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타임스퀘어에 '총기 청정지역'이 떴다…반응은? [US포커스]

[뉴욕=AP/뉴시스] 8월 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타임스퀘어 광장 주변에서 한 경찰관이 '총기 금지 구역'(Gun Free Zone) 안내판을 설치하고 있다. 뉴욕시는 타임스퀘어 광장 등 총기 난사 위협이 될 수 있는 민감 공공장소들을 총기 휴대 금지구역으로 설정해 해당 구역에 '총기 금지 구역' 안내판을 설치하고 있다. 2022.09.01.

"뉴욕 타임스퀘어에선 총을 가지고 다닐 수 없다."

지난 6월 미 연방대법원은 시민들이 집 밖에서 자기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광범위한 권리를 갖고 있다고 판단, 공공장소에서 총기를 소지하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해 온 100년 된 뉴욕주의 법을 기각했다. 이에 뉴욕주 정부는 엄격한 무기 규제를 골자로 한 새로운 총기법을 제정해 통과시켰고 9월1일(현지시간)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새로운 총기법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사람들의 총기 소지를 금지하는 장소를 구체적으로 지정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정부 건물, 예배당, 의료시설, 도서관, 놀이터, 공원, 지하철, 그리고 타임스퀘어가 포함됐다.

뉴욕시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인 타임스퀘어가 총기휴대 금지 지역으로 정해진 것을 놓고 뉴요커들은 주목한다. 타임스퀘어는 맨해튼의 6~9번 애비뉴와 40~53번가까지 약 30개의 블록으로 구성된 지역으로, 휘황찬란한 대형 전망판과 광고, 대형 점포들과 전 세계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붐비는 뉴욕시의 상징과 같은 장소다. 앞으론 이 지역에 '총기 청정지역'(Gun free zone)이란 경고 표시판이 설치된다.

그런데 뉴요커들은 '총기 청정지역'으로 정해진 타임스퀘어의 정확한 지리적 위치에 대해 혼란스러워 한다. 일반 뉴욕 시민들은 '사람들이 붐비는 곳, 큰 가게와 조명이 많은 곳, 그곳이 바로 타임스퀘어'라고 생각하는데, 현실은 좀 더 복잡하다.


뉴욕시 경찰은 성명을 통해 "타임스퀘어는 밝은 조명과 영상 화면이 있는 몇 개의 거리가 아니다"며 "그곳은 독특하고 밀도가 높은 복잡한 공간으로, 법으로 지정한 영역은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총기 청정지역'으로 정해진 타임스퀘어 /사진=뉴욕타임스

뉴욕시는 가장 교통량이 많은 관광지 중 일부를 타임스퀘어와 묶어 총기소지 금지지역으로 지정하려 하고 있다. 타임스퀘어 동쪽 경계에서 한 블록 떨어진 현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 MoMa), 42번가의 포트 오소리티 터미널 등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토박이 뉴요커들에게 이같은 '지역 통합'은 상식 밖의 일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1904년까지 타임스퀘어는 런던의 거리 이름을 딴 롱 에이커 스퀘어로 알려졌다. 당시 뉴욕타임스의 오너였던 아돌프 옥스는 신문사를 그 지역으로 옮기기로 결정했고, 조지 맥클란 뉴욕시장은 이곳에 새로운 이름을 붙이는 결의안에 서명했다. 뉴욕타임스는 당시 타임스퀘어라는 이름이 자연스럽게 붙여졌다고 보도했는데, 신문은 타임스퀘어를 '브로드웨이와 7번 애비뉴의 교차로, 42번가에서 47번가까지 이어지는 열린 공간'으로 정의했다.

타임스퀘어 전경 /사진=임동욱 특파원

'총기 청정지역'에서 총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총기 소지 허가를 받은 사람들은 집에서 경계 밖으로 이동하거나, 반대로 집으로 들어올 경우 총기를 소지할 수 있다. 또 보안요원 같이 사업상 총기 소지가 허가된 사람들도 기존처럼 총기를 휴대할 수 있다. 총기소지 허가증을 가진 사람은 잠긴 보관함에 총기를 보관하고 멈추지 않고 차량 이동을 할 경우 타임스퀘어를 통과할 수 있다.

뉴욕주의 새 총기법에 따르면, 9월1일부터 은닉총기 휴대허가를 받기 위해선 16시간의 훈련을 포함해 과거 및 현재의 소셜미디어 계정목록과 지원자의 인성 감정서 등을 당국에 추가로 제출해야 한다.

지난 31일 밤 캐시 호철 뉴욕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이 법을 제정한 것은 정당하고 옳은 결정이며, 뉴욕 주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합리적인 총기법이 내일부터 계획대로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의 결정에 대해 "무지하고 비난받아 마땅한 판단"이라고 비판한 호철 주지사는 "우리는 다른 주에서 불법적으로 우리 거리로 들어오는 수천 정의 총을 제거하면서 매우 열심히 일하고 있으며, 우리는 거리에서 총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대법원은 뉴욕 시민들을 정면으로 겨냥했고, 우릴 사선에 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시 경찰이 올들어 불법총기 4700정을 압수했으며, 8월 말까지 1200명 이상의 총격 피해자가 있었다고 밝혔다.

타임스퀘어 전경 /사진=임동욱 특파원

강력해진 총기 관련 규제를 피하기 위해 새로운 법 시행 전 휴대허가증을 신청하려는 사람들은 크게 늘었다.

뉴욕타임스는 새로운 법이 만들어진 이후 뉴욕시의 은닉총기 휴대허가 신청건수는 54%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은닉총기 휴대허가증을 신청하려면 신원 확인을 위해 당국에 지문을 제공해야 하는데, 대법원 판결 이후 9주 동안 뉴욕주 형사사법국에 접수된 지문은 주간 평균 171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45건을 크게 상회했다. 그리고 최근 3주간의 수치는 2452건으로 급증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31일 오전 나이아가라 카운티 법원이 문을 열었을 때 이미 150명이 공공장소에서 숨겨진 총기를 소지할 수 있는 허가증을 신청하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고 전했다. 약 100명은 건물 밖에서 야영을 하며 줄을 지켰고, 접이식 의자를 가져온 사람들도 상당수였다. 뉴욕 중심가에서 총기 강사로 20년 넘에 일해 온 케빈 딕스는 "주차장 전체가 차로 가득 찼다"며 "(규정 교육을 받으려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앉을 간이 의자를 가져오라고 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뉴욕주의 새 총기법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미국 내 총기단체들과 총기 옹호론자들은 이미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그들은 법에서 민감한 장소를 정의하는 것을 포함해 법의 주요 내용들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