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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국치의 날"…IMF 총재 손에 들어간 구제금융 의향서[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 김미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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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0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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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2월3일

[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기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사진=e영상역사관
1998년 1월12일, 미셸 캉드쉬 IMF 총재가 김영삼 대통령을 접견하는 모습. /사진=국가기록원
"나는 협상하기 위해서 왔다."


26년 전인 1997년 12월3일 오전 7시쯤, 한국에 도착한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일성이었다. 약 12시간 뒤 'IMF 구제금융 정책 의향서'에는 세 사람의 사인이 적혔다. 캉드쉬 총재, 임창열 부총리, 이경식 한국은행 총재.

IMF 체제가 공식적으로 시작된 날이었다. 한국 언론은 이날을 '경제 국치의 날'로 기록했다.


40억달러 있는데 1500억달러 당장 갚아야…"IMF 체제 시작"


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1997년 1월23일 한보철강 부도가 국가 부도 위기의 방아쇠를 당겼다. 한보그룹은 당시 정치권 로비를 통해 무리하게 대출받으며 재계 순위 14위까지 올랐다. 14위 대기업이 갑자기 5조원 규모 빚을 지고 부도나자 은행권 자금 순환에도 문제가 생겼다. 다른 기업들도 줄줄이 부도가 나기 시작했다. 당시 국내 재계 순위 30대 그룹 중 현재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11개에 불과하다.

외국 금융사들은 급히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채무 상환 기간을 연장해주지도 않았다. 당장 갚아야 할 돈은 1500억달러가 넘는데, 보유 외환은 40억달러에 불과했다.

같은 해 11월16일 캉드쉬 총재 일행이 가명으로 정체를 감춘 채 입국했다. 이들은 서울시내 호텔에 머물며 구제금융을 전제로 정부 관계자와 조건을 두고 협의를 시작했다. 당시 정부는 "구제금융 신청은 절대 없다"고 했으나 5일 뒤 구제금융 신청 방침을 발표했다.


급기야 12월3일 이행각서가 캉드쉬 총재 손에 들어갔다.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였던 김대중, 이회창, 이인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김영삼 정부가 맺은 IMF 프로그램을 이행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누군지도 모를 차기 정부 수장의 백기투항을 사전에 접수한 것.

구제금융으로 빌린 돈은 총액 583억5000만달러 규모였다. IMF가 210억달러, 국제부흥개발은행 100억달러, 아시아개발은행(ADB) 40억달러, 미국·일본·프랑스 등 다른 국가 13곳이 233억5000만달러를 빌려주겠다고 나섰다.

그 대가는 혹독했다. 정부는 외국인의 종목당 주식 취득 한도를 기존 26%에서 연내 50%, 이듬해 55%로 늘려야 했다. 외국인이 국내 기업 인수합병을 쉽게 할 수 있게끔 하는 조치였다.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 금융기관을 인수합병할 수도 있었다. 게다가 외국인의 증권사 설립도 허용했다. 한국 노동시장은 더 유연화하기로 했다.


전국민 금 모으기…IMF 체제 "조기졸업"


/사진=e영상역사관
/사진=e영상역사관
1998년 1월5일부터는 전 국민이 금 모으기 운동에 나서는 등 뼈를 깎는 노력을 이어갔다. 국가 부채를 갚기 위해 자신들이 소유하던 금을 보상을 받고 자발적으로 내놓은 것. 추후 김대중 대통령은 자신의 자서전에서 "신혼부부는 결혼반지를, 젊은 부부는 아이의 돌 반지를, 노부부는 자식들이 사준 효도 반지를 내놓았다"며 "운동선수들은 평생 자랑거리이며 땀의 결정체인 금메달을 내놓았다"고 회상했다.

전국적으로 351만여명이 참여해 약 227톤의 금이 모였다. 운동 이전의 금 보유량은 10여톤이었으니 그 20배가 넘는 양이었다. 모인 금은 대부분 수출됐다.

이런 시민의식 때문이었을까. 2001년 8월, 한국은 IMF에서 빌린 195억달러를 당초 예정보다 3년가량 앞당겨 상환했다. 전철환 당시 한국은행 총재가 IMF 차입금 가운데 잔액 1억4000만달러를 상환하는 최종 상환 서류에 결재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39억달러로 급감했던 외환 보유액은 2023년 11월 기준 4128억7000만달러로 늘었다. 규모 면에서 세계 9위다. 중국, 일본, 스위스, 인도, 러시아, 대만, 사우디아라비아, 홍콩 다음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은행들은 정부나 정치권의 압력에 따른 관치금융으로부터 벗어나 독자 경영에 나섰다. 기업들은 부채비율을 대폭 낮췄고 불필요한 투자나 무리한 확장을 삼갔다. 규모보다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해 효율성을 높였다.

긍정적 결과만 가져오진 않았다. 사회 각 분야가 효율성을 우선 추구하면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간 격차가 확대됐다. 구조조정으로 해고된 사람들은 자영업으로 몰렸다. 자영업자들의 영업 환경은 악화했다. 대기업과 공기업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청년실업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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