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안 낳는데 노키즈존 줄줄이…"편협한 韓"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출산율 세계 꼴찌 국가에서 저출산 대책에 수백조원을 쏟아부었으나 동시에 '노키즈존(No kids zone)'이 생겨난 상황에 대해 외신이 "다소 비생산적"이라고 평가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나라에서 '노키즈존'의 타당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최근 한국에 노키즈존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여러 조사를 인용해 노키즈존은 제주에만 80여곳, 전국에 400여곳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에 대해서는 "세계에서 가장 출산율이 낮은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인구 고령화가 빠른 나라"라며 "서서히 줄어드는 노동 인구가 창출하는 세금 수입으로 늘어나는 은퇴자 연금과 의료 수요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사상 최저치인 0.78명으로 떨어진 점을 두고서는 "안정적인 인구 유지에 필요한 2.1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며 세계에서 가장 고령화된 국가인 일본(1.3명)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고령화 문제에 직면한 미국(1.6)명보다도 훨씬 낮다"고 언급했다.


CNN은 "한국 정부는 지난 16년 동안 아이를 갖도록 장려하는 데 2000억달러(약 260조원) 이상을 지출했다"며 "노키즈존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돈을 투입하기보다 어린이에 대한 사회의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제안한다"고 했다.

한국에서 노키즈존이 생긴 계기로는 2012년 발생한 '푸드코트 화상 사고'를 짚었다. 뜨거운 국물을 나르던 50대 종업원이 어린이에게 화상을 입혔다고 아이의 어머니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것.

처음에는 어머니와 아이에 대한 동정 여론이 뜨거웠지만 식당에서 아이가 뛰어다니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공개되면서 아이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은 어머니가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에서 어린 자녀를 둔 부모와 보호자의 책임과 권리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이에 최근까지 노키즈존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2021년 한국리서치의 조사 결과 노키즈존에 대해 성인 10명 중 7명 이상이 찬성하고 2명 미만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CNN은 설명했다.

한편 한국에는 노키즈존뿐 아니라 "청소년 출입금지" "시니어 출입금지" "중장년층 금지 구역" 등 연령대를 기준으로 구역을 설정하기도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네덜란드 라이덴대학의 한국 전문가 보니 틸랜드 교수는 "(구역 설정은) 한국의 강력한 친기업 정서에서 비롯된다"며 "사업주가 누구를 고객으로 받아들일지 결정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게 (한국의) 일반적인 사고방식"이라고 CNN에 말했다.

이어 "특히 20~30대 한국인은 개인 공간에 대한 개념이 강하고, 시끄러운 아이들과 시끄러운 노인들 모두에 대해 점점 더 내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공공장소에 자신과 다른 사람이 존재하는 것에 대해 편협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