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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쓴 만큼 대접 받는 P2W 게임, 그렇게 욕먹을 일인가

머니투데이
  • 최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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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1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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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인마켓]
사치재 돈 쓰면 '플렉스' 칭송하면서 게임에 과금하면 '돈낭비' 취급
백화점서는 연 2000만원만 써도 막대한 혜택 받는 데 비해 게임은 '게임 편의성'만이 유일한 대접
사행성 내포한 확률형 아이템과 P2W는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야

[편집자주] 남녀노소 즐기는 게임, 이를 지탱하는 국내외 시장환경과 뒷이야기들을 다룹니다.ㅍ

확률형 아이템의 '이펙트' 장면은 모든 게임사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다. /사진=리니지W 캡처
이른바 '리니지라이크'로 불리는 한국형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를 비판할 때 단골 메뉴 중 하나는 확률형 아이템의 범람과 이에 따른 P2W(Pay to Win) 요소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확률형 아이템 '뽑기'에 성공해야 하고, 시행횟수를 늘려 확률을 높이려면 막대한 돈을 쓰게 된다는 것. 가끔 아이템을 뽑으려다 가산을 탕진하거나 심지어 남의 돈을 끌어 쓰는 등의 사회적 문제가 일어나면서 게임에 '사행성' 딱지를 붙이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게임에 막대한 돈을 쓰는 현상 자체를 사회적 병폐 취급하는 이들도 나온다. 그런데 단순히 게임에 돈을 많이 쓴다는 이유만으로 가해지는 비판은 올바른 것일까. 지급 여력이 충분한 이들이 자신의 취미생활에 막대한 돈을 쏟는 것을 '플렉스'로 취급하는 세태 속에서, 왜 유독 게임에 쓰는 돈만 '부적절한' 소비 행태로 여기는 걸까.


시작은 공정한 게임, 그 끝은 다르다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흔히 장르를 불문하고 대부분의 게임에는 불문율이 존재한다. 모든 유저가 똑같은 지점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포커나 고스톱을 쳐도 같은 숫자의 패를 나눠주고, MMORPG에선 같은 클래스의 캐릭터를 고르면 능력치가 동일하게 시작된다. 과거 '운' 요소를 시작점부터 반영하는 게임이 일부 있었으나 최근에는 도태된 상태다.


다만 이 같은 공정함은 시작 단계에만 국한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개개인이 들이는 노력과 실력에 따라 격차가 벌어지는 게 게임이다. P2W 게임의 핵심은 여기서 들어가는 노력과 실력을 '돈'으로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레벨업이 늦어도 비싼 장비를 확보해 만회할 수 있도록 해주고, 카드 게임에서는 심지어 상대방의 패를 일부 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아이템도 있다. 퍼즐게임만 해도 실력이 부족할 땐 유료 아이템을 써서 손쉽게 레벨을 클리어할 수 있다.


과금 유저에 대한 유일한 대접, P2W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상승'까지도 아이템으로 판매하는 MMORPG. /사진=리니지W 캡처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상승'까지도 아이템으로 판매하는 MMORPG. /사진=리니지W 캡처
흔히 부분 유료화 게임의 소비자들은 돈을 한 푼도 쓰지 않는 '무과금 유저'와 막대한 돈을 들이는 '핵과금 유저' 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하는 '소과금 유저'로 나뉜다. 게임에 돈을 쓰는 유저들은 게임하는 데 드는 시간과 스트레스를 돈으로 대응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그리고 이것이 자신들에 대한 게임사의 '대접'이라 생각한다.

사실 과금 유저들에 대해 게임사가 해주는 대접이라는 건 다른 소비재 시장에 비해 박하기 그지 없다. 일례로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연간 2000만원을 쓰는 골드 등급 VIP고객에게 △최대 7% 할인 △1일 1회 멤버십라운지 이용 △발레 주차 △공연 프라이빗 이벤트 △명절 선물 및 기념일 혜택 △계열사 프리미엄 멤버십 혜택 등의 '대접 폭탄'을 안겨준다.

그런데 매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씩 쓰는 과금 유저들에게 게임사가 주는 혜택이랄 것은 게임 내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것밖에 없다. 심지어 이마저도 확률형 아이템의 함정 때문에 돈 쓴만큼 제대로 편의를 제공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백화점에서 산 물건은 소비자 손에 남기라도 하지, 게임 캐릭터와 아이템은 약관에 따라 모두 게임사에 귀속된다.


