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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원격 모니터링'에 방치된 환자들…의사들 "부정맥부터 도입해야"

머니투데이
  • 정심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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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8.2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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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원격 모니터링'에 방치된 환자들…의사들 "부정맥부터 도입해야"
심장 박동을 종잡을 수 없어 환자들이 늘 불안에 떨어야 하는 질환이 바로 '부정맥'이다. 심장 내 전기 신호의 발생·전달에 이상이 생겨 맥박이 갑자기 빨라지거나 맥박을 건너뛰기도 한다. 가볍게는 가슴 두근거림부터 심하면 흉통·실신에 돌연사까지 이어질 수 있어 치명적일 수 있다. 이런 부정맥 환자들을 위해 '부정맥 원격 모니터링'을 가능하게 해달라는 의사들의 외침이 나온다.

대한부정맥학회는 최근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부정맥 환자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심장 내 삽입 장치(CIED)'에 대한 원격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간 부정맥 환자의 심장에 이식해온 CIED는 원래 환자의 부정맥 정보·신호를 의사에게 보내는 원격 모니터링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원격 모니터링이 불법이라는 점에서 이 기능을 지난 30여년간 아예 꺼두고 사용해온 실정이다. 현행법상 환자에 대한 원격 모니터링 등 원격 의료를 시행하는 게 불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료법 제34조(원격의료)에 따르면 의료인은 컴퓨터·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원격의료를 할 수 있다. 의료인이 환자가 아닌 의료인에게만 원격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단 얘기다. 따라서 의사(의료인)가 모니터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살펴보거나 치료하는 건 아직 '불법'이다.

부정맥 원격 모니터링의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는 차태준 대한부정맥학회장. /사진=정심교 기자
부정맥 원격 모니터링의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는 차태준 대한부정맥학회장. /사진=정심교 기자
이에 학회는 부정맥 환자에 한해 원격 모니터링을 빠르게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차태준(고신대 복음병원) 대한부정맥학회장은 "부정맥 환자에게 심장 리듬의 변화가 불시에 나타나면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며 "기존엔 환자가 병원에 정기적으로 내원해야 CIED로부터 정보를 분석할 수 있었지만, 원격 모니터링 제도가 도입되면 내원 일정과 무관하게 담당 의사가 중요한 정보를 얻어 빠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정맥 원격 모니터링을 도입하면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란 게 학회의 입장이다. 노태호(가톨릭 의대 명예교수) 전 대한심장학회장은 "병원 밖에서 환자의 심박 이상 징후를 확인한 의사는 환자에게 연락해 빨리 내원하도록 유도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복지부 등 관계부처의 의료법 유권해석으로 이런 시스템이 제한받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현재 복지부는 원격 모니터링에 대해 '의료인과 환자 간' 원격 진료에 해당하며, 현행법상 불법이라고 해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 대한부정맥학회는 '인공지능 시대 부정맥 혼자 관리 발전 방향'을 주제로 연 기자간담회에서 "부정맥 원격 모니터링은 세계적 추세"라며 조속한 도입을 촉구했다. /사진=정심교 기자
지난 16일 대한부정맥학회는 '인공지능 시대 부정맥 혼자 관리 발전 방향'을 주제로 연 기자간담회에서 "부정맥 원격 모니터링은 세계적 추세"라며 조속한 도입을 촉구했다. /사진=정심교 기자
원격 모니터링 합법화를 둘러싼 거센 반발은 의료계 내부에서도 나온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의 본질과도 같은 '환자 대면 원칙'이 훼손되면 국민 건강에 커다란 위해를 초래할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못 박았다. 이는 △원격의료가 대면 진료를 어느 정도 보조할 수 있는지 과학적 분석자료와 정확한 통계자료가 아직 없다는 점 △원격의료의 안전성과 효과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 △우리나라는 대문만 열고 나가면 즉시 원하는 전문의에게 진료받을 수 있을 정도로 병·의원 접근성이 좋다는 점 등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의협의 이런 주장에 대해 의료계에선 "의협은 회원 대다수가 개원의"라며 "이들이 원격 모니터링을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원격 모니터링이 활성화하면 환자들이 동네 의원보다 병원급에 더 몰릴 것을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불법 원격 모니터링'에 방치된 환자들…의사들 "부정맥부터 도입해야"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하는 원격 모니터링과 원격 진료의 안전성·정확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지난 8일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한 기념 심포지엄에서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는 "분명한 가치는 환자의 안전"이라면서 "원격 진료를 위해서는 다양한 가치가 논의돼야 하는데, 지금 한국에서의 논의 수준은 안전한가를 먼저 따져봐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이 학회 김성환(서울성모병원) 보험이사는 "부정맥 원격 모니터링의 효과와 안전성, 임상적 혜택 등은 해외에서 이미 10건 이상의 무작위 대조 임상 연구에서 입증됐다"고 언급했다. 부정맥 원격 모니터링을 통해 환자에게 발생할 뻔한 심각한 부정맥 발생을 보다 일찍 발견하고, 부적절한 심장 충격을 줄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심장부정맥학회(HRS)는 지난 2015년 부정맥 원격 모니터링을 필수적으로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뿐 아니라 부정맥 원격 모니터링은 현재 일본·싱가포르·대만·중국 등 아시아 여러 나라와 서구 각국에서 부정맥 진료의 표준으로 권고하는 추세다. 게다가 원격 모니터링을 넘어 원격 수술도 시도하려는 분위기다. 이미 2019년 중국에선 50㎞ 떨어진 거리에서 돼지의 간 절제술을, 2021년 이란에선 5㎞ 거리에서 개 정관수술을 성공적으로 집도한 바 있다.

이 학회 오일영(분당서울대병원) 총무이사는 "부정맥 원격 모니터링으로 얻는 심장박동 정보는 전화·화상통신이 아닌 데이터전송장치, 앱을 통해서만 전달되므로 환자가 내원했을 때 얻는 정보와 완전히 똑같다"며 "의료의 품질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환자에게 문제가 발생할 때 좀 더 빠르게 조치할 수 있고 환자의 편의도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환자가 언제, 어디에 있든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원외에서 환자의 상태를 24시간 감시해 환자의 빠른 내원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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