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적자라고 세금 덜 내더니… 1~2년새 수천억 쌓은 대학병원

의료수익이 적자이거나 미미했다고 밝힌 일부 대학병원이 최근 2년 새 수천억원의 자금을 쌓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외 수익까지 포함해 거둔 수익이 늘었고, 그 중 일부를 고유목적사업을 위한 부채계상 준비금으로 회계 처리를 하면서 법인세를 거의 내지 않고 자기자본을 늘린 것이다. 일각에선 이를 편법 회계 처리 방식이라고 지적한다.

7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대현회계법인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가천대길병원, 인하대병원, 아주대의료원 등의 자기자본과 부채계상 준비금이 최근 2년새 최대 6000억원가량 급증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자기자본과 부채계상 준비금을 합한 준비금 가산 자기자본이 2020년 1조7975억원에서 지난해 2조3954억원으로 5979억원 불어났다. 같은 기간 서울아산병원은 1조9067억원에서 2조2558억원으로 3491억원 증가했다. 가천대병원 1922억원, 인하대병원은 30억원, 아주대의료원은 141억원 늘었다. 2년간 준비금가산 자기자본이 모두 두 자릿수 비율로 늘어났다.

서울대병원과 인하대병원은 의료손익(영업이익)이 지난해 각각 -482억원, -161억원의 적자였음에도 쌓아둔 자금이 불어난 것이다. 가천대길병원은 지난해 의료손익이 485억원에 불과했는데 늘어난 준비금가산 자기자본은 의료손익보다 더 큰 규모인 1314억원에 달한다.

이는 매출로 볼 수 있는 의료수익과 의료외 수익(장례식, 임대수익 등)이 늘어난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2021년 의료수익이 2조1789억원, 지난해 의료수익은 2조3034억원으로 각각 전년보다 12.4%, 5.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서울아산병원 의료수익은 각각 2조5946억원으로 16.3%, 2조7821억원으로 7.2% 늘었다.


또 고유목적사업으로 향후 쓸 지출을 미리 부채계상 준비금으로 많이 잡아둔 것도 한 원인이다. 대학병원은 공익법인이나 비영리법인이라 고유사업목적으로 미리 부채계상 준비금을 통해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이를 활용해 법인세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아직 비용을 쓰지 않았지만 미래에 쓸 것이라며 돈을 보유한 채로 비용 처리를 하는 것이다. 서울대병원의 지난해 부채계상 준비금은 7601억원, 서울아산병원의 부채계상 준비금은 7269억원에 달했다. 가천대길병원은 2813억원, 인하대병원은 1111억원이었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대학병원의 의료손익만 보면 적자이거나 크게 돈을 못 버는 것 같지만 실제 의료수익은 상급종합병원 위주로 보장성을 강화한 일명 '문재인 케어' 이후 급증했고, 대학병원들이 자금을 쌓아둘 만큼 자금도 많이 남겼다"고 말했다. 이어 "세금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부채계상 준비금을 많이 잡아 이익을 유보해놓기도 했다"며 "문제는 이를 필수의료에 쓰지 않고 수도권 분원 설립 등에 쓰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대학병원들이 세금 회피용으로 꼼수 회계 처리를 한다고 비판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