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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3만명 사망' 자살 왕국 日?…한국으로 넘어온 오명 벗으려면

머니투데이
  • 박소연 기자
  • 윤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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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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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자살 막는 나라 (中)

[편집자주]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3년 간 코로나로 숨진 이들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이 더 많은 곳이 대한민국이다. 과거 자살로 악명 높았던 일본은 국가가 직접 자살을 막기 위해 나서 자살률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 인간이 자신에게 가하는 최악의 비극을 막기 위해 국가와 사회가 해야 할 일은 뭘까.



자살이 '극단적 선택?'…복지부, '자살 보도 권고' 개정 검토


'한 해 3만명 사망' 자살 왕국 日?…한국으로 넘어온 오명 벗으려면
자살이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란 인식이 높아지는 가운데 자살을 다루는 언론보도가 도마에 올랐다. 자살 사건 보도에 쓰이는 '극단적 선택'이란 표현을 재고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힘을 얻고 있다.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이란 저서로 알려진 나종호 예일대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교수는 자살은 극단적 선택이 아니라는 화두를 던졌다. 나 교수는 지난 1월 tvN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에 출연해서도 이 문제를 제기하며 논쟁에 불을 붙였다. 나 교수는 "병으로 사망한 경우엔 '투병'했다고 표현하는데 정신 질환 등으로 세상을 떠난 분들에게 '선택'했다고 하는 건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 있다. 남은 유가족들은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학계 등 전문가들 중에서도 나 교수의 의견에 동조하는 이들이 나왔다. 극단적 선택이란 표현에 반대하는 이들의 근거는 몇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자살'이란 단어 대신 순화된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자살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극단적 선택이란 표현이 자칫 자살이 이기적인 선택인 것처럼 비치게 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자살 시도에서 생존한 이들은 자살 생각에 사로잡혀서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했다고 고백한다. 자살을 '선택'이라고 볼 수 없단 것이다. 아울러 극단적 선택이란 표현은 적절한 치료와 도움을 받을 기회를 박탈하고 유가족에게도 선택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만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지아 국민통합위원회 자살 위기극복 특별위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자살 위기극복 특위 정책 제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3.08.30. /사진=뉴시스
한지아 국민통합위원회 자살 위기극복 특별위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자살 위기극복 특위 정책 제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3.08.30. /사진=뉴시스
정부도 호응했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의 '자살 위기극복 특별위원회(특위)'는 지난 4월 보도자료를 통해 '극단적 선택'이란 용어를 자제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한지아 특위 위원장은 "자살은 결코 선택일 수 없다"며 "우리 모두의 관심이 매년 1만3000명을 살릴 수 있다"고 했다.

한국기자협회와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을 개정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은 기사 제목에 '자살'이란 표현 대신 '사망', '숨지다' 등을 사용토록 하고 있다. 다만 '극단적 선택'이란 표현을 사용하란 권고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자살', '스스로 목숨 끊다', '극단적 선택', '목매 숨져', '투신 사망' 등과 같은 표현 대신 '사망', '숨지다' 등과 같이 객관적 사망 사실에 초점을 둔 표현을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당사자인 언론인들도 논의에 적극 뛰어들었다. 지난 9일 열린 '2023 사건기자 세미나'에선 자살보도에서 극단적 선택이란 표현을 쓰는 게 맞는지를 놓고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 '극단적 선택'은 자살을 직접적이기보다 완곡하게 순화함으로써 보도의 자극성을 낮추고, 자살 보도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서 나온 결과물이라는 게 대체적 인식이었다.

다수의 기자들은 '극단적 선택'이란 용어가 적절하지 않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어떤 표현을 써야 할지에 대해선 갑론을박을 벌였다. '자살'이란 단어를 기사에 그대로 쓰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자살 보도가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더욱 적극적 역할을 하도록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단 의견도 나왔다.

