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쇼크에···팬데믹 때 보다 주가 하락한 호텔신라 눈물의 개미들

호텔신라 (50,600원 ▲600 +1.20%)가 털썩 주저앉았다. 역대급 어닝 쇼크로 주가가 코로나19 폭락장 때보다 더 크게 떨어졌다. 투자자들은 실망매물을 던진다. 실적 개선을 통한 주가 반등을 꿈꾸지만 증권가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30일 호텔신라는 전 거래일보다 7700원(11.24%) 하락한 6만8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 5만7900원까지 하락하며 2017년 10월 이후 6년 만에 최저가를 찍었다.


역대급 어닝 쇼크가 호텔신라 주가를 뒤흔들었다. 호텔신라는 지난 27일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25.7% 감소한 1조118억원,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71.1% 감소한 7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 호텔신라의 영업이익을 689억원으로 추정했으나 실제론 이보다 10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면세점 부문에서의 실적 악화가 원인으로 지적된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와 함께 회복세가 보이는 듯 했으나 악성 재고 처리가 발목을 잡았다. 화장품 등 유통기한 내 판매해야 하는 상품들의 재고 처리로 약 300억원 정도의 원가 비용이 반영됐다. 거기에 상여충당금 반영에 따른 인건비 50억~100억원, 인천공항 면세점 4기 매장 신규 오픈 고정비 100억원 등이 추가 반영됐다.

시장 한편에선 일회성 비용이 반영된 어닝 쇼크였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향후에도 실적 악화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고 소진이 이르면 올 4분기, 늦으면 내년까지도 이어질 것이라고 봐서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 단체 관광객 회복이 본격화되면서 비수기 보다 견조한 소매 고객 수요가 기대되지만 체화재고(시장 미처리 재고) 소진 강도에 따라 이익 개선 폭이 일부 제한될 것"이라며 "정상적인 손익 수준은 체화재고 소진이 마무리되는 내년 1분기부터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호텔신라의 실적 발표에 국내외 증권사에선 '말문이 막히는 실적', '반복되는 기대와 실망'이란 제목의 분석 보고서를 내놨다. 목표주가도 일제히 하향 조정됐다.

△DB금융투자 12만→10만원 △KB증권 9만5000→9만원 △미래에셋증권 12만→10만원 △유안타증권 13만→9만원 △키움증권 12만2000→10만8000원 △하나증권 13만→11만원 △한국투자증권 11만→10만원 등이다. 외국계 증권사인 노무라증권도 호텔신라의 목표주가를 15만원에서 10만3000원으로 대폭 낮췄다.

서현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단기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업황 회복에 대한 방향성은 명확하나 이젠 기대감과 방향성만으로 주가가 움직이기 힘들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 공매도 투자자들만 남몰래 웃고 있다. 호텔신라는 코스피 종목 중 시총 대비 공매도 잔고 비중이 가장 높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호텔신라의 공매도 잔고 비중은 시가총액 대비 7.05%다. 잔고금액은 1980억원에 달한다.

유커(중국인 관광객) 특수 효과가 미미해 호텔신라 주가 하락에 베팅한 것으로 해석된다. 호텔신라뿐 아니라 롯데관광개발 (9,750원 0.00%)(5.71%), 신세계 (149,500원 ▲900 +0.61%)(3.35%), 신세계인터내셔날 (14,160원 ▲50 +0.35%)(2.87%) 등 내수소비·유통·관광 관련 종목들의 공매도 비중도 상위권에 위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