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甲' 셰플러 우승, 피닉스오픈 '골프해방구'를 아시나요?

피닉스오픈 16번 홀에서 선수들의 샷 하나하나에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는 관중들. /사진=AFPBBNews=뉴스1

골프는 신사의 스포츠로 불린다. '갤러리'로 불리는 관중들은 선수들의 샷을 방해해선 안 되고 정숙한 분위기 속 응원을 보낸다. 그러나 피닉스오픈은 조금 다르다. 특히 2만 여 관중들이 지켜보는 16번 홀(파3)은 여느 스포츠와 비교해도 그 열기가 전혀 부족하지 않다.

스코티 셰플러(27·미국)가 더욱 대단한 이유다. 셰플러는 13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TPC 스코츠데일(파71·7261야드)에서 열린 2022~2023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WM 피닉스오픈에서 최종합계 19언더파 265타로 우승컵을 들었다. 2년 연속 스코츠데일의 황제가 됐다.


피닉스오픈이 기대를 받는 이유가 있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상금 규모가 2배 이상 커졌다는 점과 골프에선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색다른 풍경이 있기 때문이다.

골프는 매우 민감한 스포츠다. 작은 소음 하나에도 선수들은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정숙함이 요구된다. 정적이고 재미없다는 평가가 따르기도 하는 이유다.

콜로세움으로 불리는 16번 홀. 2만 여 관중들이 16번 홀 전체를 둘러싸고 있다 . /사진=AFPBBNews=뉴스1

그러나 피닉스오픈은 다르다. 특히 '골프해방구'라 불리는 16번 홀의 경관은 감탄을 부른다. 티 박스에 올라서는 선수를 3면에서 관중들이 둘러싸고 있다. 2만 여 관중을 수용해 콜로세움으로 불리는 관중석에선 각종 응원과 야유가 쏟아져 나온다. 관중들은 그동안 억눌렸던 감정을 나타내듯 맥주를 즐기며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감정을 숨기지 않고 표출해낸다.

선수들에겐 이겨내야 할 관문 중 하나다. 샷이 그린에 올라가지 못하면 야유가 쏟아진다. 심지어 티 박스에 올라가기도 전부터 이런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반면 정교한 샷이 나오면 관중들은 감탄의 의미로 맥주캔과 물병을 집어던지며 호응한다. 이 모든 게 허용되는 게 바로 '골프해방구'다. 이를 위해 관중들은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오픈런'을 벌이기도 한다.


뛰어난 퍼포먼스와 뛰어난 실력으로 PGA를 대표하는 영건으로 자리매김한 김주형(21·CJ대한통운)은 피닉스를 대표하는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데빈 부커(피닉스 선즈)의 유니폼을 입고 티샷에 나서기도 했다.

단연 우승자 셰플러의 샷에도 시선이 쏠렸다. 앞서 이글을 성공시키며 선두 경쟁에서 앞서간 셰플러는 관중들의 폭발적인 반응 속에 파를 지켜냈다. 반면 닉 테일러(캐나다)는 이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2m 가량 파 퍼트를 놓치며 결국 셰플러의 우승을 지켜봐야 했다.

셰플러는 다시 한 번 피닉스를 약속의 땅으로 만들었다. 골프의 금기를 깨며 선수들을 극한으로 몰고 가는 피닉스오픈이기에 셰플러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멘탈의 중요성을 더욱 확실히 보여줬다.

심리적 압박감을 이겨내고 2년 연속 피닉스오픈 정상에 오른 스코티 셰플러. /사진=AFPBBNews=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