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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벗는 한경협 류진 호(號) 순항의 조건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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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8.0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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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그룹 재가입 요청보다 전경련의 존재 이유 입증하는 게 우선[오동희의 思見]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일 산업협력 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2023.7.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일 산업협력 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2023.7.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재계와 국민의 요구'를 제대로 파악해 그 역할에 충실함으로써 존재이유를 입증해야 한다. 그러면 4대 그룹의 재가입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일이다.

전경련은 오는 22일 임시총회를 열어 단체명을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로 바꾸고 새출발하기 위해 지난 7일 류진 풍산 그룹 회장을 한경협 회장으로 추대했다. 재계는 한경협 신임 회장 추대로 전경련의 새출발에 기대가 높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도 산재해 있다.

최근 만난 4대 그룹 고위 관계자들은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재가입을 재촉하는데 어찌해야할 지 고민"이라고 한결 같은 목소리를 냈다. 대외적으로는 전경련에 변화가 있으면 다시 가입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이지만 그 속내를 보면 재가입에 머뭇거림이 많다.

4대 그룹의 눈치게임도 만만찮다. 삼성이 결정하면 따르겠다는 나머지 기업들의 분위기에 삼성의 압박감도 적지 않다. 외부인사로 구성된 삼성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도 이런 요구를 반영해 조만간 이 사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준감위는 앞서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해산안이 삼성에 전달됐을 때도 전경련 재가입 여부를 내부적으로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결론 없이 회의가 끝난 이유는 전경련을 탈퇴하게 된 원인을 현재도 여전히 해소하지 못한 때문이다. 정경유착 방지대책 등 쇄신안이 기대에 못미쳤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또 다른 기업 고위 관계자는 전경련 재가입 의사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가 전경련을 탈퇴한 이유가 해소됐습니까?"라고 되물었다. 당시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주요 그룹 총수들이 잇따라 곤욕을 치렀는데 이를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있는지를 물었다. 전경련이 혁신안으로 내놓은 윤리헌장 제정과 '윤리경영위원회' 설치에 대해서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현실적인 방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4대 그룹이 전경련을 탈퇴하게 된 계기는 2016년 12월 6일 열린 '박근혜정부의 최순실(본명 최서원)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다.

당시 전경련이 청와대의 요청으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의 자금 출연을 요구한 것에 대한 청문 과정에서 당시 청문위원이 재계 총수들에게 "전경련 탈퇴에 반대하는 사람은 손을 들라"고 하면서 시작됐다. 국민들 앞에서 사실상 탈퇴를 압박한 셈이다.

이제는 고인이 된 구본무 LG 회장(이하 당시 직책)은 압박에도 불구하고 가장 먼저 '전경련 탈퇴반대 의사'를 표하며 손을 들었다. 구 회장은 당시 "전경련은 헤리티지 재단처럼 (싱크탱크로) 운영해 각 기업들의 친목 단체로 남아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하고 '정경유착 금지법'을 만들어달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 그룹 회장은 '전경련 해체반대'에 손을 들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당시 "삼성은 전경련을 탈퇴하겠다"며 "앞으로 회비도 내지 않고, 개인적으로도 전경련 활동은 안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 부회장은 정치적 사건에 연루돼 그 후 2년간의 수형생활을 했고, 이와 연관된 또 다른 사건으로 현재 3년 째 재판 중이다.

전경련의 헤리티지재단화도, 정경유착금지법도 전혀 현실화되지 못한 상태에서 '전경련'의 이름만 '한경협'으로 바꾼다고 재가입할 명분이 없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입장이다.

4대 그룹 총수들 중 전경련 회장을 맡겠다고 선뜻 나서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름이 바뀌더라도 전경련(한경협) 회장 자리는 기업의 명운을 걸어야 할 정도로 정치적으로 부담이 큰 자리다. 그렇다보니 서로 미루다가 재계 순위 70위권의 방산기업인 풍산의 류진 회장이 추대될 수밖에 없었다.

류 회장에 대해 재계 안팎에서 기대와 우려가 상존하는 이유다. 오랜 방위산업으로 구축한 두터운 대미 인맥에도 불구하고 재계 70위권 기업이 재계 대표자리를 맡아 무게감이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기업들은 '재계의 대표'가 '전경련이 아니면 안되는 이유'도 묻고 있다. 그 답을 새로 출발하는 한경협이 제시해야 한다.

한경협은 정치권의 불필요한 외풍은 막고, 경제안보를 위해 힘을 모을 때는 앞장서는 기업의 리더로서 국민과 동행하면서 그 존재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그래야 4대 그룹도 그 배에 합류할 수 있다. 한경협의 류진호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기를 바란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 /사진=홍봉진 기자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 /사진=홍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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