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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암 고통 없이 죽을래" 안락사로 작별?…스위스로 떠나는 이유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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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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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품위있게 죽을 권리(종합)

[편집자주] 자신 또는 사랑하는 이가 불치병으로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면 어떨까. 얼마 남지 않은 생을 극심한 고통 속에 억지로 연명 치료를 받으며 보내야 할까. 스스로 편안하고 품위있는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하는 '조력존엄사' 법안의 명암과 국회 통과 가능성을 따져본다.



"그 법, 언제 통과됩니까" 애타는 어르신...나도 고통없이 죽고 싶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인 기자
그래픽=김현정 디자인 기자
"그 조력존엄사법, 언제 통과됩니까?"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807호.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는 지난해 7월 이후 거의 매일 같은 전화가 걸려온다. 애타는 마음으로 법안의 통과를 기다리는 어르신이다.

'조력존엄사법'이란 안 의원이 발의한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말한다. 극심한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가 희망할 경우 의사가 약물 등을 제공해 스스로 삶을 마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조력존엄사다. 우리나라에서 조력존엄사를 허용하는 법안이 발의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안 의원이 대표발의한 조력존엄사법은 그해 1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12월 복지위 제2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됐지만 이후 아직까지 이렇다 할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미 올해 정기국회가 끝난 가운데 여야 모두 앞으론 내년 4월 총선 준비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심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결국 여야의 외면 속에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내년 5월 21대 국회 해산과 함께 법안이 폐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 중인 연명의료 결정제도는 환자나 가족의 의사에 따라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등 생명 유지만을 위한 치료를 계속하지 않거나 중단하는 것이다. 이 같은 연명의료 중단 결정이 '소극적 안락사'에 해당한다. 반면 조력 존엄사는 '적극적 안락사'로서 현행법상 금지돼있다.

최근 기대 수명이 늘어나고 '웰다잉'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스스로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밝혀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통계에 따르면 2016년 연명의료결정법(웰다잉법)이 제정된 후 지난 10월까지 누적 기준 200만명 이상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했다.

"아들아, 암 고통 없이 죽을래" 안락사로 작별?…스위스로 떠나는 이유

그러나 현행 제도는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이들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연명의료 중단 결정은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수 시간 내에 사망이 임박한 상태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통상 환자가 본인의 의사를 명확하게 밝히기 힘든 상태에서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영석 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기준 연명의료중단 이행 건수는 29만 7313건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본인의 의사에 따라 연명의료가 중단된 경우는 39.2%에 불과했다. 환자 본인보다 가족 등 보호자의 동의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셈이다. 또 법적 책임에 대한 부담으로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연명의료 중단에 나서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한편 조력존엄사는 '존엄한 죽음'에 대한 환자 본인의 의지를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한다는 점에서 호응이 높다.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7월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력존엄사 허용에 대한 찬성 의견은 82%에 달했다.

물론 조력존엄사 허용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안규백 의원의 법안에 대한 국회 복지위 검토보고서에서 복지부는 "조력사는 의사가 생명단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으로 국가의 생명존중 의무와 상충되며 현행 연명의료 결정제도와 방향성이 다르다"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고 생명경시 풍조가 사회에 만연할 수 있다"며 "자살예방법과 상충되며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우선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반대했다.

이처럼 국민 여론과 전문가들의 의견이 부딪히는 상황에서 정작 이견을 조정해야 할 국회는 사실상 논의에 손을 놓고 있다. 지난해 12월6일 복지위 제2소위 회의록을 살펴보면 당시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조력존엄사 허용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제2소위 위원들도 계속 심사하기로 결정했으나 이후 상임위 소위원회에서 다뤄진 적은 없다. 지난달에도 여야는 조력존엄사법을 재차 제2소위 안건으로 상정할지를 검토했으나 결국 상정 여부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국회 복지위 야당 간사인 고영인 민주당 의원은 머니투데이 the300(더300)과의 통화에서 "조력존엄사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제도이고 논란이 불거질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논의는 한 번 해보고 사회가 가야할 방향이라고 판단되면 가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총선이라는 변수가 있지만 복지위에서 21대 임기 내에 꼭 통과시켜야 하는 여러 법안들이 있어 함께 총선 전 법안소위 테이블에 올려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존엄한 죽음을 보장하기 위한 법률 개정을 촉구하는 정책제안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낸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인간의 존엄성은 삶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자율성을 완성시켜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불가피한 상황이고 치료가 불가능하며 수개월 내에 죽음에 임박한, 참을 수 없는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자신의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자기 결정권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존엄사법' 발의한 안규백 "삶만큼 죽음도 존중 받아야"


