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까지 당했다"…'설상가상' FTX, 파산신청 후 8700억 증발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AFPBBNews=뉴스1

파산을 신청한 세계 3대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FTX에서 8700억원어치 가상자산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킹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용자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FTX 미국 법률고문인 라인 밀러는 "비정상적인 지갑 움직임"이 있었다며 이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FTX 커뮤니티 관리자는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FTX가 해킹당했다"며 이용자들에게 FTX 웹사이트와 앱에 접근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난센은 FTX 파산신청 후 24시간 동안 6억6200만달러(약 8700억원)어치 가상자산이 유출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른 분석업체인 엘립틱은 FTX에서 6억6300만달러어치 가상자산이 유출됐으며 이 가운데 4억7700만달러는 도난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엘립틱은 도난당한 가상자산은 다른 탈중앙화 거래소에서 신속하게 이더리움으로 환전된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는 해커들이 훔친 자산이 압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반적으로 쓰이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밀러는 FTX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직후 "가상자산을 인터넷과 연결되지 않은 콜드 스토리지로 옮기기 시작했다"면서 이 조치는 "미승인 거래를 발견한 뒤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신속히 진행됐다"고 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FTX가 파산신청을 한 데 이어 해킹으로 의심되는 대규모 가상자산 유출까지 이어지면서 가상자산 시장의 신뢰도는 다시 한번 타격을 입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자산 유출로 FTX 고객과 채권자의 손실 역시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무담보 채권자로 분류돼 투자했던 돈을 전부 날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던 터다.

FTX와 거래한 헤지펀드와 가상자산 업체들도 직격탄을 맞게 됐다. 올해 초 테라 사태를 예견해 유명한 가상자산 헤지펀드인 갈루아캐피탈의 경우 이번 주 투자자들에게 자산 중 절반이 FTX에 묶여있다고 공지했고, 가상자산 업체 제네시스 역시 FTX 계좌에 1억7500만달러 자금이 묶였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