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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법, 언제 통과됩니까" 애타는 어르신...나도 고통없이 죽고 싶다

머니투데이
  • 차현아 기자
  • 김성은 기자
  • 박상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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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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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품위있게 죽을 권리①

[편집자주] 자신 또는 사랑하는 이가 불치병으로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면 어떨까. 얼마 남지 않은 생을 극심한 고통 속에 억지로 연명 치료를 받으며 보내야 할까. 스스로 편안하고 품위있는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하는 '조력존엄사' 법안의 명암과 국회 통과 가능성을 따져본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인 기자
그래픽=김현정 디자인 기자
"그 조력존엄사법, 언제 통과됩니까?"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807호.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는 지난해 7월 이후 거의 매일 같은 전화가 걸려온다. 애타는 마음으로 법안의 통과를 기다리는 어르신이다.

'조력존엄사법'이란 안 의원이 발의한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말한다. 극심한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가 희망할 경우 의사가 약물 등을 제공해 스스로 삶을 마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조력존엄사다. 우리나라에서 조력존엄사를 허용하는 법안이 발의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안 의원이 대표발의한 조력존엄사법은 그해 1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12월 복지위 제2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됐지만 이후 아직까지 이렇다 할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미 올해 정기국회가 끝난 가운데 여야 모두 앞으론 내년 4월 총선 준비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심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결국 여야의 외면 속에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내년 5월 21대 국회 해산과 함께 법안이 폐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 중인 연명의료 결정제도는 환자나 가족의 의사에 따라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등 생명 유지만을 위한 치료를 계속하지 않거나 중단하는 것이다. 이 같은 연명의료 중단 결정이 '소극적 안락사'에 해당한다. 반면 조력 존엄사는 '적극적 안락사'로서 현행법상 금지돼있다.

최근 기대 수명이 늘어나고 '웰다잉'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스스로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밝혀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통계에 따르면 2016년 연명의료결정법(웰다잉법)이 제정된 후 지난 10월까지 누적 기준 200만명 이상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했다.

"그 법, 언제 통과됩니까" 애타는 어르신...나도 고통없이 죽고 싶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이들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연명의료 중단 결정은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수 시간 내에 사망이 임박한 상태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통상 환자가 본인의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기 힘든 상태에서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연명의료중단 이행 건수는 29만 7313건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본인의 의사에 따라 연명의료가 중단된 경우는 39.2%에 불과했다. 환자 본인보다 가족 등 보호자의 동의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셈이다. 또 법적 책임에 대한 부담으로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연명의료 중단에 나서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한편 조력존엄사는 '존엄한 죽음'에 대한 환자 본인의 의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한다는 점에서 호응이 높다.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7월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력존엄사 허용에 대한 찬성 의견은 82%에 달했다.

물론 조력존엄사 허용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안규백 의원의 법안에 대한 국회 복지위 검토보고서에서 복지부는 "조력사는 의사가 생명단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으로 국가의 생명존중 의무와 상충되며 현행 연명의료 결정제도와 방향성이 다르다"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고 생명경시 풍조가 사회에 만연할 수 있다"며 "자살예방법과 상충되며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우선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반대했다.

이처럼 국민 여론과 전문가들의 의견이 부딪히는 상황에서 정작 이견을 조정해야 할 국회는 사실상 논의에 손을 놓고 있다. 지난해 12월6일 복지위 제2소위 회의록을 살펴보면 당시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조력존엄사 허용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제2소위 위원들도 계속 심사하기로 결정했으나 이후 상임위 소위원회에서 다뤄진 적은 없다. 지난달에도 여야는 조력존엄사법을 재차 제2소위 안건으로 상정할지를 검토했으나 결국 상정 여부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국회 복지위 야당 간사인 고영인 민주당 의원은 머니투데이 the300(더300)과의 통화에서 "조력존엄사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제도이고 논란이 불거질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논의는 한 번 해보고 사회가 가야할 방향이라고 판단되면 가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총선이라는 변수가 있지만 복지위에서 21대 임기 내에 꼭 통과시켜야 하는 여러 법안들이 있어 함께 총선 전 법안소위 테이블에 올려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존엄한 죽음을 보장하기 위한 법률 개정을 촉구하는 정책제안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낸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인간의 존엄성은 삶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자율성을 완성시켜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불가피한 상황이고 치료가 불가능하며 수개월 내에 죽음에 임박한, 참을 수 없는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자신의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자기 결정권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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