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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견은 입마개로 아이들 지켜달라"…정치인 '현수막' 논란

머니투데이
  • 남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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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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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견만 지칭해 "입마개로 아이들, 작은 친구들 지켜달라"며 현수막
법적으론 '맹견'만, 대형견 보호자들 "몸집 하나로 사납다고 단정, 차별과 혐오 조장"
현수막 건 위원장 "초등학교 앞 피할데 없단 민원에 대형견 보호자들에 협조 요청한 것"
전문가 "개 성격은 크기가 아닌 기질과 양육에 따라 결정돼"

장진영 국민의힘 동작갑당협위원장이 서울 동작구 한 건물에 '대형견 여러분 잠시만요, 입마개로 아이들과 작은 친구들을 지켜주세요'란 현수막을 걸었다. 법적으로 입마개 의무 착용 대상은 맹견 5종 뿐이다. 대형견 보호자들은 현수막 문구가 차별과 혐오를 조장한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현수막은 결국 내려졌다./사진=장진영 당협위원장 SNS
장진영 국민의힘 동작갑당협위원장이 서울 동작구 한 건물에 '대형견 여러분 잠시만요, 입마개로 아이들과 작은 친구들을 지켜주세요'란 현수막을 걸었다. 법적으로 입마개 의무 착용 대상은 맹견 5종 뿐이다. 대형견 보호자들은 현수막 문구가 차별과 혐오를 조장한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현수막은 결국 내려졌다./사진=장진영 당협위원장 SNS
최근 서울 동작구 한 건물에 현수막이 걸렸다. 동네 주민들이 지나가며 바라볼 현수막. 거기엔 이리 적혀 있었다.

"대형견 여러분 잠시만요. 입마개로 아이들과 작은 친구들을 지켜주세요."

대형견은 입마개를 해달란 부탁. 그 이면(裏面)엔 대형견이라면 공격할 수 있단 의미가 내포돼 있었다. '어떤' 대형견이란 말이 없으니, '모든' 대형견으로 자연스레 지칭됐다. 또 빨간 글씨로 쓴 '지켜주세요'의 대상은 아이들과 작은 친구들.

그러니 단 두 문장으로 대형견잠정적 가해자, 작은 친구(소형견)와 아이들잠정적 피해자로 인식될 수 있었다.
동물보호법상 입마개를 의무적으로 착용토록 돼 있는 대상은 맹견 5개종(도사견,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불테리어, 로트와일러)뿐이다. 그러나 대형견 보호자들은 산책할 때마다 "입마개 왜 안 하느냐"는 시비에 많이 걸린다고 했다.
동물보호법상 입마개를 의무적으로 착용토록 돼 있는 대상은 맹견 5개종(도사견,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불테리어, 로트와일러)뿐이다. 그러나 대형견 보호자들은 산책할 때마다 "입마개 왜 안 하느냐"는 시비에 많이 걸린다고 했다.
대형견이라고 입마개 의무 대상이 아닌데, 마치 다 해야 하는 듯 비춰질 가능성도. 동물보호법에선 '맹견 5개종'만 입마개를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오른편엔 그 현수막을 건 사람의 이름이 있었다. 장진영 국민의힘 동작갑 당협위원장. 국민의힘 지역구 당원협의회의 대표자다. 그는 SNS에도 해당 현수막 사진과 글을 올렸다.

이를 본 대다수 대형견 보호자들은, 장 위원장의 현수막을 비판했다. 대형견에 대해 사람들의 편견·혐오를 강화할 수 있단 거였다.

'대형견은 공격성이 있구나. 그러니 전부 입마개를 해야 하는 구나'라고.



대형견 보호자들 "몸집 하나로 무섭고 사납다고 단정, 분노 치밀어"


목줄을 하지 않은 작은 소형견(흰 개)이, 목줄을 하고 얌전히 걷던 대형견 루시(검은개)를 향해 맹렬히 짖고 공격성을 보이는 모습. 대형견 보호자들이 산책시 자주 겪는 일이란다. 공격성은 크기와는 관계가 없다./사진=루시 보호자님 제공
목줄을 하지 않은 작은 소형견(흰 개)이, 목줄을 하고 얌전히 걷던 대형견 루시(검은개)를 향해 맹렬히 짖고 공격성을 보이는 모습. 대형견 보호자들이 산책시 자주 겪는 일이란다. 공격성은 크기와는 관계가 없다./사진=루시 보호자님 제공
대형견 보호자들은, 해당 현수막으로 인해 대형견에 대한 막연한 편견·혐오가 커질 것 같아 두렵고 화가 난다고 했다. 이미 평범한 산책조차 힘든 경우가 많은 상황인데, 이런 현수막으로 인해 더 힘들어 질 거라고 했다.

