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과 '딴판' 범죄자 신상공개…"머그샷 공개" 목소리 또 나온다

'강남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재력가 부부 유상원(50)·황은희(48)가 13일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스1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재력가 부부가 13일 검찰 송치 전 외투 모자를 뒤집어쓴 채로 포토라인에 섰다. 고개를 숙여 얼굴이 완전히 보이지 않았지만 경찰이 전날 공개한 증명사진과 딴판이었다. 흉악범 신상공개 제도를 실효성 있게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12일 신상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범죄의 중대성 및 잔인성 인정된다"며 서울 강남구에서 발생한 납치·살해 사건 피의자 유상원(50세)·황은희(48세)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경찰 관계자는 "유사 범행에 대한 예방 효과 등 공공의 이익이 있다고 판단됨에 따라 '피의자의 성명·나이·사진'을 공개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이 12일 특정강력범죄 피의자 2명에 대한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 강남 납치·살인 사건 배후로 여겨져 강도살인교사 혐의를 받는 유상원, 황은희 부부에 대한 신상공개를 결정했다. 사진은 유상원(50), 황은희(48). /사진제공=서울경찰청

하지만 공개된 신분증 증명사진은 촬영 시점을 알기 어려울 정도로 오래돼 보였다. 특히 이들은 송치 당시 안경을 쓰고 있어 증명사진과 실제 모습이 크게 달랐다. 이에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범죄 예방 등을 목적으로 사진을 공개하는 것인데 과거 사진을 공개하면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앞서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사형이 구형된 이기영도 촬영 시점을 알기 어려운 과거 운전면허증 사진이 공개됐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피의자 전주환(31)도 증명사진이 배포됐지만 검찰 송치 과정에서 실제 얼굴과 크게 달라 논란이 일었다.

이에 흉악범에 대한 '머그샷'(mugshot·범인 식별용 얼굴 사진)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범죄 예방 등 신상공개 제도 취지를 살리기 위해 최근 촬영한 사진을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경찰은 체포된 모든 피의자의 범죄 종류나 국적과 상관없이 머그샷을 공개한다. 일부 주(州)에서는 교정당국이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 머그샷을 게시하기도 한다. 일본에서도 강력 범죄 피의자의 얼굴 등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범죄사건을 보도할 때 실명보도가 원칙이기도 하다.

미국 '희대의 살인마'로 꼽히는 찰스 맨슨의 머그샷. / AFP=뉴스1

그러나 한국에서는 피의자 본인의 동의 없이 머그샷을 강제로 공개할 수 없다. 현재 경찰은 신상공개가 결정되더라도 법무부 및 행정안전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피의자의 동의를 받았을 때만 머그샷을 공개할 수 있다. 당사자가 거부할 경우 신분증의 증명사진만 공개할 수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결정되면 그 신상공개는 제대로 돼야 한다"며 "제도가 존재하지만 없는 것보다 못한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알 수 없게 보정된 사진을 공개하는 것은 진정한 신상공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 강남 주택가에서 4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이경우(35·왼쪽부터)·황대한(35)·연지호(29)의 신상정보가 5일 공개됐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이들의 얼굴과 이름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의결했다. (서울경찰청 제공) 2023.4.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상공개 제도 취지를 살리기 위한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피의자의 신상에 관한 정보 공개의 구체적 기준을 대통령령으로 마련하게 하는 '특정 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해 12월 대표발의했다.

이 의원은 "증명사진이 아닌 머그샷을 공개하도록 하는 등 신상공개제도가 유명무실하지 않도록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제도가 보완돼 국민의 알 권리 보장뿐 아니라 재범을 막는 데 이바지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머그샷 공개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장영수 경찰청 인권위원장(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범인으로 지목됐다가 진범이 아닌 것으로 판명난 경우도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며 "신상이 공개돼 범인으로 알려진 사람들은 추후 그 피해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