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 대표 가장 무거운 처벌에 법조계도 갸웃…"예방 아닌 처벌 목적"

"양형이 너무 가볍다고도 부족하다고도 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앞으로 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중대재해센터장)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 징역형 집행유예로 나온 데 대해 법조계에서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검찰 기소와 법원 판결로 중대재해에 대한 사법 가이드라인이 나오긴 했지만 여전히 모호한 법 규정과 적용으로 기업의 부담만 더 커졌다는 얘기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검찰이 기소한 사건은 현재까지 총 14건이다. 이 가운데 지난 6일 첫 판결이 나왔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4단독 김동원 판사는 이날 하청업체 근로자의 사망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온유파트너스 대표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했다.

이 사고로 함께 법정에 원청·하청업체 관계자는 4명이었는데, 이들 가운데 원청업체 대표인 A씨만 중대재해법 적용을 받아 형이 가장 무겁게 선고됐다.

원청·하청업체 현장소장은 업무상과실치사,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기소돼 징역8월에 집행예유예 2년, 현장안전관리자는 업무상과실치사로만 기소돼 벌금500만원에 처해졌다.


이번 선고에서 법조계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도 하청업체의 사고에 대해 원청 대표에게 책임을 물은 이 대목이다. 검찰이 기소한 나머지 사건 13건 가운데 온유파트너스처럼 하청업체 근로자의 사망 사고와 관련해 원청업체 대표가 기소된 사건이 11건이다. 사건별로 구체적인 사실관계에는 차이가 있지만 언제든 원청업체 대표의 책임을 제기할 수 있는 선례가 만들어지면서 다른 기업들도 처벌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법조계에선 여전히 수긍하기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상호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중대재해대응센터)는 "중대재해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과연 경영책임자, 그것도 원청 대표와 하청업체 근로자의 안전사고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얼마나 어떻게 인정되는지, 인정된다고 해도 원청 대표에게 가장 무거운 형을 선고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중대재해법이 적용된 이번 판결 자체가 명확치 않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박찬근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중대재해법 대응 TF)는 "첫 판례인데도 상당히 추상적"이라며 "안전의무 이행 위반을 유죄 판결의 가장 큰 이유로 들었는데 위반이라고 본 논리의 흐름이 충분하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노동계에서는 "솜방망이 판결", 재계에서는 "경영 리스크 심화"로 반응이 엇갈리는 것을 두고 법 효과가 모호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중대재해법이 예방법인지, 처벌법인지 확실치 않은 데다 입법 효과도 또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박찬근 변호사는 ""중대재해법에서 규정하는 의무 내용이 너무 포괄적이어서 오히려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보완 입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