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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섬(Island)은 왜 '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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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준동 법무법인 세종고문· 前대한상의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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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20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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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동 고문(법무법인 세종)
김준동 고문(법무법인 세종)
최근 약 2년 동안 혼자 또는 지인들과 국내 100대 섬을 다녔다. 최근에 유행하는 '100대 섬&산' 산행붐이 동기가 됐다. 섬에 있는 산을 등산하거나 섬의 상징물을 찾는 프로그램이다. 바다 끝단에 있는 독도, 마라도, 가거도, 어청도, 백령도를 비롯해 부산 영도, 강진 가우도, 서해 제부도 등 연륙이 되어 있는 섬까지 다양하다. 최근 서남해 갯벌이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지정도 받았지만 섬여행을 다니다 보면 정말로 섬은 바다가 준 최고의 선물이라는 것을 느낀다. 섬 특유의 안온한 분위기는 섬이 아니면 느낄 수 없다. 우리나라는 총 3300여개 섬으로 인도네시아, 필리핀, 일본에 이어 세계 네 번째로 섬이 많은 나라다. 알고 보면 우리나라는 섬의 나라다.

그런데 섬은 왜 '섬'일까. 탁월한 필력으로 섬에 대한 무한한 영감과 상상력을 일깨운 통영 욕지도 출신 언론인 김성우씨의 '돌아가는 배'(2011년)에도 이에 대한 언급은 없다. 최근 섬 관련 기관의 채용면접인으로 가서 정답이 없는 인문학적 상상력 테스트라고 먼저 설명하고 같은 질문을 해봤지만 10명 정도의 사람 중에 의미있는 대답을 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우선 섬은 배들이 가다가 들르기(Stop by) 위해 서는 곳, 그곳이 섬(Stop)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사는 유인도에는 어김없이 선착장이 있다. 선착장은 배가 서는 곳이다. 배가 섬을 돌아갈 때 돌아서다는 의미에서 돌아'섬'도 말이 된다. 그리고 섬은 지진이든 뭐든간에 각자마다의 자연적인 연유로 바다 한가운데에 우뚝 선 땅이다. 우뚝 섬(Stand) 그게 섬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바로 파도와 해풍에 맞서는 곳이다. 섬에는 끊임없이 파도가 치고 바람이 분다. 이들에 맞서서 자신을 지키며 그 파도와 바람의 엄청난 에너지를 말없이 저장하면서 내공을 키우는 곳, 그곳이 섬이다. 맞서서 견뎌내고 이겨내는 맞섬(Stand), 그곳이 바로 섬이다. 맞섬에는 거창한 이야기일 수 있으나 좋은 예가 있다. 1950년 7월 낙동강 전선의 유엔(UN)군 방어선에서 주한 미8군 사령관 윌튼 워커 중장은 더 이상 철수하거나 후퇴는 있을 수 없다며 "죽음으로 지켜라"(Stand or die!)라고 명령했다. 결국 240㎞ 낙동강 전선은 방어됐고 인천상륙작전으로 이어졌다. 바다를 바라보면서 파도와 비바람 가운데 꿋꿋이 자신을 지키는 섬을 보면 강인한 자존감과 늠름함을 느낀다. 김성우씨는 이 부분을 '독립불기'(獨立不羈·독립하여 아무것에도 매이지 않음)라고 표현했다.

섬의 꼭대기에 서면 내가 서 있는 곳이 육지처럼 커져 보이고 저 멀리 주변의 섬들은 모두 나를 위해 둘러 있는 듯하다. 섬을 둘러싼 사방의 끝없는 지평선은 나를 세상의 주인으로 만들어준다. 특히 혼자서 섬 꼭대기에 올라서면 푸른 하늘과 끝없는 지평선으로 한없는 자유와 희열을 느낀다. 섬에서 나는 혼자지만 절대 고독하지 않다. 섬의 에너지로 생동감과 평안함을 얻는다. 섬은 바다의 중심이고 나는 세상의 중심이다. 섬에서 내가 사는 세상이라는 바다 한가운데 있는 나의 섬, 내가 실존해야 할 행복한 섬을 생각한다. 인생은 시간을 건너 나의 섬으로 가는 고독한 항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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