한 위원장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특위 논의에서 '극단적 선택'은 자살이 선택지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지양하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자살'을 그대로 쓸지를 두고는 의견이 갈렸다"며 "복지부에서 내년에 자살보도 권고기준 개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 연구용역과 의견수렴 등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내 편이 있다'…'자살 왕국' 탈출한 핀란드·일본 비결은?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자살로 사망하는 이들은 한해 70만명이 넘는다. 하루 약 192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셈. 한 시간에 80명, 45초에 한 명꼴이다. 자살은 다른 질병과 달리 한 번 발생하면 돌이킬 수가 없다. 모든 대책이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이유다. 자살은 환경적 요인이나 우울증, 경제적 문제, 만성 질병 등 다양한 이유로 발생하지만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에서 적절히 개입한다면 예방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종합적 자살 예방 대책을 마련해 자살을 줄인 나라들이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부동의 자살률 1위로 '세계 최고 자살국' 오명을 안은 우리로선 그들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핀란드와 일본이 대표적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WHO도 배운 핀란드의 자살 예방 대책

북유럽 국가 핀란드는 행복한 복지 국가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꼬리표로 따라붙는 게 우울증이다. 여름엔 해가 지지 않는 백야가 나타나지만 겨울엔 온종일 해가 뜨지 않기도 한다. 신체뿐 아니라 정신건강도 해치기 쉽다. 실제 이 같은 기후 요인에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고립감과 스트레스로 자살이 늘기도 했다. 1965~1990년까지 25년간 자살 사망률은 3배나 증가했다. 1990년대 핀란드 자살률은 OECD 평균 자살률의 두 배나 웃돈다.

핀란드는 1992년부터 예방 대책을 본격 가동했다. 국가 주도로 자살 예방에 나선 건 핀란드가 세계 최초다. 핀란드 정부는 자살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조기에 파악해 빠르고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우울증 치료에 적극 나섰고 다른 질병으로 병원에 온 경우에도 우울증이나 자살 충동 여부를 점검했다. 위험군으로 파악된 이들에겐 상담 치료와 약물 치료를 병행했다.

아울러 사회와의 접촉을 늘려 소속감과 공감대를 갖도록 했다. 누군가 내 편이 있다는 인식을 갖도록 한 것이다. 자살 충동을 높이는 주류 판매를 제한했으며, 학교와 지역 사회에서 자살 예방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과 삶의 의욕을 높이도록 했다. 자살 관련 보도의 경우 자살 위험군에 모방 사례가 될 수 있는 만큼 상세한 묘사를 자제하도록 했다.

이 같은 노력은 자살률 하락으로 이어졌다. OECD에 따르면 1990년 10만명당 30명이던 핀란드의 자살률은 점점 떨어져 2000년엔 22.4명, 2010년엔 17.6명, 2020년엔 12.9명으로 줄었다. 2020년 우리나라 자살률은 10만명당 24.1명으로 핀란드의 약 2배이자 세계 1위다.

2020년 OECD 나라별 자살률. 한국은 인구 10만명당 24.1명으로 압도적 1위다./사진=OECD
2020년 OECD 나라별 자살률. 한국은 인구 10만명당 24.1명으로 압도적 1위다./사진=OECD

◇日 자살 문제, 내각부가 직접 챙긴다

1990년대 말 버블경제 붕괴 후 일본에서도 자살이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했다.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현실도피 수단으로 자살이 유행병처럼 번졌다. 1998년 한해 자살자가 3만명을 넘었고 2003년엔 무려 3만4427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자살 왕국이란 별명이 따라붙은 것도 이맘때다.

일본은 2006년 본격 대책에 나서 자살대책기본법을 제정하고 자살 예방 사업을 총리실 산하 내각부가 직접 챙겼다. 자살 예방 예산으로 수천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심리 상담, 자살 충동이 들 때 마음속 이야기를 터놓을 수 있는 핫라인 등을 마련했다.

또 과로사 문제가 제기된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휴직 사용을 늘리고 심리적 지원도 강화했다. 법으로 잔업을 제한하고 50명 이상 근로자를 둔 사업체에 매년 스트레스 테스트를 의무화한 것 역시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만일 이 테스트에서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면 해당 직원은 의사와의 상담을 권유받게 된다.

그 결과 일본의 자살자는 2019년 기록 시작 후 처음으로 2만명 밑으로 내려왔다. 2020년부터는 다시 2만명을 넘었지만 자살률은 10만명당 15.4명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낮다.

/AFPBBNews=뉴스1
/AFPBBNews=뉴스1
자살을 주요 공중보건 문제로 간주하는 WHO는 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자살을 둘러싼 다각적 분석과 사회 각 부문에서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구체적으로 △자살 도구가 될 수 있는 총기나 특정 약물 접근을 제한하고 △자살에 대해 책임 있는 보도를 할 수 있게 언론과 소통하며 △청소년 사회정서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자살 위험군을 조기에 식별해 조치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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