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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을 낳는 거위, 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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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0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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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 화우의 조세 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사진=뉴스1
/사진=뉴스1
흔히 아주 오랜 옛 시절을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라 말하지만 사실 호랑이가 담배를 피울 수 있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서양에 담배가 소개된 것은 15세기 말 콜럼버스가 신대륙의 원주민들이 피우던 잎담배를 수입하면서부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담배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임진왜란 전후, 즉 16~17세기다. 옛날이라면 옛날이지만, 단군 할아버지에게 쑥과 마늘을 받아먹다 도망간 호랑이에 비하면 담배 피우던 호랑이는 외래 신문물을 즐기는 신세대였던 셈이다.

"담배가 매우 성행해 4·5세 때 이미 배우기 시작해 남녀 간에 담배를 피우지 않는 자가 드물다". 마치 아편전쟁을 앞둔 중국의 실상 같지만 사실은 17세기 조선의 모습을 묘사한 '하멜표류기'의 한 대목이다. 담배가 조선에 수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금세 남녀노소가 즐기는 기호품으로 자리잡았음을 알 수 있다. 동의보감에는 이런 대목도 있다. "찬 기운으로 인한 독과 습한 것을 제거하며, 냉수나 얼음 등 찬 것을 먹고 체한 데 효과적이다". 무슨 신묘한 약초에 대한 설명 같지만 사실 담배에 관한 대목이다. 담배는 약재로도 널리 사용되었던 것이다. 당시 4·5세 때 이미 배우기 시작할 수 있었던 이유다.

시간이 지나면서 분위기가 서서히 바뀌기 시작한다. 인조실록은 담배에 대해 "오래 피운 자가 유해무익한 것을 알고 끊으려고 해도 끝내 끊지 못하니, 세상에서 요망한 풀이라고 일컬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담배의 중독성에 대한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조선시대 실학자 이익은 자신의 책에서 담배가 "안으로 정신을 해치고 밖으로 듣고 보는 것까지 해쳐서 머리가 희게 되고 얼굴이 늙게 되며, 이가 일찍 빠지게 되고 살도 따라서 여위게 되니, 사람을 빨리 늙도록 만드는 것이다"고 적었다. 담배가 수입된 뒤 시간이 지나며 담배가 나쁘다는 것도 경험적으로 알게 된 것이다.

중독성과 유해성. 지금까지도 우리가 담배에 대해 갖는 지배적 인식이다. 하지만 세금을 걷는 입장에서 보면 이 두 가지는 상당히 매력적인 속성이다.

담배는 중독성 때문에 세금을 매기고, 그 세금이 반영돼 담뱃값이 크게 인상되더라도 소비는 그다지 줄지 않고 세수만 늘어난다. 담뱃값과 흡연율의 상관관계는 세계적인 관심사인데, 우리나라는 이 현상을 현실에서 증명했다. 정부는 2015년 국민건강증진을 목적으로 담배소비세를 20개비, 즉 한 갑당 641원에서 1007원으로 대폭 인상했다. 담배는 원래 개별소비세 부과대상이 아니었지만 이때부터 한 갑당 594원의 개별소비세도 부과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담배 한 갑의 가격은 당초 2500원에서 4500원으로 2배 가까이 급등했다. 하지만 성인 흡연율은 2014년 43.2%에서 2015년 39.4%로 하락하나 싶더니 2016년에는 40.7%로 반등했다. 그러면서 담배 관련 세수는 2014년 약 7조 원에서 2015년에는 약 10조5000억원으로, 2016년에는 약 12조3000억원으로 불과 2년 사이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세금을 매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더군다나 담배의 유해성 덕분에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한 대상에 대한 규제를 목적으로 부과하는 이른바 죄악세의 일종인 '담뱃세'는 조세순응도가 높은 편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국민 건강 증진을 담뱃세 인상 명분으로 내세우기 상대적으로 쉽고, 국민들도 이를 받아들이는 데에 큰 부담감이 없다. 특히 간접흡연으로 고통받는 비흡연자들은 담뱃세를 올리면 올릴수록 오히려 반기는 입장이다. 2015년 담뱃세 인상 당시 국민의 60%가 찬성했다는 여론조사도 있다. 이는 1978년 군부독재의 서슬이 퍼랬지만 여당이 총선에서 대패한 원인 중 하나로 1977년 부가가치세 도입이 꼽히는 것과 비교된다. 세금에 대한 거부감이 군사정권에 대한 공포감을 압도했던 것이다. 캐나다에선 정부가 부가가치세를 도입하자 총선에서 당초 167석이던 여당 의석이 2석으로 사실상 전멸한 사례도 있다. 그런데 국민들은 적어도 담뱃세에 대해 다른 세목과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인다. 담뱃세를 올릴수록 상당수 국민들이 좋아한다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 신나는 일이다.

과거 정부가 담배를 독점적으로 판매한 것 역시 이러한 담배의 속성에 기인한다. 담배 사업은 그 어느 것보다 확실한 재원이기 때문이다. 2002년 담배인삼공사가 '주식회사 KT&G'로 전환돼 담배 사업은 완전히 민영화됐지만, 여전히 담배는 여전히 절반 이상 정부가 팔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4500원짜리 담배 한 갑에는 담배소비세 1007원, 개별소비세 594원, 지방교육세 443원, 부가가치세 438원이 부과된다. 그 외 국민건강증진부담금 841원까지 합하면 담배 한 갑의 가격에 포함된 세금과 부담금은 총 3323원에 달한다. 담뱃값의 74%는 사실 정부가 가져가는 셈이다.

흡연율을 낮추는 데는 담뱃값 인상과 같은 가격정책 이상으로 금연치료, 청소년 접근제한과 같은 비가격정책이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비가격정책은 당연히 재원이 필요한데, 담배세는 그 재원의 기능도 한다. 담배세 인상은 즉각적인 효과가 크지 않지만 비가격정책의 재원으로 잘 활용되면 장기적으로는 가격적·비가격적 금연정책의 이중 작용으로 두 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 덕인지 국민건강증진법의 제정과 함께 금연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1995년 40%에 가깝던 성인 흡연율은 2020년 20%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우리나라 성인 흡연율은 2019년 조사 당시 OECD 국가 중 세번째였을 정도로 여전히 높다. 많은 사람이 'KT&G'를 '담배인삼공사(Korea Tobacco & Ginseng)'의 준말로 알고 있지만, 회사 측은 '대한민국의 내일과 세계(Korea Tomorrow & Global)'라는 뜻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대한민국 흡연율의 '내일'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선 담뱃세의 현명한 조정과 활용이 필요하다.

이정렬 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유) 화우
이정렬 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유) 화우

[이정렬 변호사는 화우 조세그룹에서 관세 관련 쟁송 및 자문 사건을 주로 수행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에서 조세법 석사학위를 취득하였고,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2020년과 2021년 Asia Pacific LEGAL 500 Leading Lawyer에서 조세부문 Rising Star로 선정된 바 있으며, 현재 국제조세협회 YIN한국지부 이사 및 한국지방세학회 청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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