'로 익숙한 질리안 앤더슨은 뻐드렁니 분장을 하고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렸던 검소한 성격의 엘리너 루스벨트의 모습과 생전 그녀의 강인한 연설체 억양을 그대로 재현했다.


미국 역사상 탄핵이나 사임, 사망 등의 사건을 제외하고 재임기간이 가장 짧았던 대통령으로 꼽히는 제럴드 포드의 아내 베티 포드 역은 미셸 파이퍼가 맡았다. 자유분방하고 발랄했던 무용수였던 베티는 첫 결혼에 실패하고 이혼녀가 된다. 변변찮은 직업을 전전하던 베티는 유명 스포츠 스타에서 촉망받는 변호사이자 차기 정치인이었던 포드의 열렬한 구애 끝에 세기의 스캔들을 일으키며 재혼한다. 이후 계속되는 선거 운동과 야망에 찬 일 중독자인 남편 대신 가정을 지키며 약물과 술에 의지하던 그녀는 닉슨의 워터게이트를 기점으로 예상치 못한 영부인 자리에 오른다. 참모진들은 솔직하고 자유분방한 베티에게 입단속을 하려 하지만 오히려 그녀의 '정직함'은 국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는다. 레이건과의 선거전에서 패배하고 백악관을 떠난 후에도 일로 바쁜 남편의 무심함에 알콜중독이 된 베티. 결국 치료센터에 들어가 약물과 알콜 중독에서 벗어난 뒤 자신의 이름을 딴 알콜 중독 치료센터를 건립한다.


미셸 파이퍼는 그 누구보다고 격식과 전통에 얽매이지 않은 영부인의 자유로운 모습과 여성 인권을 위해 힘쓴 진취적인 여성의 모습, 그 이면에 외로움과 과거의 트라우로 인해 침연하는 중년의 여성을 오가며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서 불안한 엄마의 감정을 위로하고 친구처럼 다정하게 감싸안는 딸로 다코타 패닝이 출연해 반가움을 더해준다.


'퍼스트 레이디' 미셸 오바마를 연기한 비올라 데이비스, 사진제공=왓챠
'퍼스트 레이디' 미셸 오바마를 연기한 비올라 데이비스, 사진제공=왓챠


마지막으로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자 흑인 영부인인 오바마 부부의 이야기다. 오바마의 든든한 파트너이자 인생의 동반자, 누구보다 강인하고 지혜로운 여성 리더 미셸 오바마는 오스카 수상자 비올라 데이비스가 연기했다. 넉넉지 않은 흑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똑똑한 소녀는 살면서 흑인이 겪어야 하는 차별과 부조리, 위험을 수없이 부딪히며, 그러나 굴복하지 않고 최고의 엘리트로 성장했다. '첫 흑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다니던 당찬 여성 변호사는 행동해야만 변화시킬 수 있다라는 신념을 가진 청년 오바마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미국의 의료보험의 부조리를 바꿔나가는 사회운동가로 변신할 즈음, 남편은 정치가로 점점 승승가도를 달리고 대통령 출마까지 앞두고 있다.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을 염원하는 이들로 인해 오바마 부부의 대통령 출마는 '이제 우리 손을 떠난 일'이 되고, 그렇게 미국 헌정 사상 아프리카계 첫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다.


백악관에 입성해서도 그녀들이 겪었던 일들은 결코 쉽지 않았다. 세상은 그녀들을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헐뜯고 흠집내고 부풀리기에 바빴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도 평온하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하지만 세상의 억압과 계속되는 시련에도 그녀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굴복하지 않으며 정체성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갔다. 그리고 용기 있는 세 명의 여성들 옆에는 다정한 조력자들이 있었다. 그녀들이 백악관에 입성해 위태롭고 불안한 나날을 보낼때 위로하고 힘이 되준 여성들이 이야기를 더욱 풍요롭고 흥미롭게 만들어준다.


철저한 고증과 연기파 배우들의 호연이 빛나는 '퍼스트 레이디'는 시대와 시대를 오가는 시간적 배경과 사건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잔잔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분위기를 풍기는 이 작품은 다소 느린 클래식 음악을 듣는 듯 우아하지만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유명배우들을 한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과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실존인물들의 이야기,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해 고증해낸 근대 미국의 주요 시대들을 눈으로 확인하는 즐거움은 그 어느 작품 못지않다. 실존인물들을 바라보는 미국인들은 배우들의 캐스팅에 대해 우리들보다 좀 더 냉정한 평가를 내릴 수도 있을 듯 하지만, 물 건너 타국의 영부인 이야기를 명배우들의 연기로 새롭게 접하는 한국 시청자에게는 신선한 만남이 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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