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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도 웃지 못했다…"양국 20만명 사망" 출혈전쟁 어느덧 1년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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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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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우크라 전쟁 1년이 남긴 것(上)

[편집자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곧 1년이다. 믿기 어려운 침략 전쟁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타격을 입은 세계 경제를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몰아넣었고, 서방국과 중국·러시아의 대립 등 신냉전 체제의 가속을 불렀다. 언제 또 전쟁이 발발할지 모른다는 공포는 전 세계 군비 경쟁에 불을 붙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바꿔 놓은 국제정세와 전망, 기업들과 한국이 직면한 과제를 짚어본다.



전쟁 1년, 세계는 군비 늘리는 중…"우크라가 지면 더 큰일"


'핵폐기' 후 뒤통수, 우크라 불행에 핵 확산 위기

지난 1월 3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이지움에서 한 군인이 해질녘 파괴된 탱크 주위를 걷고 있다. /로이터=뉴스1
지난 1월 3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이지움에서 한 군인이 해질녘 파괴된 탱크 주위를 걷고 있다. /로이터=뉴스1

2022년 2월24일, 세계 평화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했고, 안보 불안은 냉전 이후 최고조로 치달았다. 언제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각국은 너도나도 국방비 증액을 선언하고 나섰다.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으로 군비 확장과는 거리를 둬왔던 독일과 일본도 군사력 확장에 힘을 쏟는다.

핵 안보도 흔들린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금기시됐던 핵 위협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한국과 대만 등에서는 자체 핵무장론까지 흘러나온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군비 확장이 또 다른 불안감을 불러일으키는 상황. '안보 딜레마'에 빠진 세계, 출구는 있을까.

러시아도 웃지 못했다…"양국 20만명 사망" 출혈전쟁 어느덧 1년

◇"우크라 보니 불안하네…" 군사력에 '투자' 나섰다

미국, 독일 등 전 세계 주요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국방 예산부터 크게 늘리고 있다. 위기감이 국방력 강화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 때문에 이미 방위산업체들이 특수를 누리는 상황이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미국의 2023년 회계연도(2022년 10월~2023년 9월) 국방 예산은 8580억달러(1118조원)로 전년도 대비 10% 증가했다. 미국 국방비는 2011년도를 정점으로 줄었다가 중국과의 패권 경쟁이 본격화한 2016년도부터 다시 늘었는데, 증가세로 돌아선 뒤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과 전략적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지난해 국방 예산을 7% 증액했다. 액수로 따지면 미국 다음으로 많다. 중국의 국방비는 경제성장에 비례해 계속 늘었고 그 결과 지난 20년간 10배 급증했다.

그간 국가 안보 정책 강화에 소홀했던 유럽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전범국 독일의 움직임이다. 독일은 그간 국내총생산(GDP)의 1%가량을 국방비로 지출해왔는데, 이 비율을 2%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각종 기금 지출을 포함하면 국방비가 전년보다 17%가량 증액되는 셈이다. 지난해 6월에는 헌법 개정을 통해 1000억유로 규모의 특별방위기금을 조성해 곳간을 채웠다.

과거 소련의 침공 경험이 있고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방위력 증강을 위해 내년 군사비 지출을 기존의 두 배 이상인 1380억즈워티(약 40조원)로 늘리고, 병력도 5년 안에 현재 14만3500명에서 30만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강할 방침이다.

