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매입 2.7%뿐"…239억 가로챈 지주택 관계자 징역 30년

15일 오후 3시쯤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남부지방법원 앞. '구로동 지역주택조합' 피해자들이 남부지법 앞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사진=김도엽 기자

아파트를 짓겠다며 지역주택조합을 세운 뒤 수백억원의 계약금을 가로챈 조합 관계자들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이상주)는 15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 업무대행사 대표 류모씨(60)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하고 62억원 추징 명령을 내렸다. 구속 상태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전직 조합 추진위원장 이모씨(80)에 대해서는 징역 12년형과 추징금 550만원을 선고했다.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합원 모집대행사 대표 한모씨(60)에게는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로 재판받던 한씨는 이날 법정 구속됐다.

이들은 토지사용권원을 기준 이상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 25층짜리 아파트를 짓겠다며 조합원을 모아 2016년 11월부터 2019년 9월까지 피해자 477명으로부터 계약금 239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류씨가 이 사건 전부를 기획하는 등 주도적이고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봤다. 또 이씨는 추진위원장으로서 정당하게 자금을 집행했어야 했음에도 조합원의 신뢰를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한씨의 경우 피해자들을 직접 대면하는 상담조직을 관리하는 역할을 해 사기 범행이 실행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사기 범행은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주거 여건이 좋은 새 아파트에 대한 열망이 큰 사람들을 속여 재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조합 가입금을 편취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400명이 넘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직접 증인으로 출석해 재산상 손해와 좌절감, 상실감 등 정신적 충격 및 고통을 호소했다"며 "생활이 피폐해지거나 다른 지역으로의 이사, 심지어 극단선택 시도 등 정신적 피해를 생생히 호소했다"고 말했다.

피해자 200여명은 이날 선고 직후 남부지법 앞에서 "단지 구로동에 한정된 것이 아닌 전국 지역주택조합의 대표적 사기 사건"이라며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한 범법자들의 범죄 행위에 중형을 선고해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의 지역주택개발 관련 법이 바뀌지 않으면 사기사건이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류씨 등은 실제 토지사용권원을 확보한 토지가 20~30%에 불과했음에도 2021년이면 60~80%를 확보할 수 있는 것처럼 피해자들을 속였다. 하지만 2018년 말 해당 지역주택조합의 토지사용승낙서 모집율은 25%, 토지매입율은 2.70%에 불과했던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지역주택조합은 무주택자 혹은 85㎡ 이하 소형주택 보유자만 가입 가능하며 설립 인가를 위해서는 주택건설대지 면적 80% 이상 토지사용권원을 확보해야 한다. 또 사업계획 승인을 위해서는 95% 이상 토지소유권 확보가 필요하다.

2020년 7월 피해자들이 류씨 등을 고소하면서 사건이 알려졌으며 경찰은 2021년 7월 사건을 남부지검에 송치했다. 검찰은 같은 해 12월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재판이 장기화되면서 일부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또 피해자 대표가 명예훼손 등 혐의로 피고인으로부터 고소당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