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하면 사법수장 동시공백…국회에 넘어간 공, 헌재도 촉각

차기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이종석 헌법재판관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 2023.10.18./사진=뉴스1

이종석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18일 유남석 헌재소장의 임기 만료를 20여일 앞두고 후임 소장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헌재가 국회 인사청문회 등 임명준비 절차에 착수했다. 이 후보자 개인 신상에 대한 검증은 2018년 인사청문회 당시 이미 이뤄졌던 만큼 이번 인사청문회는 최근 5년여 동안 이 후보자가 헌재 재판관으로 제출한 의견과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을 중심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이 후보자가 2018년 헌재 재판관 임명 당시 이미 한차례 국회 문턱을 넘긴 했지만 이번에는 무난한 동의안 처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2018년 당시에는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이 헌재 재판관 후보자를 1명씩 추천해 선출안 3건을 모두 같은 날 본회의에서 가결했다.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인사였던 이 후보자도 인사청문회에서는 배우자의 위장전입 전력 등을 지적 받았지만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201표, 반대 33표로 선출안이 가결되는 등 더불어민주당의 반대 기류가 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국회 분위기가 만만찮은 상황이다. 국회 과반을 보유한 민주당이 이달 6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킨 데 이어 이종석 후보자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과의 친분 등을 두고 벼르는 상황이다.

헌재소장 임명이 불발되거나 지연될 경우 대법원장에 이어 헌재소장까지 사법부 양대 수장이 동시에 공석인 사태를 피하기 어렵다. 대법원장의 경우 후보자 지명과 국회 인사청문회, 국회 동의 등의 절차를 고려하면 최소 한달 이상의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헌재소장이 공석이 되면 2018년 9월 취임한 이은애 재판관이 재판관들이 회의를 거쳐 권한대행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헌재소장 권한대행 체제는 2000년대 들어 총 5차례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가 진행 중이던 2017년 1월에도 박한철 헌재소장이 임기만료로 퇴임하자 최선임이었던 이정미 재판관이 권한대행으로 선출됐다.


법조계 한 인사는 "유남석 소장이 다음달 퇴임하면 헌법재판관이 8명으로 줄면서 민감한 사건에서 찬반 의견이 4대 4 동수로 갈릴 수 있기 때문에 사건 심리가 지연될 수 있다"며 "연간 헌재 접수 사건이 3000건을 넘어선 상황에서 소장 공백이 길어지면 사법시스템 문제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