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현희 예비신랑에 10명이 당했다...판결문 보니 "전청조는 여성"

남현희씨가 운영하는 펜싱아카데미 SNS에 게시된 남씨(왼쪽)와 전청조씨(오른쪽 노란색 원 안). /사진=뉴스1

전 국가대표 펜싱선수 남현희씨(42)의 예비신랑 전청조씨(27)와 관련해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고 전과가 있다는 의혹이 확산하는 가운데 전씨와 이름이 같은 여성 전과자의 판결문이 확인됐다. 전씨가 적어도 2020년까지 법적으로는 여성으로 다수의 사기 전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25일 머니투데이가 확인한 인천지법 제4형사부(부장판사 고영구) 판결문에 따르면 전씨는 1996년생 여성으로 2020년 12월11일 사기 혐의 등에 대해 징역 2년 3개월을 선고받았다. 당초 사기 혐의 사건 재판 2건의 1심에서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8개월이 선고됐다가 항소심에서 사건이 병합되면서 최종 2년 3개월이 선고, 확정됐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전씨가 다수의 피해자를 기망해 3억원에 가까운 거액을 편취해 죄책이 무겁다"며 "피고인은 대부분 피해자의 피해를 변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1·2심 판결문에 따르면 전씨는 사기 행각으로 10명의 피해자들로부터 수백차례에 걸쳐 합계 3억여원을 편취했다. 전씨는 특히 여자인데도 남자 행세를 하거나 재벌그룹의 혼외자라고 피해자들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한 사람에게서 최고 7000여만원의 거액을 받아낸 사건부터 50만원 상당의 물품을 사용한 뒤 돌려주지 않은 사건까지 다양하다.

판결문에 드러난 신분…남성 행세한 여성, 승마선수 아닌 말 조련사, 재벌 3세도 아니다

남현희씨가 운영하는 펜싱아카데미 SNS에 게시된 남씨(왼쪽)와 전청조씨. /사진=뉴스1

판결문에는 전씨의 과거 직업과 행적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도 나온다. 전씨는 2018년 4월 이성만남주선 앱을 통해 알게 된 피해자 A씨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말 관리사인데 손님의 말 안장을 훼손해 보상해줘야 하니 돈을 빌려달라"고 속여 같은 날 99만원을 송금 받는 등 그해 11월까지 18차례에 걸쳐 총 5760여만원을 받았다.


이 사건에 대해 재판부는 "전씨가 프리랜서 말 조련사로 일하고 있었지만 손님의 말 안장을 훼손한 사실이 없고 처음부터 돈을 빌리더라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이 유흥비와 생활비, 기존 채무 변제 등으로 사용할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남현희씨와의 재혼 발표 과정에서 자신을 재벌 3세 남성이라고 밝힌 것과 비슷한 사건도 있다. 전씨는 2019년 6월 제주 서귀포시에서 피해자 남성 B씨에게 접근해 남자 행세를 하면서 제주시 모호텔 회장의 혼외자라고 주장하며 사기 행각을 벌였다. 전씨는 당시 "2019년 10월부터 카지노에 복귀할 예정인데 복귀하면 당신을 비서로 고용하겠다"며 "법인에 근무하려면 신용등급을 올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 필요하니 8000만원을 달라"고 피해자를 속였다.

1심 재판부는 "전씨가 모호텔 회장의 혼외자가 아니고 피해 남성을 고용할 능력도 없었으며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을 아파트 임차보증금과 생활비, 기존 채무 변제 등으로 쓸 생각이었다"며 "2019년 7~8월 14차례에 걸쳐 피해자를 속여 총 7280여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전씨는 같은 해 4월에도 제주시에서 피해자 C씨에게 남자 행세를 하면서 "아내의 친오빠가 서울에서 물 관련 투자 사업을 하는데 300만원을 투자하면 6개월 후에 수익을 내서 50억원을 주겠다. 혹시 사업이 안 되면 원금을 포함해 500만원을 보장하겠다"고 속여 같은 날 100만원, 이틀 뒤 200만원 등 300만원을 계좌로 송금 받았다. 또 C씨에게 50만원 상당의 얼굴 마시지기를 빌린 뒤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도 기소됐다.

재판부는 "전씨가 여성으로 아내의 친오빠가 없었고 피해자로부터 300만원을 받더라도 수익을 내서 50억원을 돌려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전씨는 2019년 9월에는 다시 여성으로 돌아가 서울 중구 약수역에서 피해 남성 D씨에게 "함께 살자. 나는 혼수를 해올테니 너는 네 명의로 대출을 받아서 집을 구하자. 집을 구하는 데 필요하니 대출을 받아서 돈을 달라"고 속여 D씨로부터 같은 날 100만원을 송금 받고 보름여 동안 37회에 걸쳐 총 2300여만원을 편취했다.

결혼 사기 또 있었다…"해외에 있다" 속여 계좌송금 받기도

사진=남현희 인스타그램 캡처본

결혼과 동거를 핑계로 돈을 받아낸 사건은 더 있다. 전씨는 2019년 12월 서울 용산구 한 매장에서 소개팅 앱을 통해 알게 된 피해자 E씨에게도 "함께 살 집의 계약금을 지불해야 하니 대출을 받아서 1000만원을 빌려주면 갚겠다"고 속여 같은 날 피해자가 대출을 받게 하는 등 그해 말까지 5차례에 걸쳐 총 4090여만원을 편취했다.