4마리의 중대형견과 1마리의 소형견을 키운단 보호자는 "산책하는 도중에 매일 적어도 한 번, 많으면 4~5번씩 시비와 비난을 받는다"고 했다. 놀랄 정도로 소리 지르는 사람, 큰 개를 왜 여자가 데리고 다니냐는 사람, 물 것 같이 생겼단 사람 등이었다. 그는 "가장 심하게는 '보신탕 끓여 먹으면 딱 좋을 크기'란 말까지 들어봤다"고 했다.
굳이 이런 사진을 가져와야만 '대형견=공격성 혹은 위험한 개'가 아님이 애써 증명될까. 순둥순둥해 아이들이 만져도 가만히 받아주는 말라뮤트 두부./사진=말라뮤트 두부 보호자님.
굳이 이런 사진을 가져와야만 '대형견=공격성 혹은 위험한 개'가 아님이 애써 증명될까. 순둥순둥해 아이들이 만져도 가만히 받아주는 말라뮤트 두부./사진=말라뮤트 두부 보호자님.
보호자의 소형견은 16살. 중대형견보다 사납고, 짖음도 많고, 물기도 한단다. 그런데도 16년을 키우며 시비 걸린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그는 "현수막으로 대형견을 더 무서워하고 오해하는 사람이 늘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공격성과 크기는 무관하단 걸, 평생 키우고 곁에서 보며 증명한 사례. 또 다른 대형견 보호자도 "우리 집 대형견도 소형견에게 엉덩이를 물린 적이 있다" "안 그래도 아슬아슬한 대형견 혐오를 대놓고 해서, 정말 화가 났었다"고 했다.
사모예드 노엘이와 한 아이가 함께 사진을 찍었다./사진=노엘이 보호자님
사모예드 노엘이와 한 아이가 함께 사진을 찍었다./사진=노엘이 보호자님
제인씨도 "물림 사고로 두려워하는 이들은 이해하지만,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교육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으면 좋겠다"고 했다. 보호자들이 자기 반려견을 관리하는 법, 개들을 대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이다. 그는 "법으로 정해진 것도 아닌데 이렇게 현수막을 치면, 별생각 없던 사람들도 '아, 대형견은 위험해서 입마개해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 같다"고 했다.
진도 장군이와 다른 소형견들이 나란히 산책을 잘하는 사진. 부천에서 키울 땐 개모차에서 뛰어내려, 장군이에게 달려든 소형견도 있었단다. 소형견 보호자는 "입마개를 안 했으니 우리 애가 달려 들었다"며 황당한 소릴 했단다./사진=장군이 보호자님
진도 장군이와 다른 소형견들이 나란히 산책을 잘하는 사진. 부천에서 키울 땐 개모차에서 뛰어내려, 장군이에게 달려든 소형견도 있었단다. 소형견 보호자는 "입마개를 안 했으니 우리 애가 달려 들었다"며 황당한 소릴 했단다./사진=장군이 보호자님
반려견 노엘 보호자는 "대형견 키우며 얼마나 주변 눈치를 살피고, 오죽하면 아무도 없는 곳에서 눈치 안 보고 산책시키려 이사까지 왔다"고 했다. 남한테 피해줄까 더 엄하고 깐깐하게 잡으며 키웠단 거였다. 그는 "그럼에도 대형견 차별은 한치도 나아지지 않았음에 너무 분노가 치민다"며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면 3박4일도 모자랄 것"이라고 했다.
해맑게 웃으며 풀밭을 산책하는 봄이./사진=봄이 보호자님
해맑게 웃으며 풀밭을 산책하는 봄이./사진=봄이 보호자님
몽몽이 보호자도 "입마개 하란 말이 차별과 혐오인 줄 모르고 권리인 듯 말하는 태도에 화가 난다""멀찍이 서 있어도 굳이 다가와 그런 말을 당당하게 한다. 단순히 개가 크니 자기 입장에서 무섭다는 것"이라고 했다.

