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침침해" 눈동자에 흰색이…백내장 아니고 '이것'일 수도

눈은 신체 기관 중 유일하게 노화와 관련된 표현(노안)이 있을 만큼 나이 들수록 고장 나기 쉬운 부위다. 고령화가 진행되며 노화 등으로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백내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수술이 이뤄질 만큼 환자가 늘었다. 지난해 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간한 '2021년 주요수술통계연보'에 따르면, 2021년 총 49만7000여명이 백내장 수술을 받아 2위인 일반 척추 수술(19만 명), 3위인 치핵 수술(15만8000명)을 크게 앞섰다.

그렇지만 고령층이 주의해야 할 눈병이 꼭 백내장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백내장과 비슷한 안과 질환이 익상편(翼狀片, 군날개)이다. 순천향대부천병원 안과 한정우 교수는 "많은 환자가 백내장과 익상편을 혼동하지만 두 질환은 원인과 치료법이 완전히 다른 병"이라고 말했다.


두 질환이 헷갈리는 건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이 높고 시력이 떨어지는 등 증상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백내장은 눈 속에 있는 수정체가 노화에 의해 변성돼 백색이나 황색, 갈색 등의 혼탁이 생기면서 시력 저하를 유발하는 병이다. 노화, 자외선, 당뇨로 인한 단백질 변성 등이 주요 원인으로 외상, 유전적 요인, 스테로이드 등 약물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사진 왼쪽부터) 각막을 침범한 익상편과 심한 수준(성숙)의 백내장. /사진=순천향대부천병원

반면 익상편은 눈의 결막에서 각막의 중심부로 흰색 살이 자라는 병이다. 결막이 노화하면서 혈관이 풍부한 비정상적인 섬유조직이 자라난다. 직업적으로 강한 햇빛이나 바람에 자주 노출되는 사람에서 주로 발생하는 데 역시 나이가 많을수록 발생률이 증가한다. 한 교수는 "익상편은 시력 저하와 충혈, 이물감, 난시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며 "다만 오랜 시간에 걸쳐 섬유조직이 서서히 자라기 때문에 자각 증상은 드문 편"이라고 설명했다.

두 질환을 혼동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백내장을 "눈동자가 뿌옇게 변하는 병"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눈동자의 백태가 보인다면 백내장이 아닌 익상편일 가능성이 크다. 익상편은 결막에서 각막 쪽으로 섬유조직이 자라나는 것이라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백내장은 동공 뒤의 수정체 즉, 안쪽 구조물이 혼탁해지는 질환으로 아주 심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이지 않는다.


백내장과 익상편은 치료법도 구분된다. 먼저 백내장은 약물 치료로 진행을 늦출 수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혼탁한 수정체를 제거하고 새로운 인공수정체로 교체하는 수술이 필요하다. 익상편은 초기에 발견하면 인공눈물을 사용해 안구 표면을 안정시키고 경과를 지켜보다, 난시나 시력 저하 등 이상 증상이 심하면 수술을 고려한다. 한 교수는 "단순히 익상편을 제거하기만 하면 공막이 노출되고 재발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절제 후 자가결막이식술이나 양막이식술을 통해 덮어주는 수술이 시행된다"며 "좋은 시력을 유지하려면 중년 이후부터는 1년에 한 번은 정기적으로 안과를 방문해 문제를 확인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