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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약속 위반, 곧바로 덤핑방지관세로 이어져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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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찬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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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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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 화우의 조세 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가격약속 위반, 곧바로 덤핑방지관세로 이어져선 안 된다
중국산 덤핑 철강으로 국내 업체의 피해가 커지자 정부가 덤핑방지관세 카드를 꺼내들었다. 주로 미국이 우리나라 수출품에 활용한 무역규제 수단을 이번엔 우리가 활용하는 상황이다.

덤핑방지관세는 흔히 반(反)덤핑관세로 불린다. 정상적인 판매가격보다 낮은 수입품으로 국내 산업이 실질적인 피해를 입거나 피해가 우려될 경우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유도해 국내 산업을 보호하는 게 주된 목적이지만 정책적 한계도 있다. 가격은 시장 원리에 따라 당사자들이 결정하는 것인데 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일률적인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하면 불필요한 권리침해가 유발된다. 최종 소비자가 저렴한 가격에 물품을 구입할 수 있는데도 덤핑방지관세 때문에 높은 가격을 감내해야 하거나 공급 부족에 시달릴 수도 있다.

각국은 이런 문제 때문에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하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같은 효과를 얻는 방법으로 '가격약속' 또는 '가격합의'로 수출입 가격을 조정하는 방법을 강구했다.

가격약속은 덤핑으로 의심되는 물품의 가격을 국내 산업의 피해가 제거될 수 있는 수준에 맞춰 높이기로 수출입 당사자와 관세당국이 약속하는 것을 말한다. 가격약속이 이행되면 덤핑이 발생하지 않으니 관세당국이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할 필요가 없어진다.

가격약속이 제대로 지켜진다면 국내 산업을 보호하면서도 자유로운 무역활동을 보장할 수 있다. 하지만 가격약속은 태생적으로 위반 유혹에 쉽게 노출된다. 그래서 국내 관세법령에서는 가격약속 위반에 대해 관세당국이 두가지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하나는 가격약속으로 반덤핑조사가 중단된 경우라면 반덤핑조사를 재개해 완료한 뒤 구체적인 관세의 부과내용을 결정해 확정적인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하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잠정조치로 임시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관세법 시행령 제68조 제5항). 잠정조치가 내려지면 '잠정조치를 적용한 날부터 소급해 90일 이전'에 해당하는 시점 이후 수입된 물품에 대해 6개월의 범위에 한해 덤핑방지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일각에선 가격약속을 위반한 경우 반덤핑조사 절차가 종료되지 않더라도 조사 중단 이전까지 확인된 사실관계를 토대로 덤핑방지관세를 확정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가격약속을 위반한 이들에게까지 합당한 처분을 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덤핑방지관세는 WTO(세계무역기구) 체제에서 극히 예외적으로 허용된 보호무역장벽이고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제6조 이행에 관한 협정'에 따라 엄격한 절차와 요건을 총족해야만 취할 수 있다. 덤핑방지관세 부과에 필요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는데도 가격약속 위반을 일종의 괘씸죄로 취급해 일단 과세하고 봐야 한다는 식의 접근은 위험하다. 이런 과세는 보호무역을 엄격히 제한하는 WTO 체제의 자유무역 원칙에도 반한다.

WTO 가입국으로 이런 원칙을 고려하면 관세법령상 과세요건과 절차는 되도록 엄격하게 해석하는 게 타당하다. 조세법률주의 원칙을 따르더라도 과세요건과 절차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 대법원도 납세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이뤄진 확장·유추해석을 허용하지 않는다.

관세당국이 손놓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가격약속 위반으로 인한 문제는 관세당국이 조사절차를 마무리하고 미리 덤핑방지관세의 부과 내용을 정해두면서 가격약속 위반사실을 적시에 발견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이는 방법으로 해결해야지 법령을 위반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선 안 된다.

강찬 변호사.
강찬 변호사.

[강찬 변호사는 관세 관련 쟁송 및 자문 사건을 주로 수행하고 있다. 2012~2013년 서울세관 심사총괄과에서 근무했고 2016년부터 2020년 초까지 관세평가분류원 관세평가협의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로열티 관련 관세포탈 조사대응, 이전가격과 특수관계 영향 관련 관세부과처분 취소소송 등 각종 관세부과처분 취소심판 및 취소소송, 재산국외도피 조사대응 등을 대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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