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푸드 첫 '자본 리쇼어링'...오리온, 베트남서 1100억 배당

오리온 베트남 공장 전경. /사진=머니투데이DB

최근 라면, 과자, 만두 등 K푸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가 높아지면서 현지 시장에 진출한 국내 식품 기업들이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오리온 (91,800원 ▲100 +0.11%)이 업계 최초로 해외법인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국내에 배당으로 들여온다. 반도체 등 주력 수출 품목의 부진 속에 K푸드가 '자본 리쇼어링'을 본격화하면서 외화벌이의 구원투수가 될지 주목된다.

7일 오리온에 따르면 지난달 말 베트남법인으로부터 배당금 500억원을 수령했고, 다음 달 추가로 배당금 600억원을 들여올 예정이다. 국내로 들여온 배당금 1100억원은 충북 진천 공장 증설, 물류센터 건설 등에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온은 1995년 베트남에 초코파이를 첫 수출했고, 2005년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2006년 호치민 미푹공장, 2009년 하노이 옌퐁공장을 잇따라 세워 현지 생산과 판매를 본격화했다. 베트남 시장에선 포카칩(현지명 오스타)과 스윙칩 등 감자스낵류와 초코파이가 인기 제품이다.

지난해 오리온 베트남 법인 실적은 매출 4729억원, 영업이익 898억원으로 역대 최대 성과를 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누적 영업이익은 3063억원에 달한다. 그동안 영업이익은 대부분 현지 재투자 등에 활용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국내로 이익금을 가져온 것이다.

오리온 베트남 판매 제품. /사진제공=오리온

오리온 이후에도 국내 식품 기업의 자본 리쇼어링은 이어질 전망이다. CJ제일제당 (336,000원 ▲2,000 +0.60%)은 올해 상반기 북미 지역에서 193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농심 (402,500원 ▲5,000 +1.26%) 미국법인은 최근 2년간 1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 농심은 지난해 LA 2공장을 가동한 데 이어 동부 지역에 3공장 건설을 추진하며 현지 라면 생산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삼양식품 (325,500원 ▲15,500 +5.00%)도 불닭볶음면 인기에 힘입어 최근 5년간 해외에서만 2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치킨 프랜차이즈 BBQ는 최근 3년간 해외에서 5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냈다. SPC가 운영하는 파리바게뜨와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 등 제과 프랜차이즈도 북미 시장에서 이익을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세법 개정으로 해외법인 배당금에 대한 세부담이 대폭 줄어든 것도 향후 국내 식품기업의 자본 리쇼어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해외에서 먼저 과세한 배당금을 국내로 들여올 경우 배당금의 5%만 과세표준으로 정해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예컨대 해외에서 1000억원의 배당금을 들여오면 950억원은 비과세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