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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금융위 "제2의 채안펀드 1조 만들라"… "내 코가 석자" 증권사 반발

머니투데이
  • 김하늬 기자
  • 정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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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26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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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조태형 기자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2.10.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뉴스1) 조태형 기자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2.10.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금융당국이 국내 대형 증권사 9개사에 1조원 규모의 중소형 증권사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 전용 펀드를 조성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채안펀드)와 별도 조치로 제2의 채안펀드 조성 주문이다.

금융당국은 시장 안정을 위한 업계의 자구 노력이란 명분을 내세웠지만 시장 논리를 무시한 무리한 조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증권사들은 시장 왜곡, 배임 가능성 등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전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 주재로 국내 9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CEO(대표이사)가 참석한 가운데 긴급회의가 열렸다. 회의에 참석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9개사다. CEO가 해외 출장인 곳은 부사장 등이 대참했다.

금융당국 인사는 참석하지 않았고 나 회장이 금융위원회의 구상을 전하고 의견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 자율로 시장 안정 방안을 만들어지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중소형 증권사 ABCP만 매입해주는 기금이나 펀드 등을 '민간 자율'로 만들어 시장 안정을 꾀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증권사별로 500억~1000억원을 출자해 최대 1조원 규모로 제2의 채안펀드를 조성하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기금 형태, 출자비율, 분담 방안 등을 논의하고 조속한 시기 내에 출범시켜 달라는 당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측이 "증권업계가 자구책을 만드는 모습을 보여야 정부가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취지도 전달됐다고 회의 참석자는 전했다.
[단독]금융위 "제2의 채안펀드 1조 만들라"… "내 코가 석자" 증권사 반발
하지만 이를두고 증권사 팔 비틀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회의에 참여한 대부분의 증권사도 시장 논리 왜곡 등의 이유로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A증권사 대표는 "평소에 열심히 유동성 관리를 하면서 '홈런'도 치고 '삼진'도 당하는 우리같은 타자(종투사)들도 있고 '번트'만 대던 타자(중소형사)도 있는 것"이라며 "시장이 힘들어진다고 '번트' 타자한테만 돈을 퍼주라고 하면 안 되는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자칫하면 CEO들의 배임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B증권사 대표는 "평소같으면 IB업계에서 프로젝트별로 대형사나 중소형사 가릴 것 없이 경쟁하던 업체들"이라며 "그 회사들을 돕기위해 수백억원을 내놓는다는 하면 이사회에서 납득을 하겠느냐. 만에 하나 인수한 ABCP가 최종 부도처리났을 때의 책임은 또 누가 어떻게 지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중소형 증권사 전용 펀드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시장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게다가 금융당국이 제2의 채안펀드 구상을 전하면서 중소형 증권사의 ABCP 현황, 부실 위험성 등도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소형사를 도운다는 (정부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현재 어떤 증권사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현황파악도 안 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 측은 "다양한 방안을 논의중에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시장 안정을 위한 업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특정지원 형태나 자금 배분 등을 언급한 적이 없고 정부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우량 Pf-abcp는 업계 스스로 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3일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시장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변화 가능성을 시장과 대화하며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겠다"며 "기존 원칙이나 방법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겠다"며 추가 대책의지를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 왜 제2의 채안펀드 꺼냈을까


금융당국이 내건 명분과 취지는 그럴싸하다. 업황이 좋을 때 수익을 낸 대형사들이 자발·자율로 나서 돕는다는 게 그렇다. 반면 시장 반응은 정반대다. '시장 안정'이란 목적엔 전폭적으로 동의하지만 수단이 거칠고 반(反) 시장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 고민의 출발은 큰 불보다 작은 불씨다. 현재의 자금 경색은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으로 충분히 풀 수 있겠지만 소형 증권사에서 작은 문제가 발생하면 불똥이 어디로 튈지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증권사가 신용보강·매입보장을 약정한 단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유동화증권 중 이달 만기가 돌아오는 규모는 총 6조 7013억원이다. 월별로 봤을 때 내년 1월에는 10조7618억원 달한다. 증권사들이 내년 상반기까지 매달 8~10조원대 유동화증권 차환 발행을 책임져야 한다.

대형사의 경우 자체 자금 동원력과 자본력의 여유를 바탕으로 상대적 부담이 덜하지만, 중소형사는 다르다. 중소형사는 자본력과 계열사 지원 등을 통한 자금 동원력이 상대적으로 미약해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유동성 대응력이 떨어진다.

금융당국은 대형 증권사들이 실탄을 모으는 게 어렵지 않다고 판단한다. 번 돈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해 국내 증권회사들은 총 9조원 규모의 순이익을 거두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벌어들인 돈이 있는 만큼 민간 주도로 기금을 모아 위험방지용 수단을 만들자는 논리다.


"팔 비틀기" "시장 논리 위배" …증권사 반발


증권사 현실은 다르다. 증시 침체 등으로 올해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대형 IPO(기업공개)가 줄줄이 무산됐고 거래대금은 급감했다.

A증권사 대표는 "내 코가 석자인 게 업계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대형 증권사들도 최근 자금경색으로 3개월도 아닌 1개월 만기 단기채권 등으로 자본을 조달하는 등 여유롭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고민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중소형 증권사 지원'이란 그림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다른 증권사 임원도 "자금 시장의 경색을 풀자는 것이지 개별 증권사를 살리자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이 목적에 따르면 할당매입 등은 안 된다"고 설명했다. 무늬만 민간 자율이 아니라 시장 자율 형태로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노력으로 시장을 안정시키는 게 급선무"라며 "시장이 돌아가면 대형사들도 자율적으로 CP(기업어음) 매입 등 행동에 나서지 않겠냐"고 말했다. 시장의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적잖았다. 최근 일부 증권사가 매각설 등 루머에 시달린 상황에서 '중소형 증권사 지원' 메시지가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금융시장 위기 시 활용하는 채안펀드 등 금융시장안정화기구를 민간 위주로 만들고 책임을 전가하는 것에 우려를 나타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민간에 의한 자금출연은 최초 예상했던 수준 이상의 자금 동원이 필요할 경우 신축적인 확장에 제약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고 장기간 위기가 지속될 경우 효과에 한계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신용위험이 내재한 회사채나 CP(기업어음)를 매입하다 보면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황 연구위원은 "현 제도만 보면 신용위험이 금융시장안정화기구에 출연하는 민간금융회사로 전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의 경우 재원은 연준(연방준비제도)이 마련하고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신용위험은 미국 정부(재무부)가 부담한다. 이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 신속히 대규모의 자금이 투입될 수 있고 디폴트가 발생해도 위험은 재무부가 부담하고 연준은 신용위험으로부터 절연된다.

한국은행의 경우 '최종 카드'로만 등장할 뿐 시장 안정 과정에선 물러나 있다. 시장에선 금융안정특별 대출, 기업유동성 지원기구(SPV) 등을 요구하지만 한은은 신중한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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