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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도는 백신, 더 들어온다"…혈세 6.3조 쓴 백신 '처치곤란'

머니투데이
  • 박다영 기자
  • 이창섭 기자
  • 안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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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0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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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백신공화국, 무엇을 남겼나(下)

[편집자주] '코로나 코리아'는 '백신공화국'이었다. 백신 도입이 국가 최대 과제가 됐고, 거의 모든 국민이 백신을 접종했다. 지난해 이맘때 높은 접종률을 바탕으로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됐다. 백신이 코로나를 막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이같은 믿음은 깨졌다. 높은 접종률에도 불구하고 국민 절반 이상이 감염됐다. 3차, 4차 차수를 거듭할수록 접종률은 수직낙하했다. 남긴 것도 있다. 사망과 중증화를 최소화했고 국산 백신의 탄생은 미래의 또 다른 감염병에 대응할 기술적 토대가 됐다. 코로나 3년 백신공화국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짚어본다.



혈세 6.3조 들였던 백신 이젠 처치곤란…접종 '뚝', 무더기 폐기 신세


"남아도는 백신, 더 들어온다"…혈세 6.3조 쓴 백신 '처치곤란'
코로나19 백신 접종 수요가 떨어지면서 개발 제약사와 정부의 고민이 깊어진다. 화이자는 수요 급감에 대비해 단가를 높인다. 정부는 지난해 백신 도입을 위해 치열하게 협상을 벌였던 것과 달리, 남은 백신 처리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폐기 외에는 뾰족한 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백신 신화'가 열병처럼 지나간 뒤 남은 숙제 중 하나다.

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 1회분 가격을 기존 30달러에서 내년 1분기까지 110~130달러로 인상하기로 했다. 향후 코로나19 백신 수요가 감소할 것에 따른 조치다. 앞서 의학 저널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은 코로나19 부스터샷이 매년 1회 이하로 권장돼야 한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수요 감소는 백신 폐기로 이어진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달 24일 0시 기준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은 누적 826만회 분량이 폐기됐다. 폐기 백신의 99.4%(822만회분)는 유효기간·사용 가능 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버려졌다. 미개봉 백신은 유효기간, 이미 개봉된 백신은 사용가능 기간 내 사용해야 한다.

한 의약품 폐기물 업체는 "주기적으로 코로나19 백신 폐기물이 접수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코로나19 백신을 두고 정부의 과제는 1년 만에 정반대로 바뀌었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폭발하면서 각국 정부는 빠른 도입을 위해 경쟁적으로 협상을 펼쳤지만, 이제는 확보해둔 백신을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관건이 됐다.


남는 백신을 처리하는 방법은 크게 접종 확대로 백신 활용을 늘리거나, 폐기하거나, 해외에 공여하는 등 세 가지가 대표적이다. 다만 현실 가능한 방안은 폐기뿐인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국내에 들어온 코로나19 백신은 총 3892만회분이다. 지난 달 24일 기준 코로나19 백신 재고 물량은 1986만회분이다. 단순 계산하면 국내 도입된 물량의 51%는 남아있는 셈이다.

있는 백신도 다 쓰지 못하고 남아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더 들어올 물량도 있다. 당초 계약에 따라 앞으로 9820만회분이 더 들어온다.

질병청은 "도입된 백신은 현재 진행중인 3·4차 접종에 활용된다"고 설명했으나, 당장 백신 접종률을 이전처럼 끌어올리고 백신 활용을 늘리기는 어렵다. 인구 대비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차수별로 1차 87.9%, 2차 87.1%에서 3차 65.4%, 4차 14.4%로 뚝 떨어졌다. 개량백신 접종률은 1.3%에 그친다. 코로나19의 치명률이 떨어지면서 접종이 의무에서 자율로 바뀌고, 돌파감염으로 백신에 대한 국민 신뢰가 떨어지면서 접종 참여가 대폭 낮아진 것이다.

해외 공여도 쉽지 않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물량이 충분해 공여할 국가를 찾기가 쉽지 않다.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가에는 백신을 유통하고 보관할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한, 오미크론 변이 이후 치명률이 낮아지면서 저소득 국가에서도 백신 수요가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코백스(글로벌 백신 분배 프로젝트)로 국내에 배정됐던 483만회분을 들여오지 않고 코백스에 공여했고, 이를 포함해 총 974만회분을 공여했다.

우리 정부 뿐 아니라 미국, 캐나다, 독일 등 여러 나라들도 접종 수요가 줄면서 코로나19 백신을 폐기하는 추세다. 모더나도 지난 7월 수요처를 찾지 못한 백신 3000만회분을 버렸다.

국회에서는 정부가 백신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가 이뤄졌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는 3년간 백신 구매에 총 6조3770억원을 썼다.

