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상장 '잇단 개입' 제동 건 금감원... "투자 선순환 막는다"

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이번 주 국내 증시는 IPO(기업공개)가 없었다. 당초 오는 22일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상장예정일이었지만 IPO가 철회됐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 국내외 어수선한 상황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금융감독원이 신사업 공모에 제동을 건 것으로 보여 비판이 이어진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부터 코스닥 IPO가 이어졌지만 이번 주 국내 증시에 상장이 없었다. 지난 17일 국내 엑셀러레이터(AC) 기업 최초 IPO에 나섰던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2020년 12월에 이어 두 번째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시장여건, 공모일정 등 제반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모를 철회했다"며 "이에 따라 대표주관회사 등의 동의 하에 잔여일정을 취소하고 본 철회신고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최근 IPO 철회 기업들이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 뒤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 등을 고려해 상장 철회를 결정한 것과 비교된다. 수요예측도 진행하기 전에 상장 절차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지난해 10월 20일 한국거래소로부터 예비 심사 승인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28일 최초 증권신고서를 제출했고 지난 1월부터 금감원 정정 요구를 받고 증권신고서를 세 번 정정했다. 이 과정에서 피어그룹, 밸류에이션 방식 수정 등 정정 과정을 거쳤다.


문제는 이달 7일 수요예측 하루 전날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이례적으로 금감원의 정정 요구를 또 받았다. 한국거래소 상장 규정상 거래소 심사승인 6개월 후인 다음달 20일까지 상장을 마쳐야 하는데 물리적 시간이 부족해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AC 최초 상장이라고 색안경을 끼고 본 게 아니다"라며 "업종 특성이 있어 면밀하게 본 건 맞지만 부족한 게 있어 자진정정하라고 계속해서 기회를 준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증권업계에서는 금감원이 사실상 새로운 산업의 혁신 상장을 또 한 번 막았다고 분석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승인을 내준 건데 금감원이 판단하기에 이슈가 있어 보여 못 하게 막은 것 같다"며 "AC 수익모델이 상장 경험이 많은 창업투자회사보다 변동성이 크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변동성이 커져 우려가 크다는 것도 이해되지만 (금감원이)신사업을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잦은 밸류에이션 개입은 권한 남용일뿐 아니라 시장 질서를 흐트러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장 기업의 자금 조달줄이 막힐 뿐 아니라 스타트업 기업의 투자 기회를 앗아갈 수 있어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AC는 3년 이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초기 창업자 등을 선발해 투자·육성하는 전문 창업기획자다. AC 첫 상장을 앞두고 증권업계에서도 기대가 컸다. 지난해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인지도 상승에 따른 '스타트업 지원 증가 → AC 육성을 통한 빠른 성장 → 후속라운드에서 투자 확대'의 선순환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