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기록'도 인정해야지" 청정타자 목소리 높였다, 왜?

애런 저지. /AFPBBNews=뉴스1

금지약물과 무관한 선수가 홈런포를 뻥뻥 쏘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이 '청정타자'는 약물 복용 선수들의 기록도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 매체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14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MLB) 홈런 기록에 대한 애런 저지(30·뉴욕 양키스)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저지는 올 시즌 빅리그 타자 중 가장 뜨거운 선수다. 15일까지 시즌 139경기에 나선 그는 타율 0.310 57홈런 123타점 16도루 OPS 1.101을 기록 중이다. 홈런과 타점, 출루율(0.413), 장타율(0.688) 모두 메이저리그 전체 선두다.

소속팀 뉴욕 양키스는 시즌 종료까지 19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이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저지는 시즌을 63홈런으로 마감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된다면 그는 지난 1961년 로저 매리스가 세운 아메리칸리그와 양키스 단일시즌 최다 홈런인 61홈런을 경신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전체로 보면 매리스보다 더 많은 홈런을 친 선수는 1998년의 새미 소사(66홈런)와 마크 맥과이어(70홈런), 그리고 2001년의 배리 본즈(73홈런) 세 선수뿐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금지약물 복용이 적발됐거나, 구매 사실이 드러나는 등 '청정타자'와는 거리가 멀다. 이 때문에 저지가 매리스의 기록을 깬다면 '진정한 홈런왕'이 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저지의 의견은 달랐다. 매체에 따르면 그는 "73홈런이 메이저리그 기록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그 시대(스테로이드 시대)에 대해 뭐라고 말해도 내게 그 선수들(본즈와 맥과이어)은 73홈런과 70홈런을 쳤고, 그게 내겐 기록이다"는 말도 이어갔다.

당사자 중 한 명인 맥과이어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저지는 본즈를 넘어서야 마일스톤을 달성한다"며 본즈의 기록을 인정한 바 있다.

대신 저지는 매리스의 기록에는 도전할 뜻을 밝혔다. 그는 "아메리칸리그 기록은 61개니까 내가 따라갈 수 있는 수치다"며 "경신하면 경신하는 거고, 아니라도 즐거운 한 시즌이었다"고 말했다.

저지가 본즈의 기록을 인정하는 것은 그가 어린 시절 '본즈 키드'로 자란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캘리포니아주 출신인 그는 어릴 때부터 샌프란시스코와 본즈를 응원하며 자랐다. 본즈를 보며 자라온 저지가 해당 기록을 옹호하는 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저지의 입장에서는 기분 좋게도 현장에서는 그와 본즈를 동일선상에 두고 있다. 빅리그 외야수 출신인 마크 캇세이 오클랜드 감독은 미국 NBC 스포츠를 통해 "(저지를 떠올리게 하는 선수는) 단연 배리 본즈다"며 "이미 슈퍼스타 그 이상이다"는 극찬을 남겼다.

현역 시절의 배리 본즈. /AFPBBNews=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