P2W 없으면 무과금 유저도 없다


과금 윶들과 '쌀먹' 유저가 만나는 아이템 거래 사이트. /사진=바로템 캡처
과금 윶들과 '쌀먹' 유저가 만나는 아이템 거래 사이트. /사진=바로템 캡처
게임사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표방하지만, 끊임 없이 콘텐츠를 만들고 서버를 운영하려면 지속적인 투자와 관리가 필요하다. 과금 유저들이 내는 돈으로 게임을 서비스하지 않는다면 무과금 유저들이 '공짜로' 즐길 수 있는 게임도 제공하기 힘들어지는 구조다.


사실 과거 패키지게임 등에서는 P2W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적었다. 하지만 과거 천박했던 저작권 인식 속에서 제 돈 주고 게임하는 유저들이 극히 적던 한국 시장에서 게임사들이 먹고 살 길을 찾던 중 자연스레 부분유료화 모델로, 그 중에서도 과금을 유도할 유인을 충분히 주는 P2W로 비즈니스 모델을 굳힌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돈 주고 게임하는 이들이 대접 받는 풍토를 만든 건 역설적으로 '돈 주고 게임 사기 싫어했던' 이들이 만든 구조다.

이 틈을 타고 '무과금'을 넘어서 오히려 게임 하면서 돈을 벌어가는 이들도 생겨났다. 이른바 '쌀먹' 유저다. 아이템 팔아서 쌀을 사먹는다는 뜻의 '쌀먹'은,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얻은 결과물을 인게임 또는 아이템 및 계정 거래 사이트에 올려 과금 유저들로부터 재화를 받으며 이득을 올린다. 무과금과 핵과금, 소과금과 쌀먹 사이의 경제 시스템이 붕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웬만한 MMORPG 업체마다 경제학 전문가를 두고 게임 내 재화의 유통을 관리하고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30억짜리 시계 사면 '플렉스' 3억짜리 캐릭터 사면 '미친X'?


 '플렉스'의 대명사로 불리던 래퍼 도끼.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플렉스'의 대명사로 불리던 래퍼 도끼.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P2W에 대한 원색적 비난 중 하나는 고작 '게임'에 그 많은 돈을 쓴다는 데 대한 것이다. 실용성이 떨어지는 30억원짜리 시계를 사거나, 먹으면 없어지는 참치 한 마리를 3억5000만원 주고 사도 이렇게 욕을 먹진 않는다. 금으로 만든 장신구를 온몸에 두르고 다니는 가수를 두고는 '플렉스'한다고 부러워하면서, 게임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장비를 두른 캐릭터를 돈주고 산다는 이에겐 '철 없다'고 비아냥댄다..

이는 뿌리깊은 게임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게임 아이템 등을 유독 '실체가 없는 것' 취급하면서 소비 행태 자체를 안 좋게 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MMORPG 핵과금 유저는 다음과 같이 반론을 남겼다. "누군가는 수십억짜리 사치품을 살 때 쾌감을 느끼듯이 게임을 하면서 돈쓴 만큼 자기만족을 느끼는 것일 뿐이다. 누군가는 게임 아이템의 실체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돈을 쓰고 게임을 즐기는 내 감정 자체는 실존하는 '진짜'다. 내가 내 즐거움을 위해 내 돈을 쓰는데 사회적 비판을 받는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핵과금 유도하던 확률형 아이템의 미래는?


확률형 아이템의 '이펙트' 장면은 모든 게임사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다. /사진=리니지W 캡처
확률형 아이템의 '이펙트' 장면은 모든 게임사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다. /사진=리니지W 캡처
현재 P2W를 뒷받침하는 가장 큰 요소인 확률형 아이템은 점점 논란의 대상이 되며 축소되는 추세다. 주요 게임사들은 신규 작품에서 확률형 아이템 대신 패스상품 도입 등을 통해 비즈니스모델 변화를 꾀하고 있다. 과거 '깜깜이 확률'로 악명 높던 게임들도 정부당국의 규제에 따라 최근에는 확률을 모두 공개하는 등 자정 작용이 이뤄지고 있다.

다만 '뽑기템'이 없어지더라도 P2W 요소 자체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게임 내 우위를 점하기 위해 돈을 쓰려는 유저들의 욕구 자체를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들에 맞춰서 게임 내 수익활동을 하는 '쌀먹'들이 존재하는 한 다중접속 게임에서 P2W 요소는 한동안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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