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수금지 102년' 파리 센강, 2025년 '수영' 가능해진다

센강에 입수하는 파리 부시장들/영상=안 이달고 파리 시장 트위터

오는 2025년부터 프랑스 파리의 상징 센강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파리시가 수질 개선을 위해 2조원을 쏟아부은 결과로, 현지인들은 오염 때문에 수영이 금지된 지 102년 만의 변화를 눈앞에 뒀다.

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센강 세 곳을 수영 구역으로 지정하고 2025년부터 개장하겠다고 밝혔다. 수영구역은 생루이섬 맞은편, 서쪽 15구 콰이 데 그레넬, 동쪽 12구 베르시 인근이다. 시 당국은 부표를 설치해 수영구역을 구분할 방침이다. 강변에 탈의실과 샤워실, 물품 보관함 등을 마련해 이용객들의 편의를 도모할 예정이다. 인명 구조 요원도 배치한다.


센강에서의 수영은 파리지앵들의 오랜 소망이었다. 1900년 제2회 하계올림픽이 파리에서 개최됐을 당시 수영 종목 경기는 센강에서 치러졌다. 하지만 산업화와 인구 증가로 오수, 산업폐수 등의 유입이 늘면서 센강의 수질은 급격히 나빠졌다. 이에 파리시는 1923년부터 센강에서의 수영을 금지했다. 1924년 올림픽이 다시 열렸을 땐 수영장을 따로 만들어 경기를 진행해야 했다.

지난 2일 한 무리의 수영 선수들이 프랑스 파리 센강에서 수영을 즐기는 모습./AFPBBNews=뉴스1

물고기 한 마리 살지 못할 정도로 센강의 수질 오염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졌다. 1990년 당시 파리 시장이었던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은 "3년 안에 센강에서 수영할 수 있게 하겠다"며 수질 개선을 약속했다. 파리지앵들의 비웃음을 산 이 계획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센강 수질 개선 사업은 2024년 파리 올림픽 개최가 확정되면서 탄력을 받았다. 파리시는 지난 7년간 14억유로(약 2조원)를 투입하는 등 센강 정화 작업에 몰두했다. 시 당국의 노력으로 센강에서 서식하는 물고기 종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지난해 진행한 정기 수질검사 결과 수인성 박테리아 수치는 수영이 가능할 정도로 많이 감소했다. 다만 보트 운항 문제 등으로 도시 구간에서의 수영은 여전히 금지하고 있다.


프랑스는 파리 올림픽 개막식을 센강에서 진행한다. 역사상 처음으로 경기장 내부가 아닌 야외에서 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것이다. 센강을 더욱 깨끗하게 만들어 올림픽 수영 경기장으로 활용하겠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이달고 시장은 이날 트위터에 파리 부시장들이 센강에 입수하는 영상을 게시하며 "올림픽 덕분에 2025년부터 센강에서 수영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부시장들이 처음으로 강에 뛰어들었으며, 곧 여러분과 제 차례가 돌아올 것"이라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