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악소리' 나는데, 韓 물가 잡히나…10개월 만에 4%대

한국의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전망치보다 낮은 4%를 기록했다. 한 소비자가 쇼핑몰에서 의류 제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블룸버그

한국의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전망치보다 낮은 4%대를 기록한 것과 관련해 외신이 분석 기사를 내놨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웃도는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가운데 한국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완화되는 상황에 주목했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한국 통계청 발표를 인용해 한국의 소비자물가가 전년 같은 달 대비 4.8% 상승, 지난 1월(5.2%)에 비해 상승률이 둔화됐다고 전했다.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4%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4월(4.8%) 이후 10개월 만이다.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2021년 9월까지 2%대를 지속하다가 10월부터 3%대로 올랐다. 지난해 3월 4.1%를 기록하며 10년 3개월 만에 4%를 돌파했고, 7월 6.3%로 정점을 찍은 뒤 5%대로 내려와 올 1월까지 5%대를 지속했다.

블룸버그는 경제학자들이 예상한 2월 물가상승률 5%보다 낮다는 점을 짚었다. 당초 0.5%였던 기준금리를 3.5%까지 끌어올리는 긴축 조치에 나선 것이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는 효과로 이어졌다고 봤다.

다만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요금 상승세가 물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2월 주요 공공요금이 28.4% 상승했는데 이는 통계청이 해당품목 통계를 별도로 작성하기 시작한 2010년 이후 최고치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국의 경제 재개방 등도 에너지 비용 상승을 부채질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은이 2023년 연간 물가 전망치를 종전 3.6%에서 3.5%로 낮추긴 했지만 근본적인 물가 목표치인 2%보다 여전히 높은 것도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해석했다. 다음달 기준금리는 수출 부진, 소비 둔화, 부동산 침체 등 경제 지표를 감안해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세계 주요국의 물가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유로존의 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8.5% 올라 시장 전망치인 8.2%를 훨씬 웃돌았다. 사진은 독일의 한 쇼핑가./ⓒAFP=뉴스1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의 물가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발표된 유로존의 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8.5% 상승했다. 지난 1월 8.6%보다는 0.1%포인트 낮아졌지만, 시장 전망치인 8.2%를 훨씬 웃돌았다.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둔화됐지만 서비스와 원자재, 식품 등 가격이 일제히 뛰면서 물가 지표를 끌어 올렸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해 7월부터 기준금리를 3%포인트 인상했지만 인플레이션 완화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1년간 가파르게 금리를 올리고도 물가를 잡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지난 1월 CPI 상승률은 6.4%로 시장 전망치(6.2%)보다 높았다. 연준이 설정한 물가상승률 목표인 2%보다도 훨씬 높다.

세계 주요국에 비해 뒤늦게 물가 오름세가 시작된 일본도 상황이 심각하다. 지난 1월 일본의 CPI는 4.2% 올라 '제2차 오일쇼크' 때인 1981년 9월 이후 41년 4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일본은행 물가관리 목표(2%)의 2배가 넘는 것이다. 특히 원자재 가격 상승, 엔화 가치 하락 등으로 수입 물가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