또 다른 전범국 일본은 적 미사일 기지 등을 공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을 보유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재무장에 나섰다는 평가다. 방위비는 기존 GDP 1% 이내에서 2027년까지 2%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 목표가 실현되면 일본은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군사 대국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2023 회계연도 방위비는 전년보다 26% 증액한 6조8000억엔으로 편성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군사력 확장이 동북아의 군비경쟁을 부채질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안킷 판다 카네기 국제평화기금 선임연구원은 CNN에 "(일본의 움직임으로 인해) 북한, 중국 등이 인지하는 위협이 강화할 것"이라며 "동아시아에서 이런 역학 관계가 더 심화하는 장면을 보게 될 것이다. 아시아에는 급변하는 군비 경쟁을 견제할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올해 국방비를 지난해보다 4.4% 늘린 57조143억원으로 잡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FPBBNews=뉴스1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FPBBNews=뉴스1

◇전쟁이 불러온 '핵위기'…"누가 이기냐에 따라 달라진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사회의 핵 군축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핵무장을 포기한 우크라이나가 핵보유국 러시아에 침공당하는 걸 목격하면서다. 우크라이나는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세계 3위의 핵보유국이었지만, 1994년 러시아·미국·영국으로부터 주권과 안전을 보장받는다는 내용의 부다페스트 양해각서에 서명하고 핵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1996년 6월에 모든 핵무기를 러시아에 넘겨 비핵화를 완료했다.

대만에서는 중국의 군사적 위협이 고조되면서 핵무장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국의 개입을 저지하기 위해 핵무장을 강화하고 있는데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대만도 핵무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라오홍샹 전 대만 국방대 교수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 현상 유지를 위해서라도 핵무기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서로 다른 관점으로 보면서도 비슷한 결론을 도출해냈다. 바로 핵 보유의 중요성이다. 한국에는 핵보유국이 미보유국인 이웃나라를 침공했을 때 핵전쟁으로 확산할 것을 우려한 국제사회가 개입을 피할 수도 있다는 점을, 북한에는 자체적인 핵 억제력 보유의 이점을 보여줬다.

국내에서는 보수층을 중심으로 자체 핵무장론이 확산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 마무리 발언에서 "(북핵) 문제가 더 심각해져서 대한민국에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체결한 핵무기 통제조약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 New START)도 답보 상태다. 전쟁의 당사자인 러시아는 이 협정에 따른 핵사찰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에 전략적 패배를 안기려 하는 만큼, 뉴스타트 조약 이행과 추가 연장 논의에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긴장 고조로 지난 35년간 감소했던 전 세계 핵무기가 향후 10년에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과가 세계 핵전략의 향배를 가르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싱크탱크 벨퍼센터의 마리아나 부제린 연구원은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에서 "우크라이나가 승리하면 '핵 아마겟돈' 없는 미래로 나아갈 수 있지만, 우크라이나가 패하면 세계 군축 비확산 체제로 가는 길은 끝장날 것"이라고 했다.

최악의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상황을 막기 위해 '전략적 유연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군축 협상에서 등가 맞교환 방식을 고집하는 대신 상호 수준에 맞는 합의를 이뤄내는 것도 방법이란 것이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의 핵 전문가 헤더 윌리엄스 박사는 포린폴리시를 통해 "미국이 미사일 방어체계 운용을 제한하고 러시아와 중국은 미사일 투발 수단을 제한하는 방안도 옵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출혈 전쟁 1년의 기록…언제 어떻게 끝날지 누구도 모른다


지난해 2월 24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폭격을 맞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 추위브의 한 아파트 앞에서 얼굴에 상처를 입은 한 여성이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C) AFP=뉴스1
지난해 2월 24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폭격을 맞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 추위브의 한 아파트 앞에서 얼굴에 상처를 입은 한 여성이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C) AFP=뉴스1

2022년 2월 24일 새벽, 러시아가 20만명의 병력과 미사일·탱크 등을 앞세워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세계 2위 막강 군사력을 갖춘 러시아가 전쟁을 시작하면 72시간 내에 국방순위 25위의 우크라이나가 함락될 것이라는 군사 전문가들의 예상은 빗나간 지 오래다. 전쟁 초기 국제사회의 중재로 이뤄졌던 평화협상이 중단된 지도 한참 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에서 벗어나기 전에 마주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세계 경제는 에너지와 식량 위기로 신음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 난민이 발생했고, '언제든 핵 버튼을 누를 수 있다'는 러시아의 위협이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교착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출구 없는 출혈 전쟁'이 언제 끝날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전장으로 미국 등 서방 민주주의 진영과 러시아·중국·북한·이란 등 진영이 양분돼 세계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폐허로 변한 우크라…러시아도 웃지 못했다

