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못한 크루즈선 건조 꿈 이룬 中..1월 1일 상하이 출항

중국이 처음 건조한 초대형 크루즈 아이다 매직시티

중국이 처음으로 건조한 대형 호화 크루즈선이 내년 1월 1일 상하이항을 모항으로 첫 출항한다. 중국은 유조선과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조선 시장에서 원천기술 면에서 한국을 넘지 못하자 크루즈선을 신시장으로 정하고 투자를 진행해 왔다.

중국 아이다크루즈주식회사는 2023 우송커우 포럼에서 '아이다 매직시티'(愛達·魔都)호가 1월 1일 상하이 우송커우 국제크루즈항을 모항으로 출항한다고 발표했다고 중국 현지매체가 20일 전했다.


아이다 매직시티는 길이 323.6m, 총 톤수 13만5500톤에 2000개가 넘는 객실을 갖춰 승객 5246명을 포함해 직원까지 최대 6500명을 태울 수 있는 초대형 크루즈다. CSSC(중국국영조선공사) 계열들인 CSSC크루즈와 상하이 와이가오차오조선이 공동 설계하고 선조했다. 역시 CSSC 계열 크루즈사가 운영한다.

아이다 매직시티의 주요 기항지는 동북아 지역이다. 제주와 한국 본토 항구들, 일본 나가사키, 후쿠오카, 오키나와 등을 오갈 예정이다. 기본 항해는 4박5일 일정으로 짜여진다. 1월1일부터 시작될 패키지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은 3000위안~4500위안(약 54만~82만원)으로 책정됐다. 붐업을 위한 조치다.

중국 크루즈관광 산업은 코로나19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다. 2020년 초 발병 이후 대부분 크루즈사가 항해를 중단했고 이후 본토노선도 문을 닫았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29일 국제크루즈 재개 계획을 발표했고, 상하이와 선전 등에서 신중하게 사업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시장은 빠르게 반응했다. 텐진과 칭다오 등에서 국제 크루즈가 운항을 재개한 상태다.


아이다 매직시티의 취항은 중국 조선이 크루즈라는 첨단 고부가가치 시장에 진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크루즈는 유조선인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과 함께 대표적 고부가가치선으로 분류된다. 항공모함과 더불어 3대 선박으로 묶이기도 한다.

크루즈는 특히 엄청난 수의 승선인원에서 보듯 까다로운 안전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말 그대로 바다 위에 호텔을 지어야 하는 만큼 내장재와 건축기술 등도 기존 선박과는 차원이 다르다.

중국은 유조선과 벌크, 컨테이너선 분야에서 한국-일본과 오랜 기간 경쟁해 왔다. 일본이 사실상 범용 조선에 대한 투자를 접은 이후엔 한국과 혈전을 벌였지만 LNG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영역에서 기술격차를 따라잡지 못했다. 기존 선박은 물론 미래 선박으로 분류되는 가스추진선이나 수소운반 및 수소추진선 영역에서도 이미 한국 조선사들이 멀찍이 앞서가고 있다.

그러나 크루즈는 한국에도 미답의 영역이다. 짧은 전성기를 불사르고 사실상 사라진 STX그룹이 북유럽 대표 크루즈 조선사인 아커야즈를 인수하며 한국산 크루즈의 역사를 열었지만 그룹이 해체되면서 사업을 접었다. 아커야즈(STX유럽)는 핀란드 국영펀드 등에 매각됐다. 이후 일부 국내조선사에서 크루즈 건조 시도가 있었지만 시장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사업을 시작하지 못했다.

중국은 최근 자체 건조에 성공한 항공모함에 이어 크루즈시장에까지 본격 진출하며 상선 시장에서 한국에 뒤지는 아쉬움을 일정 푸는 한편 차원이 다른 선박건조 시대에 접어들게 됐다. CSSC는 두 번째 대형 크루즈선(사업명 H1509)의 건조에도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5년 인도될 H1509는 아이다 매직시티보다 선체는 17m 길고 객실은 19개 가량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크루즈선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지만 변수는 글로벌 크루즈 시장 규모다. 결정타는 코로나19가 날렸지만 글로벌 경기부진과 경제블록화는 글로벌 크루즈 네트워크를 축소시킬 수밖에 없는 요소다. 콧대높은 유럽이 꽉 잡고있는 크루즈선 시장 구조를 감안하면 중국산 크루즈선을 구입할 수 있는 고객도 제한적이다.

대표적인 대형 크루즈관광 시장이자, 중국산 크루즈선의 메인 고객이 돼야 할 중국부터 크루즈 관광은 축소 일로다. 중국통신협회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발병 이전 통계인 2018년 기준 중국 크루즈선 입항 건수는 13개 항 총 969척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95%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