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삭감없는 주4일제' 반년 해보니…英은행 직원들 "삶 바뀌었다"

영국 아톰은행이 주 4일제가 직원들의 삶을 바꿨다며 공개한 한 직원의 사진 /사진=영국 아톰은행 트위터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주 4일제 논의가 활발해진 가운데 영국 아톰은행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급여 삭감 없는 주 4일제 근무를 실시한 뒤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며 기업들에게 도입을 추천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톰은행은 지난주 보도자료를 통해 주 4일제를 6개월 넘게 진행한 결과 직원 만족도가 높아지고 생산성이 향상되는 등 유익한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아톰은행은 영국 최초의 인터넷 전문은행으로 한국의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사업모델로 알려져 있다.


아톰은행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91%는 5일 동안 할 일을 4일 안에 수행할 수 있었다고 답했고, 92%는 사흘간의 주말을 보내기 위해 일하는 방식에 변화를 줬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은행은 "거의 모든 직원들이 업무 방식의 효율성을 찾았다고 말했다"며 "여기에는 업무 완료를 위해 업무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고 팀 내 협력을 강화한 것 등이 포함된다"고 했다.

또 은행은 주 4일제 도입 후 은행의 입사 지원자가 1년 전에 비해 49% 증가하고 직원들의 퇴사와 병가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고객들의 서비스 평가도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직원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아톰은행에 따르면 한 직원은 "4일제는 내 삶뿐만 아니라 반려견의 삶도 바꿔놨다"고 말했다.

아톰은행 로고 /사진=트위터

은행은 "우리는 주 4일제가 직장생활의 미래라고 굳게 믿는다"면서 "우리의 경험이 더 많은 기업이 영구적으로 주 4일제를 도입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톰은행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탄력근무제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는 가운데 지난해 11월 전 직원 430여명을 대상으로 주 4일제를 전격 도입해 화제가 됐다. 당시 마크 멀린 아톰은행 최고경영자(CEO)는 주 4일제 도입 당시 주 5일제를 '20세기의 유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주 4일제에 대한 논의는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지난 6월부터 70개 회사 소속 3300명 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주 4일제 실험이 진행 중이다. 급여를 삭감하지 않고 평소 생산성을 유지한다는 조건으로 6개월 동안 실시된다.

/AFPBBNews=뉴스1

이번 실험 파트너인 포데이위크UK의 조 라일 캠페인 책임자는 "주 6일제에서 주 5일제로 전환한 지가 100년이 다 돼 간다"면서 "변화는 이미 오랫동안 지체됐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은 온종일 일하는 게 명예의 증표로 여겨지는 건강하지 못한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영국의 생산성은 낮으며 젊은 세대는 '번아웃'이라는 생활방식으로 정의되길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여러 연구에선 근무일수 단축이 근로자의 행복과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노동시장에 대한 접근을 개선한다는 결과가 확인되고 있다.

2015년부터 2019년 아이슬란드에서는 공공부문 근로자 2500명을 대상으로 주 4일제 실험을 진행한 결과 근로자 행복도가 극적으로 개선되는 결과를 얻었다. 아이슬란드 노동조합은 이를 토대로 근무방식을 재협상했고, 아이슬란드 근로자의 86%는 급여 삭감 없이 더 적은 시간 근무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뉴질랜드 부동산회사 퍼페추얼가디언은 2018년 8주 동안 주 4일제 실험을 거친 뒤 직원 능률과 만족도가 올라갈 것을 확인한 뒤 영구 정착시키기도 했다.

다만 모든 주 4일제 실험이 성공으로 끝난 것은 아니었다. 런던 소재 자선재단인 웰컴트러스트는 2019년 본사 직원 800명을 대상으로 3개월 동안 주 4일제 실험을 진행했지만 '운영상의 복잡성'을 이유로 전면 도입을 포기한 바 있다.

기업들 역시 주 4일제 여전히 도입을 꺼린다. 한국 전경련에 해당하는 영국산업연맹(CBI)은 "(주 4일제로의) 엄격한 접근 방식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갤럽이 실시한 조사에서 많은 근로자들은 근무 유연성이 늘기를 원했지만 근무 행복도에 있어서 더 나은 조직 문화, 더 높은 급여, 일에서 느끼는 보람 역시 근무시간만큼 중요한 요인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