은송이 보호자도 "개를 싫어하거나 무서운 사람도 있을 거다. 그러나 대형견 견주들은 그런 부분에 굉장히 예민하고 유달리 촉이 발달해 있다" "누군가 불편해하면 정말 빨리 알아채고, 길을 돌아 피하거나 배려해준다"고 했다.



동네 초등학교 학부모들 "어린이집, 초등학교 밀집…겁 먹고 놀라는 경우 많아"


/삽화=김현정 디자인기자
/삽화=김현정 디자인기자
현수막이 걸려 있던 곳. 인근 상도 초등학교 학부모들에게도 관련해 의견을 물었다.

이들은 통학로가 좁고, 인근엔 아파트 공사 현장이 있어 차 한 대가 지나다니기도 버거운 도로라고 했다.

상도초등학교 학부모 회장은 "통학로 자체가 위험한데, 교육 시설이나 인근 어린이집이 밀집돼 있다. 대형견이 입마개를 하지 않고 오면 아무래도 덩치에 대한 위압감이 있으니 겁 먹고 놀라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이어 "그런 고충이 있으니 서로 조심하자는 취지에서 양해를 요청하는 현수막이었다""대형견 보호자들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 분들도 타인을 배려하고 상생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진영 위원장 "주민 민원 들어와 설치, 현수막은 내려…간담회로 의견 수렴하겠다"


장진영 국민의힘 동작갑 당협위원장 SNS에 쏟아진, 대형견 보호자들의 비판들./사진=장진영 위원장 SNS
장진영 국민의힘 동작갑 당협위원장 SNS에 쏟아진, 대형견 보호자들의 비판들./사진=장진영 위원장 SNS
장 위원장의 SNS엔 대형견 보호자들의 뼈 있는 비판이 쉴새 없이 쏟아졌다. 댓글이 1000개가 넘을 정도였다.

당사자에게 현수막을 설치한 취지와 비판에 대한 입장을 들으려 연락했다.

장 위원장은 "초등학교 앞에만 현수막을 달았다. 아이들이 많고 길이 좁아, 개까지 나오면 피할 데가 없어 힘들단 주민들 민원이 많았었다"고 했다. 그는 "그 지점을 어린이보호구역 같은 개념으로 만들 필요가 있단 차원에서 (대형견 보호자들에게) 협조 요청을 한 것"이라고 했다.
즐겁게 산책하는 월이와 뭉이. 평범한 반려견과의, 평온한 산책을 바랄뿐이란다./사진=월이와 뭉이 보호자님
즐겁게 산책하는 월이와 뭉이. 평범한 반려견과의, 평온한 산책을 바랄뿐이란다./사진=월이와 뭉이 보호자님
'대형견'만 언급한 게 타당한지, 공격성과 크기가 연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일반 주민들 입장은 '일단 개가 크면 겁난다'는 것"이라며 "순하든 맹견이든 큰 동물이 나타나면 그렇다고 얘기한다"고 했다. 이어 "작은 개들은 달려들어도 통제가 가능한데, 대형견은 그게 안 될 수 있어 무섭단 거다"라고 했다.

장 위원장은 "현수막은 일단 내렸고, 간담회를 통해 각자의 입장과 의견을 청취하려 한다" "안전에 관해선 견주들과 일반 주민들 생각 차이가 크다. 그런 부분은 자꾸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종착점은 개를 아무나 키우게 하면 안 된단 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 "개의 성격은 크기가 아니라, 기질과 양육으로 결정…현수막이 잘못된 인식 심어줄 수 있어"


