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中대사 관저行 이해 안 가"...국회 외통위원들이 본 논란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박상곤 기자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회동한 자리에서 한 망언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에서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외통위원들은 추후 전체회의가 열리면 이 문제를 정식으로 다루겠다는 입장이다.

14일 외통위 소속 한 국민의힘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형식과 내용 두 가지 다 문제였다고 본다. 관저는 사적인 장소인만큼, 만약 야당 대표가 비공식적으로 초청을 받고 찾아가 나눈 대화 내용이 언론에 공개가 안됐다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그렇지 않았다"며 "싱 대사의 발언도 문제인데 이 대표가 싱 대사의 발언을 중간에 제지하진 못했겠지만 발언이 끝난 뒤에라도 잘못된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싱 대사는 지난 8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하는 자리에서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등 한국에 경고성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싱 대사의 이같은 발언은 모두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야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외통위에서 활동하는 이원욱 민주당 의원도 전날 BBS 라디오 프로그램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당 대표 정도 되면 싱 대사가 국회로 와서 예방하는 것이 보편적인 일일텐데 (이 대표가) 굳이 관저까지 찾아가 싱 대사로 하여금 15분이나 되는 글을 낭독할 수 있게 기회를 주고 왜 그런 의전 자체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중국 대사는 현지에서 국장급으로 여겨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외통위 (전체회의가) 열리면 저도 지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싱 대사의 발언에 대해서는 외통위 소속의 여야 의원 모두 반감을 드러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싱 대사의) 발언에 분개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나"라며 "국민들 자존심이 짓밟히는 자리에 이 대표가 멀쩡히 들러리 선 데 대해서도 공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 대표의 태도에 대해서도 지적하며 "국내 정치인이 외국의 공관에 가면 공개 발언시 통상 정부와 '원보이스'(one voice·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원칙이다. 이 대표는 적어도 그 자리에 있었을 때 대한민국 정치인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싱 대사의 발언은) 아주 외교적으로 부적절한 표현"이라며 "(싱 대사의 발언이) 우리 주권에 관한 사항이고 어느 나라든 (그런 발언이) 외교적으로 결례가 되는 발언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가 논란이 촉발된 이같은 자리에 참석한 것에 대해서는 여야 의원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렸다.

이원욱 의원은 "이 대표가 왜 싱 대사를 만나게 됐을까를 유추해 본다면 윤석열 정부 들어 이념외교로 인해 실리외교를 놓치는 측면, 균형외교를 놓치는 측면에 대해 국민적 우려가 있다"라며 "최근 우리나라 수출은 7개월째 감소하고 있고 중국에 대한 수출 감소가 두드러진다. 이 문제를 윤석열 정부가 풀지 못하고 있어 이걸 어떻게 야당 대표로서 풀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외통위원으로 활동 중인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나와 "핵심은 결국 지금 우리날 대통령과 외교부가 미국과 일본과 관계를 중시해 나가는 과정에서 중국을 배척하는 듯이, 혹은 포위하는 듯이 보이는 것에 대한 (중국의) 반발"이라며 "외통위에서는 계속 미일 중심 외교가 결국 중국을 자극해 대한민국의 국익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단 우려를 계속 전달해 왓는데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라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같이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반면 외통위원으로 활동 중인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CBS 라디오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한중 관계 악화의 원인이 이전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한중 관계 악화된 원인이 뭔가. 문재인 정부 때 한중 관계, 제가 보기엔 정말로 굴욕 외교를 했다"라며 "결국 윤석열 정부 들어 북핵과 미사일이 계속 고도화했다. 고도화되는 것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한미 동맹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문제의 본질은 결국 북한 문제"라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아무리 야당 대표라지만 '정치는 국경에서 멈춰야' 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이 대표처럼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비판을 사실상 중국 땅인 대사관저에 가서, 국경을 넘어가서 한 것은 정치가 아니다. 이번 이 대표의 행동은 한 마디로 당리당략에 눈이 멀어, 또는 개인적인 정치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국익을 훼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