조명희 의원은 "코로나19 백신 수입에 막대한 국민 혈세가 들어갔음에도 전 정부의 오락가락한 백신 수급정책으로 인해 대량 폐기되는 일이 발생했다"면서, "전 정부의 백신 수요와 공급량에 대해 적절한 근거와 검토가 있었는지 살펴보고, 정부는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 과도한 예산 낭비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



"제 2코로나 오면 100일만에 대응"…백신공화국이 남긴 유산




"남아도는 백신, 더 들어온다"…혈세 6.3조 쓴 백신 '처치곤란'
"한국은 견고한 백신 제조 역량, 혁신적인 민간 부문, R&D(연구·개발)전문성, 새로운 바이오 인력 허브 등 코로나19와 진단 검사 분야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8월 16일 국회를 방문한 빌 게이츠 빌앤멜린다게이츠 재단 이사장은 이 같이 말했다. 한국이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 백신 역량을 빠르게 끌어올려 세계 보건에 큰 기여를 했다는 게 게이츠 이사장의 시각이었다. 실제로 그가 투자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과 위탁개발생산을 통해 세계 각국의 '바이오 허브' 역할을 했고 첫 국산 백신 개발까지 성공했다. 백신 기술력 제고는 백신공화국이 'K-바이오'에 남긴 최대 유산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전에도 한국의 백신 기술력이 일천한 수준은 아니었다. 한국은 이미 세계 최초 4가 세포배양 독감백신과 세계 두 번째 대상포진 백신을 만들어낸 기술력이 있었다. 하지만 세상에 없던 감염병 코로나19 백신 기술력은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2020년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진 뒤 1년여만에 백신을 개발해낸 국가는 미국과 영국, 러시아 등 세계 패권을 장악한 국가 뿐이었다.

한국은 빠른 속도로 기술력을 따라잡았다. 시작은 이들 국가가 개발한 백신의 위탁생산과 위탁개발생산이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과 미국 노바백스 백신을 생산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모더나의 백신을 생산했다. 위탁생산에도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했다. 이렇게 한국에서 생산된 백신은 물량 부족으로 허덕이던 전 세계에 공급됐다. 한국은 세계의 바이오 허브로 도약했다.

기술 도약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스카이코비원'이 2022년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으며 한국은 세계에서 몇 안되는 자체 코로나19 백신 보유국이 됐다. 스카이코비원은 다른 코로나19 백신과 비교해 안정성과 유효성이 확보된 균형잡힌 백신이라는 평이 백신업계와 의료계에서 나왔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스카이코비원은 인플루엔자, B형간염 등 기존 백신에 장기간 활용돼 안정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합성 항원 방식으로 개발됐다"고 말했다.

특히 스카이코비원은 초저온(영하 20도~70도) 콜드체인(저온 유통체계)이 필수적인 미국산 mRNA계열 백신과 달리 2~8도 냉장 상태로 5개월간 보관 가능해 저개발국에 대한 보다 광범위하고 효과적 공급이 가능하다. 백신 사각에 놓인 저개발국 공급에 물꼬를 터, 우리 과학기술이 세계 보건에 기여할 수 있을 만큼 올라섰다는 점을 입증할 기회로도 연결될 수 있는 셈이다.

자체 코로나19 백신을 보유한 한국은 이제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감염병이 도래할 경우 100일만에 이에 대응할 백신을 개발해낼 역량을 쌓아올리고 있다. 이 같은 새로운 도전의 토대가 되는 두 개의 기술 축은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과 범용 백신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감염병혁신연합(CEPI)과의 협업으로 두 가지 백신을 개발 중이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혁신적인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고 제조시설을 확충해 차기 백신은 100일 이내에 만들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기술적 도약 과정에서 정부가 뚜렷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한계도 드러났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첫 국산백신 개발에 착수한 시점은 2020년 5월 무렵이었는데, 이때부터 1년 이상이 지난 2021년 말까지 정부의 스카이코비원 개발에 대한 직접적 지원은 약 30억원에 불과했다. 미국이 자국 백신 개발에 4조원 쏟아부어 10개월만에 백신을 개발해 낸 것과 대조됐다.

상당수의 제약·바이오사들이 백신 개발에 손을 댔다가 중도 포기한 사례도 나왔다. 2020년 1월 국내 코로나19 유입 후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기업이 30곳이 넘지만 개발에 성공한 사례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과 셀트리온의 치료제가 전부였다.

이 과정에서 그저 주가 부양의 수단으로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손을 댄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현재 일양약품은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연구 결과를 부풀려 주가를 띄운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있다. 일양약품 경영진은 주가가 폭등한 뒤 주식을 대거 매각한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부 회사의 코로나19 국면을 이용한 주가 띄우기 경쟁이 결과적으로 제약·바이오 업계 전체 신뢰만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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