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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특한 알바를 해고하는 데 드는 비용[우보세]

머니투데이
  • 세종=김훈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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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06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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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4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추석연휴기간에 배출된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10.04.
4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추석연휴기간에 배출된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10.04.
우리 주변 카페나 음식점엔 매우 좋은 아르바이트(알바) 직원이 있다. 이 알바는 저렴한 인건비에 점주의 설거지 부담을 확 덜어준다. 손님에겐 음식이나 음료 맛이 상하는 일 없이 가게 밖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한다. 과거 110여년간 사장과 손님 모두의 사랑을 받은 알바의 이름은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이 한때 '신의 선물'이라고 불렸을 만큼 우리 삶을 바꿔놨다는 데 이견이 없다. 플라스틱의 영향이 안 미치는 곳이 어디 있겠냐만은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장소가 일회용품 사용 빈도가 가장 많은 카페나 음식점이다.

과거 종업원을 고용해 설거지를 하던 컵과 그릇을 플라스틱이 대신하며 영세 자영업자도 수익을 남길 수 있게 됐다. 1인이나 무인 점포도 생겨났다. 지금은 흔한 '테이크 아웃'에도 플라스틱의 지분이 있다. 플라스틱이 현재 소상공인을 포함한 우리 경제의 수익성에도 관여한다는 얘기다.

플라스틱과 헤어진다는 것은 단순히 생산과 소비를 줄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사람들이 돈을 벌어온 구조를 바꾼다는 의미다.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오는 '불편함'이 먼저 눈에 들어오지만 플라스틱 대체품 생산비와 그에 따른 소비자 만족도, 다회용기 사용을 위한 인건비 증가 등 유·무형의 비용이 발생한다.

환경부는 지난달 24일 계도기간을 마치고 본격 시행하려던 플라스틱 빨대, 일회용컵 제공금지 등 일회용품 감축 정책을 기약없이 연기했다. 일회용품 감축에 따른 부담을 특정 집단, 즉 소상공인에게 집중시키는 게 옳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내년 4월 총선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은 차치하고 플라스틱과의 결별에 따른 비용을 인정한 발언이라는 점에선 눈여겨 볼만하다.

이전에도 현장에선 탈플라스틱에 따른 비용과 형평성 논란이 있어왔다. 대표적인 예가 제주와 세종에서 시범운영 중인 일회용컵 보증금제다.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전국 시행예정이었던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제주와 세종에서만, 일정 규모 이상 프랜차이즈 카페·베이커리에 한해 시행했다.

그때도 마찬가지로 소상공인 부담 증가와 형평성에 대한 불만이 나왔다. 보증금 스티커 부착과 컵 수거 등을 위한 인건비는 고스란히 점주의 몫인 데다 같은 건물에서도 프랜차이즈 여부에 따라 제도적용이 불공평하다는 것. 소비자는 세종에서 오송역으로만 이동해도 보증금제도를 피할 수 있는 탓에 지역차별 문제까지 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정착하지 못한 이유는 비용 문제와 형평성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빨대 금지' 정책에 브레이크를 건 것 역시 같은 이유에서다.

플라스틱과 결별하기 위한 비용을 고민한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다만 여러 이유로 그 비용을 어떻게 나눌지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은 환경부의 숙제다. 우리는 지난 110년간 싸게 고용해온 '플라스틱 알바'를 해고하려고 한다. 그렇다면 그에게 줄 퇴직금을 얼마나 줘야할지, 퇴직금을 누가 어떻게 분담해야할지 고민하고 설득하는 작업을 우선해야한다. '플라스틱 알바'에게 줄 퇴직금은 지구를 사랑하는 착한 '마음' 같은 게 아니다. 확실하게 '돈'으로 지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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