밤 산책을 하는 봄이 모습./사진=봄이 보호자님
밤 산책을 하는 봄이 모습./사진=봄이 보호자님
전문가들은 장 위원장이 걸었던 현수막이, 대형견에 대한 막연한 혐오를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규상 트레이너"개의 성격은 크기가 아닌 기질과 양육으로 결정된다"고 했다. 공격성이 크기와 무관하단 얘기다. 그러면서 그는 "현수막 사진과 문구는 개물림 사고에 대한 건전한 토론이 아닌, 대형견에 대한 혐오 의식을 키우고, 큰 개들은 입마개를 해야 한단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독일 사례를 들려줬다. 2000년대 초 독일에서도 개물림 사고로, 개의 위험 분류를 체고와 무게 등으로 손쉽게 구분하는 논의가 있었단다. 그러나 오랜 사회적 합의를 거쳐 주마다 맹견이나 공격성이 있는 개에게만 '베젠테스트'란 체계적 평가를 하게 했다. 이를 거쳐 입마개 착용 여부를 결정하게 한 거다.
다른 개와 나란히 걷는 루시의 즐거운 산책길./사진=루시 보호자님
다른 개와 나란히 걷는 루시의 즐거운 산책길./사진=루시 보호자님
동물행동심리전문가 한준우 딩고코리아 대표 "미국에서 가장 많이 무는 개 1위는 (특정) 소형견"이라며 "위화감을 조성하는 말은 반려인과 비반려인을 편 가르기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개들이 물면, 무는 이유를 찾아 물 필요가 없게 가르쳐야 한다"고 했다.

설채현 놀로 행동클리닉 원장 수의사도 저서 '그 개는 정말 좋아서 꼬리를 흔들었을까?'에서 입마개 논란과 관련해 언급한 바 있다.
쓰다듬어 주는 이들 사이에서 얌전히 있는 사모예드 노엘이./사진=노엘이 보호자님
쓰다듬어 주는 이들 사이에서 얌전히 있는 사모예드 노엘이./사진=노엘이 보호자님
설 수의사는 "사람이 개한테 물리는 사고 대부분은 반려견 산책 시에 일어나지 않는다""그보단 반려견이 산책로에 있지 않은 상황에서 주로 발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집 안에 있던 반려견이 뛰쳐나가 피해자를 무는 것, 도사견이 줄을 풀고 문밖으로 나가 행인을 공격한 사건 등 실제 사례를 들었다. 안전문 하나만 있어도 막을 수 있었을, 보호자 부주의로 인한 사고란 거다.
공격성에 대한 건 몸체 크기와 무관하다. 특히나 공격성 검증은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내년부터 '기질 평가' 제도를 도입하는 거다. 동물 건강 상태, 행동,  소유자 통제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공격성을 판단한다. 대상 역시 맹견이거나, 맹견은 아니지만 위해를 가한 개, 공격성이 있는 경우 등에 한해서만 기질 평가를 한다.
공격성에 대한 건 몸체 크기와 무관하다. 특히나 공격성 검증은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내년부터 '기질 평가' 제도를 도입하는 거다. 동물 건강 상태, 행동, 소유자 통제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공격성을 판단한다. 대상 역시 맹견이거나, 맹견은 아니지만 위해를 가한 개, 공격성이 있는 경우 등에 한해서만 기질 평가를 한다.
이어 그는 "반려견이 사람을 물지, 그러지 않을지 좌우하는 건 몸체 크기가 아니다"라며 "어릴 때 사회화 교육을 받았는지, 보호자가 기본적인 트레이닝 방법과 반려견 특성에 대해 아는지가 오히려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설 수의사는 이리 덧붙였다.

"키 180센티미터가 넘는 남자한테 맞으면 더 아프다는 이유로 그런 사람들에게 집 밖에 나갈 때마다 수갑을 차라고 요구하는 건 비합리적이지 않은가요?"
봄이가 앞발을 보호자에게 살포시 포갰다. 둘이 맞잡았다. 순한 봄이는 산책할 때 아무런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 그런데도 다가와 시비거는 이들이 많다. 사진을 찍으며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저런 개 못 다니게 해달라고 들으란듯 혐오한다. 가끔 봄이 보호자님 남동생이 산책을 시킬 때가 있다. 그럴 땐 시비 걸린 적이 없다고. 누구도, 함부로, 그렇게 차별하고 혐오할 권리는 없다./사진=봄이 보호자님
봄이가 앞발을 보호자에게 살포시 포갰다. 둘이 맞잡았다. 순한 봄이는 산책할 때 아무런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다. 그런데도 다가와 시비거는 이들이 많다. 사진을 찍으며 신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저런 개 못 다니게 해달라고 들으란듯 혐오한다. 가끔 봄이 보호자님 남동생이 산책을 시킬 때가 있다. 그럴 땐 시비 걸린 적이 없다고. 누구도, 함부로, 그렇게 차별하고 혐오할 권리는 없다./사진=봄이 보호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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