러시아도 웃지 못했다…"양국 20만명 사망" 출혈전쟁 어느덧 1년

러시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독립 등을 위해 '특수 군사작전'을 감행한다고 주장했다. 무서운 속도로 우크라이나 북·동·남쪽 국경을 동시에 넘은 러시아군은 체르노빌·자포리자 등 대규모 원전 시설을 점령하는 등 초기 기세가 좋았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를 중심으로 남부 헤르손까지 점령지를 점차 확대해 나갔다. 하지만 러시아군의 조직력은 얼마 못 가 밑천이 드러났다. 예상치 못했던 대규모 병력 손실로 지휘·통제권도 무너졌다.

세계를 놀라게 한 건 예상 외로 허술한 러시아군의 조직력만이 아니었다. 수도 키이우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우크라이나군의 거센 반격과 투지에 국제사회는 감탄했다. 동맹이 아닌 우크라이나를 위해 직접 나설 수는 없지만 미국 등 서방국들의 무기 지원이 잇따랐다.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등을 앞세워 하르키우·헤르손 등 러시아에 빼앗겼던 영토를 속속 탈환하는 등 전세가 뒤집혔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러시아 정부가 지난해 9월 예비군 30만명에 대한 부분동원령을 내린 후 소집된 예비군들. /ⓒAP=뉴시스
러시아 정부가 지난해 9월 예비군 30만명에 대한 부분동원령을 내린 후 소집된 예비군들. /ⓒAP=뉴시스

다급해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해 9월말 루한스크·도네츠크·자포리자·헤르손 등 4개 지역의 강제 합병을 선언했지만 국제사회로부터 인정 받지 못했다. 병력 손실이 커 예비군 부분 동원령을 통해 전장에 30만명을 긴급 투입했지만 전세 역전에는 실패했다.

지난 1년간 우크라이나 상당수 도시가 폐허로 변했고, 인명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었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전쟁 발발 이후 지난달 말 기준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상자는 1만8657명(사망자 7110명)에 달한다. 삶의 터전을 잃고 해외로 피신한 우크라이나 난민은 1790만명이다. 미 국방부는 이 전쟁으로 지난 1년간 양국 군인 20만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손발 묶인 러, 중국·인도가 숨통 틔웠다

지난해 2월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사람들이 현금인출기 앞에 길게 줄을 서 있다. /ⓒ로이터=뉴스1
지난해 2월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사람들이 현금인출기 앞에 길게 줄을 서 있다. /ⓒ로이터=뉴스1

미국을 주축으로 한 반러시아 진영의 국제사회는 전쟁 발발 직후 군사·경제·외교·정치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한 데 뭉쳤다. 40여개국 국방 당국자들이 모여 우크라이나 방어 지원 협의체를 만들었고, 오랜 기간 중립국 지위를 지켜왔던 스웨덴·핀란드는 나토 가입을 서둘렀다.

경제 분야 초강력 제재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퇴출 조치로 미국·영국 등 은행에 예치했던 달러 자산이 묶이면서 지난해 러시아는 104년 만에 국가부도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러시아 사업을 철수하거나 중단했다. 이 때문에 러시아는 의약품 등 필수 수입품 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도 글로벌 기업들이 단기간에 러시아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으며,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수준을 회복하려면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3월1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유엔 주재 미국 대사와 영국 대사가 손을 들고 있다. /사진=로이터
지난해 3월1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유엔 주재 미국 대사와 영국 대사가 손을 들고 있다. /사진=로이터

외교 분야에서도 고립됐다. 러시아는 유엔인권위원회(UNHRC),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등 유엔 산하기구 이사국에서 줄줄이 자격 정지를 당했다. 유럽 주요 국가와 일본 등은 러시아 외교관들을 추방했고, 미국은 주재 러시아대사관의 은행 계좌를 폐쇄했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 북한, 이란 등이 위기에 처한 러시아의 든든한 뒷배로 떠올랐다. 서방국의 보이콧으로 판로를 잃은 러시아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를 중국과 인도가 지속적으로 수입하면서 러시아 경제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과 이란 등은 무기 등 군사장비를 수출하는 방식으로 러시아를 돕고 있다.

