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피 2800간다" 근거 둘…韓증시 흔들 뇌관은 '이것'

8일 신광선 베어링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가치본부장 인터뷰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올해 코스피 지수가 2800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지금은 성장주보다 저평가 가치주에 더 주목해야 합니다."

가치투자의 명가로 불리는 베어링자산운용의 신광선 주식운용본부 선임가치본부장은 최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코스피 시장의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달러화의 약세와 신흥국 강세, 반도체 업황 개선 등으로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지면서 지수의 추세적인 상승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신 선임본부장이 코스피의 강세를 예상하는 첫번째 근거는 달러다. 지난해 글로벌 증시에서도 유독 한국 증시의 조정이 컸던 이유는 달러 강세로 인한 원화 약세 요인이 컸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과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경제 봉쇄, 유럽의 경기침체까지 겹치며 달러 가치는 급등했다.

지난해 달러 강세를 야기했던 요인들은 점차 완화하는 중이다. 신 선임본부장은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으로 경제가 살아나면서 외국인들이 올 들어 중국 증시 매수를 이어가고 있다"며 "유럽 성장의 걸림돌이었던 에너지(천연가스) 문제가 해소되면서 유럽 경제도 살아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과 유럽 경기의 반등으로 달러의 힘도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스피 강세를 예상하는 두번째 근거는 반도체다. 삼성전자 (60,400원 ▼600 -0.98%)와 SK하이닉스 (180,800원 ▼4,100 -2.22%) 등 반도체 기업 비중이 높은 한국 증시의 특성상 반도체 업황 개선 여부가 중요하다.


신 선임본부장은 "최근 챗GPT(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 열풍이 반도체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며 "반도체 주가는 6개월 정도 선행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상반기가 저점일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외국인이 코스피 순매수를 이어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코스피 시장에서 6조4800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달에도 2조원 가량을 순매수해 올 들어 총 8조4800억원을 사들였다.

신 선임본부장은 "외국인은 2020년 코로나19 이후 지난해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총 58조원을 순매도 했는데 이제 겨우 8조원 정도 산 것"이라며 "과거 원화가 강세 추세였던 시기에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을 더 담는 경향이 있었던 걸 감안하면 앞으로도 모멘텀(주가 상승 동력)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는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지며 코스피 2800선 회복을 시도한 뒤 본격적인 실적 개선이 나타나는 2024년에는 3000선을 회복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긍정적 전망 만큼이나 위험 요소도 잘 따져봐야 한다. 신 선임본부장은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경기 침체와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발 신용 경색 우려가 한국 증시의 뇌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은 인플레이션이 이전보다는 완화하겠지만 여전히 높은 물가 수준이 이어지면서 소비가 침체될 것"이라며 "한국은 금리 인상의 여파로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차주들의 가처분 소득이 상당히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부동산PF 역시 조달 금리가 상승하고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사업성에 문제가 되는 사업장이 나오면서 잠재적 부실이 터질 수 있다"며 "소비위축으로 인한 경기침체와 부동산PF 위기가 올해 한 번 더 시장을 흔들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신 선임본부장은 부동산발 위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IMF 사태 같은 시스템 위기로까지 전가되진 않을 것으로 봤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시장에선 성장주 보다는 저평가 가치주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미국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보다 높았던 2004년부터 2006년까지는 PBR(주가순자산비율)가 낮은 종목군의 수익률이 가장 크게 부각됐다. 반대로 미국 GDP 성장률이 미국채 10년물 수익률보다 높았던 2012~2021년에는 PER(주가순이익비율)가 높은 종목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신 선임본부장은 "올해 미국의 예상 성장률은 1%대인데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3%를 넘는다"며 "과거 상황에 대입해 보면 지금은 PBR가 싸면서 현금창출 능력이 뛰어나 보유현금이 많은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 금리가 낮았던 시기에는 현금을 죄악시 했기 때문에 현금 많은 기업들은 저평가 될 수밖에 없었다"며 "이제는 디폴트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보유현금이 많은 기업이 주목 받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기준에 해당하는 업종으로 철강, 화학, 반도체 장비, 플랜트, 조선, 피팅(관이음쇠) 등을 제시했다. 신 선임본부장은 "산업재의 '쌀'이라고 인식되는 철강과 화학은 경기가 반등할 때 주목을 받는다"며 "반도체 장비 업종 중에서는 PBR이 낮으면서 현금도 엄청 쌓여있는 기업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중동 관련 이슈로 화공 플랜트 업체들도 주목 받을 것"이라며 "배당성향 증가가 예상되는 은행, 이익이 턴어라운드(반등)하는 조선 등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선임본부장은 "올해는 저평가 가치주가 메가 트렌드가 될 것"이라며 "이 트렌드는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고 상당히 오래 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