2020년 1월에는 소개팅 앱을 통해 알게 된 또다른 피해자 F씨에게 "결혼하자. 함께 살 집에 가구가 필요한데 카드를 주면 내가 사용하고 갚겠다"고 속여 같은 날 F씨 아버지 명의의 카드를 받은 뒤 일주일여 동안 29차례에 걸쳐 1180여만원 상당을 사용했다. 전씨는 한달 전인 2019년 12월 F와 사귀기로 한 무렵에는 "당체 승마복을 맞출 돈이 필요한데 빌려주면 금방 갚겠다"고 속여 같은 날 5차례에 걸쳐 310여만원을 받아냈다.

2019년 8월 서울 송파구에서는 소개팅 앱을 통해 알게 된 피해자 G씨에게 "급하게 돈이 필요한데 되는대로 빌려주면 한달 안에 갚겠다"고 거짓말을 해 같은 날과 다음날 각각 410여만원, 1300여만원 등 총 1710여만원을 받아냈다.

해외에 있다고 속여 돈을 편취한 사건도 다수다. 2019년 9월 서울 용산구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또다른 피해자 H씨에게는 "계좌이체로 투자를 해야 하는데 미국에 있어서 계좌이체를 할 수 없으니 대신 송금해주면 한국에 돌아가 2배로 갚겠다"고 속여 같은 날 75만원을 송금받은 것을 포함해 같은 해 11월까지 34차례에 걸쳐 총 1670여만원을 받아냈다.

전씨는 이보다 한달 앞선 8월에는 경기 하남시의 주거지에서 지인이었던 피해자 I씨에게 카카오톡 메신저로 "돈 문제로 고소가 들어왔고 협박을 당하고 있는데 합의하는 데 돈이 필요하니 빌려달라"며 "지금 외국에 있으니 한국에 돌아가서 갚겠다"고 거짓말을 해 I씨가 73만원 상당의 항공권을 대신 결제하도록 하는 등 일주일여 동안 21차례에 걸쳐 4040만원을 받아냈다.

같은 사람 두번 속인 사례도…고소 당하자 손해배상 요구

인천지방법원 전경. /사진=뉴스1

전씨는 1인 2역을 하면서 같은 피해자를 두번 속여 돈을 받아내는 대범함도 보였다. 2019년 8월 서울 송파구에서 피해자 J씨에게 인스타그램을 통해 "아는 사람을 통해 외국에 나가 취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 사람을 소개해줄테니 돈을 보내라"고 속인 뒤 외국에서 취업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람처럼 행세하면서 또다시 "취업하게 해줄테니 돈을 보내라"고 거짓말을 하는 방식으로 68만원을 송금받았다.

전씨는 3개월 뒤인 같은 해 11월 제주 서귀포시에서 J씨에게 카카오톡으로 "네가 나를 사기죄로 신고하는 바람에 법인 설립을 못하게 돼 금전적인 피해를 입었으니 카드론 대출을 받아서 손해배상을 해달라"고 속여 또다시 495만원을 받아냈다.

피해자들이 많다보니 전씨의 1심 재판은 두 번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전씨는 1심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선고한 징역 2년 3개월은 전씨와 검찰이 모두 받아들여 확정됐다.

올초 "일론 머스크와 펜싱 대결한다"며 남현희 찾아

2016 리우올림픽 당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리우센터 파빌리온에서 훈련전 머리를 질끈 묶고 있다. /사진=뉴스1

앞서 남현희씨는 지난 23일 15세 연하이자 재벌 3세라고 주장하는 사업가 전씨와 재혼을 발표했다. 전씨는 자신을 '미국에서 나고 자란 재벌 3세이자 예체능 교육 및 IT 관련 일을 하는 사업가로 과거 승마선수'라고 소개했다.

이후 전씨의 정체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남현희씨는 "거짓 또는 악의적이거나 허위 내용을 담은 게시글 등으로 인해 허위사실이 유포될 경우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전씨는 지난 24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사기꾼이다', '남자가 아니라 여자다' 등의 댓글을 봤다"며 "나는 괜찮다. 시간이 지나면 다 알게 될 거라 괘념치 않는다"고 말했다.

남씨와 재혼을 발표할 당시 두 사람은 올 1월 첫 만남에 대해 "(전청조가) 비즈니스 업무로 급히 펜싱을 배워야 하는데 대결 상대가 취미로 펜싱을 오랫동안 해왔던 사람이라 꼭 이기고 싶다고 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측근에 따르면 전청조가 언급한 대결 상대는 일론 머스크로 알려졌다.

전청조에게 속은 피해자들은 "전청조가 말을 기가 막히게 한다"며 "계속 듣다 보면 진짜 같아서 속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남씨는 전 사이클 국가대표 출신의 공효석씨와 2011년 결혼해 슬하에 딸 한 명을 뒀지만 12년 만인 지난 8월 이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