◇출혈 전쟁의 끝, 아무도 모른다

러시아도 웃지 못했다…"양국 20만명 사망" 출혈전쟁 어느덧 1년

지난해 말 한때 러시아군 이탈, 푸틴 대통령 리더십 붕괴 등으로 러시아 내부 분열이 일어나 조만간 우크라이나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었다. 하지만 러시아가 전쟁 발발 1년을 앞두고 대규모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되며 이 같은 종전 시나리오는 다소 힘을 잃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 협상이 지난해 4월 2일을 끝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전쟁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전쟁 초기 양국의 중재를 위해 나섰던 주요국 지도자들도 좁혀지지 않는 간극에 손을 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각료들/ⓒ AFP=뉴스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각료들/ⓒ AFP=뉴스1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황 관련 보고를 받고 있다. / (C) AFP=뉴스1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황 관련 보고를 받고 있다. / (C) AFP=뉴스1

영국 킹스 칼리지 런던의 바버라 잔체타 전쟁학과 교수는 "올해 말까지도 전쟁은 계속될 것"이라며 "잠재적인 평화협상을 위해선 적어도 한쪽의 핵심 요구가 바뀌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닉 카터 전 영국 국방 참모총장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어느 쪽이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전투력이나 능력이 있는지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며 "앞으로 2~3년간 전쟁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는 2024년 미국 대선이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진단도 있다. 이미 미 공화당과 일부 국민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라고 압박하고 있는 만큼 미국의 지원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상에서의 어떤 군사작전보다 미국 대선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며 "미국과 유럽 주요국이 군사적, 재정적 지원을 중단한다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저항할 여력이 없다"고 짚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AP=뉴시스



"그러다 러가 이기면?"…우크라 무기지원론 맞은 韓의 딜레마


'신냉전 시대' 한국의 외교·안보 과제는

(발라크리아 로이터=뉴스1) 권진영 기자 =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발라크리아의 벽이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아 군데군데 구멍이 뚫렸다.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발라크리아 로이터=뉴스1) 권진영 기자 =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발라크리아의 벽이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아 군데군데 구멍이 뚫렸다.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 대(對)우크라이나 무기 직접지원 여부가 중립국 스위스는 물론 한국에서 여론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우크라가 보인 뜻밖의 선전, 미중 갈등 등 복잡다단한 배경 속에 각국의 대 우크라 노선 '2라운드'가 여론의 주목을 받고 설왕설래의 대상이 된 것이다. 문제는 전쟁이 장기화했음에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언제 끝날지 어느 나라의 승리로 돌아갈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불법적인 침공에 따른 대 러 제재에 가담한 상태인 우리 정부가 향후 대응 수위를 놓고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 배경도 바로 결말의 불확실성이 거론된다.

냉철한 정세 판단이 오히려 개전 초기보다 더 중요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러시아의 파상 공세를 1년이나 견딘 우크라이나의 저력은 전쟁 기간 내내 주목을 받아 왔다. 우리나라도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지원 등으로 힘을 보탰다. 다만 전문가 사이에선 "러시아가 시작부터 이긴 싸움"이라며 현단계보다 대러 압박을 강화하는 게 국익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재자론 안 통하는 신냉전 시대라는데…서방 기대에도 무기는 지원 안해

