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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는 말만 했다면"…부모 토막 살해한 아들의 눈물[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 박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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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2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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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과천 부부 토막 살인 사건 범인 이모씨. /사진=KBS 표리부동 방송화면 갈무리
과천 부부 토막 살인 사건 범인 이모씨. /사진=KBS 표리부동 방송화면 갈무리
"쓰레기봉투를 옮기는데 유난히 무거워 열어 보니 남녀 토막 시신들이 들어 있었어요."

2000년 5월 24일.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 한 공원 쓰레기통에서 남성과 여성 시신이 비닐봉지 여러 개에 담겨 버려진 것을 환경미화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사건 당일 범인을 검거했고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끔찍한 토막 살인 사건 범인은 다름 아닌 피해자들의 둘째 아들 이 모(당시 24)씨였다.


원인은 가정 폭력…"어릴 때부터 부모가 학대했다"


당시 언론은 천인공노할 패륜범죄라며 대대적으로 사건을 보도했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되면서 가정폭력이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범행동기에 대해 "어릴 때부터 부모가 나를 학대하고 냉정하게 대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그에 따르면 군 장교 출신인 그의 아버지는 어렸을 때부터 이씨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고 엄격하게 대했다. 그의 어머니도 머리가 나쁘다고 구박하고 자주 때리는 등 심각한 학대를 가했다.

일례로 이씨는 유치원생 시절에 신발 끈을 못 묶는다고 심한 체벌을 받았고 시계 보는 법을 맞으면서 배웠다고 한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나가 죽는 게 좋겠다", "싹수가 노랗다" 등 막말까지 들어야 했다.
과천 부부 토막 살인 사건 범인 이모씨가 현장검증 중인 모습. /사진=KBS 표리부동 방송화면 갈무리
과천 부부 토막 살인 사건 범인 이모씨가 현장검증 중인 모습. /사진=KBS 표리부동 방송화면 갈무리
긴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내성적으로 변한 이씨는 학창 시절을 비롯해 군대에서도 '왕따' 생활을 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부모는 이씨의 고통에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제대 후에도 멸시와 폭언을 이어갔다.

범행 후 이씨는 "아버지는 개 쳐다보듯이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부모는 내 생일을 한 번도 챙겨주지 않았다. 군대 있을 때도 면회 한번 오지 않았다. 부모로부터 칭찬이나 인정을 받아본 적이 없다. 나중에는 내 부모가 맞는지 회의할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가해자가 돼버린 가정폭력 피해자


사건 직전인 2000년 5월 11일. 억눌려왔던 분노가 폭발한 이씨는 부모와 크게 다퉜다. 이 과정에서 "너 같은 놈은 사회생활 못 한다", "너 같은 자식 필요 없다" 등 폭언을 들었고 그는 그렇게 방에 틀어 박혀 지내기 시작했다.

이후 10일 뒤인 그해 5월 21일 새벽 이씨는 술에 취한 상태로 어머니를 둔기로 살해했다. 이후 약 4시간 후 아버지도 같은 방법으로 죽였다. 범행 전까지 그의 부모는 단 한 차례도 이씨의 방문을 열어보지 않았다고 한다.

범행 후 이씨는 이틀에 걸쳐 시신을 토막 내 여러 곳에 유기했다. 시신은 3일 뒤에 한 환경미화원에 의해 발견됐고 그날 이씨는 경찰에 검거됐다.

이씨는 한 인터뷰에서 "토막 살해한 것은 보복적인 행동이 아니었다. 무서워서 그랬다. 없던 일로 만들고 상황을 모면하고 싶었다"며 "시체만 없어진다면 무서움이 사라지리라 믿었다. 시체에 칼을 대니 정해진 듯 자동으로 모든 일을 할 수 있었다. 피범벅이 된 내 모습을 보고도 두렵지 않았다. 나는 이미 그때 제정신이 아닌 짐승이었기 때문"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미안하다 한마디만 했다면 용서할 수 있었는데"


과천 부부 토막 살인 사건 범인 이모씨. /사진=KBS 표리부동 방송화면 갈무리
과천 부부 토막 살인 사건 범인 이모씨. /사진=KBS 표리부동 방송화면 갈무리
존속 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씨는 1심에서 사형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그의 친형과 고교 동창 진술로 무기징역으로 감형받았다.

당시 이씨 친형은 "우리 부모가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갖는 만큼의 애정만 우리에게 줬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고교 동창도 "체육 시간에 옷을 갈아입을 때 이씨의 몸을 보면 언제나 멍투성이였다"며 가정폭력 정황을 증언했다.

이들의 진술은 이씨가 줄곧 언급한 가정폭력이 실제 있었다는 설득력을 줬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였다. 2심은 "그동안 당해온 가정폭력을 참작해야 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대법원까지 갔지만 상고가 기각되며 원심의 형인 무기징역이 최종 확정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당시 극도의 불안감과 피해의식 등 심신장애 상태였다는 점은 인정되지만, 부모를 잔혹하게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하는 등 범행의 극악성에 비춰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판결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에서 이씨는 "아버지가 나를 때리고 구박하고 하는 것은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때리고 나서라도 '나는 너를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만 했다면 나는 행복할 수 있었다", "부모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만 했어도 다 용서할 수 있었다" 등 부모에 대해 서운함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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