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ㅣ핑크빛 고척돔에서 약속한 미래

/사진=YG 엔터테인먼트

고척 스카이돔을 홈구장으로 쓰는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를 상징하는 색상은 버건디 색이다. 평소라면 짙은 빨강의 버건디로 물들어 있을 고척 스카이돔이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물론 그 주인공은 블랙핑크다. 공식 응원봉인 뿅봉을 손에 쥐고 각양각색의 핑크색 옷을 입은 팬들과 마주한 블랙핑크는 '걸그룹 최초 고척돔 입성'이라는 또 하나의 기록을 세워냈다.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 이들은 "앞으로도 멋있는 블랙핑크가 되겠다"며 팬들과의 미래를 약속했다.


블랙핑크(지수, 제니, 로제, 리사)는 17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월드투어 'BORN PINK'(본 핑크)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앙코르 공연을 펼쳤다. 지난해 10월부터 진행된 '본 핑크' 투어는 앙코르 공연을 포함해 북미,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중동 등 34개 도시에서 66회차에 달하는 규모로 진행됐다.



지난해 10월 이번 투어는 2만 명을 동원한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KSPO DOME)에서 시작했다. 약 1년 가량 전 세계를 돌고 금의환향한 블랙핑크는 걸그룹 최초로 고척돔에 입성, 3만 5000명의 관객과 함께했다. 투어의 시작점이었던 서울로 돌아온 블랙핑크는 총 180만 관객을 동원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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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원을 마무리하는 공연인 만큼 팬들의 기대도 남달랐다. 공연 시작 전부터 고척돔 일대는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블링크(블랙핑크 팬덤)가 모여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많은 관객이 모여 입장이 늦어졌고, 이로 인해 공연 시작이 지연되기도 했다. 시작을 기다리던 팬들은 전광판에 나오던 'Pink Venom'(핑크 베놈) 뮤직비디오의 볼륨이 커지며 공연장을 휘감자 팬들은 크게 환호했다. 뒤이어 블랙핑크가 무대에 등장했다. 제니가 "Kick in the door"를 외치며 노래가 시작돼자 지연된 시간에 대한 아쉬움은 눈 녹듯 사라졌다.


이날 무대는 한옥 풍의 기와 세트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미국 최대 음악 페스티벌인 코찰라에서 선보여 글로벌 팬들과 외신들의 찬사를 자아냈던 그 세트다. 블랙핑크는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과 상징성을 살리기 위해 굴곡표현, 재질, 입체감 등 디테일한 부분을 보완해 이번 무대에 다시 올렸다.


'핑크 베놈'으로 시작한 공연은 'How You Like That', 'Pretty Savage', 'Kick IT', '휘파람' 등으로 이어졌다. 공연의 시작부터 놓쳐서 안되는 무대들이 이어졌다. 지수는 "끝까지 이 에너지로 달려가자"며 팬들을 독려했다. 뒤를 채운 건 멤버들의 솔로 무대였다. 제니는 'Solo'와 'YOU & ME', 로제는 'Gone'과 'On The Ground', 지수는 'All Eyes On ME'와 '꽃', 리사는 'MONEY' 무대를 선보였다.

/사진=YG 엔터테인먼트

솔로 무대 후 다시 뭉친 멤버들은 'Kill This Love', 'Lovesick Girls', '불장난', 'Typa Girl', 'Shut Down', 'Don't Know What To DO', 'Tally', '뚜두뚜두', 'Forever Young' 등의 무대를 쉴 틈 없이 선보였다. 압도적인 퍼포먼스와 웅장한 무대 구성, 멤버들의 무대 장악력 등이 더해지자 왜 전 세계 팬들이 블랙핑크에 열광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현장에 자리한 팬들은 노래를 떼창하거나 자신만의 느낌대로 춤을 추며 콘서트를 온몸으로 즐겼다. 이 같은 뜨거운 열기는 'Stay', '붐바야', 'Yeah Yeah Yeah', '마지막처럼'으로 이어지는 앙코르 무대까지 계속됐다.


전 세계를 일주한 멤버들도 마지막 공연에서는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듯 보였다. 제니는 "이때까지 했던 쇼와 다르게 무대를 한 단락 한 단락 마칠 때마다 뭉클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진=YG 엔터테인먼트

특히 이번 공연은 데뷔 7주년을 지난 블랙핑크가 재계약을 앞둔 시점에서 진행돼 더욱 뜻깊은 의미를 지녔다. 블랙핑크는 물론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까지 말을 아끼고 있어 구체적인 진행 상황은 알 수 없지만, 이번 공연을 통해 완전체에 대한 멤버들의 의지만큼은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멤버들은 "마지막 공연"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지만, 블랙핑크의 마지막이 아닌 '본 핑크' 월드 투어의 마지막임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특히 제니는 "올해 7주년을 맞이했는데 그 시간들을 돌려보면 멋있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 한국에서 많이 못 만나기도 했다"며 "앞으로도 멋있는 블랙핑크가 되겠다"고 미래를 약속했다. 재계약을 확언할 수 있는 발언은 아니지만, 적어도 긍정적인 시그널임은 확실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