(쿠피안스크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쿠피안스크에서 러시아 군의 포격을 받아 폭삭 무너진 건물이 보인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쿠피안스크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쿠피안스크에서 러시아 군의 포격을 받아 폭삭 무너진 건물이 보인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신냉전 체제를 앞당기면서 한국은 더이상 과거 정권 때와 같은 '중재자' 역할을 밀고 나가기 힘든 국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한국의 외교 노선과 관련해 과거 정권때 주장됐던 '중재자론'과 관련해 "냉전 시기의 한국이, 이승만 박정희 때, '중간에서 뭘 한다'는 그런 얘기나 마찬가지"라며 "가능한 얘기가 아니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쪽 진영에 가는 수밖에 없는 게 맞다"고 했다.

다만 위 전 대사는 "지정학적인 여건에서 대 중국·러시아 관계, 한반도의 평화 안정, 비핵화, 통일을 고려하면 주변 국가들과 크게 척을 질 수는 없다"며 한국 외교의 좌표 설정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무기 직접지원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가치 외교, 자유 수호같은 얘기를 많이 해왔기 때문에 미국 등 서방의 기대를 크게 올려놨다"며 "그런 대외적인 천명과 무기 수출을 하지 않는 입장 사이에서 보이는 괴리가 난제"라고 했다.

◇핵 포기하니 침공당한 우크라…꼬인 대북 협상 숙제

(리시칸스크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루간스크의 리시칸스크에서 러시아 군의 포격을 받아 파괴된 학교의 모습이 보인다.   (C) AFP=뉴스1
(리시칸스크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루간스크의 리시칸스크에서 러시아 군의 포격을 받아 파괴된 학교의 모습이 보인다. (C) AFP=뉴스1

북한 입장에서는 핵무장을 포기한 우크라이나가 핵 보유국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구도를 '반면 교사'로 삼고 핵보유를 고집할 공산이 커진 상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남북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와 한국을 비롯한 '동류(like-minded) 국가'라고 불리는, 민주주의를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이 다시 뭉쳤고 이것이 북한의 입장에서 굉장히 불리하다"라며 "북한은 러시아와 동조화돼서 북한이 그렇게 원하는 제재 완화, 제재 철회 같은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박원곤 교수는 한국의 대우크라이나 무기 직접지원론에 대해 "개인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해 왔지만 정부가 안 하기로 결정을 한 상황에서는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낫다"고 했다.

◇전차 비싸게 만들어도 드론에 나가 떨어졌다

(바흐무트 로이터=뉴스1) 권진영 기자 =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바흐무트에서 제43중포병여단이 2S7 파이온 자주포에 로켓을 탑재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바흐무트 로이터=뉴스1) 권진영 기자 =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바흐무트에서 제43중포병여단이 2S7 파이온 자주포에 로켓을 탑재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우크라이나 전쟁이 드론 등 최첨단 IT(정보기술) 전쟁 양상으로 전개된 것에 국방 당국이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예비역 육군 준장인 한설 전 육군군사연구소장은 "아무리 비싼 전차를 만들어도 드론 한 방에 나가 떨어지고, 전함 항공기 전차 같은 것들이 제대로 전장에서 역할을 잘 하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 됐다"며 "우리가 지금까지 봤던 전쟁의 양상이 더는 작동하지 않게 됐다"고 했다.

한설 전 소장은 이번 전쟁의 결말에 대해서는 "러시아는 한 70% 정도의 (우크라이나) 군사 기지를 다 파괴하고 시작했기 때문에 이겨놓고 전쟁을 한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얼마나 좀 더 방어를 잘할 수 있느냐의 문제일 뿐 러시아가 이길 것"이라고 했다. 한설 전 소장은 "한국이 무기를 직접 지원하면 교전 당사국이 되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직접지원 불가론을 주장했다.

◇적 안 만드는 게 좋지만…동맹 美와 관계도 살펴야

(쿠피안스크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쿠피안스크에서 전차가 러시아 군을 향해 이동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쿠피안스크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1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쿠피안스크에서 전차가 러시아 군을 향해 이동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기순 덴톤스 리 법률사무소 상임고문(전 중국 삼성경제연구원장)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미중 간 갈등이 좀 더 장기화되고 심해지면 결국은 콜드워(Coldwar·냉전)로 갈 것"이라며 "적을 안 만드는 것이 할 수만 있다면 좋지만 미국과의 동맹 관계가 약화될 수 있어 그 균형을 정말 잘 잡아야 된다"고 했다.

러시아가 승전해도 미중 갈등에서 미국의 우위가 변함이 없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박기순 고문은 "러시아의 토지가 우크라를 가져가면 결국 유럽까지 더 확대되는 그런 결과를 가져올 경우 러시아가 살아난다는 얘기"라면서도 "워낙 무기 소진 등에 있어 러시아의 힘이 빠지고, 미중 간 충돌에서 미국이 우세할 것"이라고 했다.



러·우전쟁 1년, 애 끓는 전자업계…"삼성·LG 대신 샤오미 쓴다"


/사진 = 윤선정 디자인기자
/사진 = 윤선정 디자인기자

"러시아 시장에서 삼성전자·LG전자가 철수한 자리에 중국 기업이 들어가 있습니다."

17일 한 전자업계 인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1년을 앞두고 국내 전자·반도체업체에 끼친 영향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전쟁 장기화로 물류 차질과 원자재 값이 오른 데 이어 현지 공장·법인까지 '올스톱' 되면서 국내 기업의 매출이 급감했다는 것이다. 러시아 내 전자 시장에서 압도적 우위를 지키던 국내 기업들은 0% 대 점유율에 허덕이는 반면 중국 기업들은 틈새를 노려 점유율을 늘렸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 스마트폰의 러시아 시장 점유율은 0% 수준이다. 4월까지만 하더라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6%로 모든 기업 중 1위였다.

LG전자도 러시아 지역의 매출이 급감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LG전자의 러시아를 포함한 지역 매출은 1조 759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 3885억원)에 비해 3000억원 이상 줄었다. 2021년 19%의 점유율로 삼성전자(27%)에 이어 2위를 차지했던 TV 생산 공장도 가동을 멈췄다. 현지 1위인 세탁기·냉장고 등 주요 가전제품 공급도 중단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공장 재가동 여부는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수요 급감으로 전체 매출도 악화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생활가전 부문의 매출이 감소했고, 재고자산은 사상 처음으로 50조원대를 돌파했다.LG전자의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 사업본부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48.9% 줄었다. TV를 맡는 HE사업본부의 영업이익은 99.5% 급감했다. 이정희 HE경영관리담당 상무는 "러·우 전쟁 장기화로 소비심리가 악화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의 빈 자리는 중국이 메웠다.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해 있는 샤오미·리얼미·아너 등 중국 기업의 점유율 합계는 3분의 2에 달한다.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샤오미와 리얼미 등을 합친 것보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높았다. 러시아의 중국산 생활가전·반도체 등의 수입도 크게 늘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3~9월 중국의 대러 반도체 수출은 5억 달러로 2021년 전체(2억 달러)보다 많다.

업계는 현지 공장과 법인 가동이 멈춰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전쟁이 끝나더라도 국내 기업의 시장 재진입이 어려울 수 있다고 걱정한다. 러시아 시장이 차지하는 매출액도 많지만, 러시아 내 제품 공장이 독립국가연합(CIS)등 인근 국가의 생산 기지 역할을 하고 있어 철수할 경우 고스란히 손해를 떠안게 된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칼루가주에 TV·모니터 생산공장을, LG전자는 7000억원을 투입해 루자 공장과 현지 법인을 운영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는 동유럽 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주요 수출 대상국 중 하나였지만, 전쟁이 시작되면서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하는 등 관계가 급속히 냉각됐다"라며 "국내 기업이 그간 투자한 비용은 물론 향후 동유럽 수출이 달려 있다는 점에서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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