/사진제공=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사진제공=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조력존엄사법은 결코 죽음을 가볍게 생각해서 만든 것이 아닙니다. 생명이 존귀한만큼 죽음도 존귀하다는 취지입니다. 법도, 자연도 변합니다. 죽음을 대하는 방식도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합니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조력존엄사법(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머니투데이 the300(더300)과 만나 이 같이 말했다.

안 의원이 발의한 법안의 '조력존엄사'란 극심한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에게 의사가 약물 등을 제공해 스스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말한다. 산소호흡기 같은 연명의료를 거부하는 '소극적' 방식인 연명의료 결정제도보다 환자가 스스로 삶의 끝을 결정할 더 '적극적'인 선택지를 제공한다.

코에 생명유지장치를 낀 채 병상에 누워 고통 속에 힘겨운 하루하루를 이어가다 마지막을 맞는 이들이 적지 않다. 맛있는 음식도 더 이상 먹지 못해 배에 구멍을 뚫어 열량만 겨우 채우는 식사 아닌 식사를 한다. 누워서만 지내다 등과 엉덩이 곳곳에 욕창이 생기고 2차 감염으로 인해 또 다른 고통이 생긴다. 많은 이들이 콧줄과 주삿바늘에 기대 겨우 연명하는 이런 삶이 과연 존엄하느냐고 묻는 이유다.

"아들아, 암 고통 없이 죽을래" 안락사로 작별?…스위스로 떠나는 이유

안 의원은 2017년 각종 말기 질환으로 고통을 받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보며 이 같은 생각을 했다. 그는 "당시 구순이 넘은 어머니는 고통으로 빨리 생을 마감하고 싶어하셨지만 병원에서는 어머니를 보내주지 않았다"고 했다. 현행 연명의료 결정제도는 2016년 2월 제정돼 2018년 2월 시행된 것으로 당시 안 의원 어머니는 이 법의 적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현행 연명의료 결정제도 역시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지도, 존엄한 죽음을 보장해주지도 않는다는 것이 안 의원의 인식이다. 안 의원이 존엄한 죽음을 스스로 선택할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조력존엄사법을 발의한 배경이다. 안 의원은 "현행 제도에는 본인의 의사가 잘 반영되지 않는다"며 "반면 조력존엄사는 고통이 심한 사람이 스스로 삶을 중단하겠다고 선택할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해주는 것이므로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사진제공=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조력존엄사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종교계에서는 생명을 경시하는 풍토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 또 의료비나 간병 부담 등 경제적 이유로 선택하거나 가족이 이를 유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안 의원은 조력존엄사가 가능한 조건을 매우 엄격하게 만들어 부작용을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안 의원의 법안은 조력존엄사 대상자가 될 수 있는 조건으로 △말기 환자에 해당할 것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이 발생하고 있을 것 △신청인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조력존엄사를 희망하고 있을 것 등 세 가지를 규정했다.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은 말기 환자로서 겪는 신체적인 고통에 국한한다.

법안에 따르면 조력존엄사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 산하 조력존엄사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한다. 조력존엄사심사위원회는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으며 의료인과 공무원, 윤리 분야 전문가 등 총 15명으로 구성된다. 조력존엄사심사위원회에서 대상자로 선정된 후에는 한 달 간 숙려기간을 주고 결정을 철회할 기회도 제공한다. 이후 환자가 담당의사와 전문의 2명, 총 세 명에게 조력존엄사를 원한다는 의사표시를 다시 해야만 조력존엄사가 실제로 이행된다.

안 의원은 "전 세계 존엄사 제도를 모두 검토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엄격한 기준을 설정했다고 자부한다"며 "기준 모두 환자의 자발적이고 명확한 의사결정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한국리서치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력존엄사법 입법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82%에 달했다. 안 의원은 "이는 우리 사회가 삶의 질과 존엄한 죽음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국회도 하루 빨리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작 5개월여 남은 21대 국회 임기 내에 안 의원의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존엄한 죽음에 대한 다소 도발적인 제안을 담고 있는 만큼 사회적 논의 역시 좀 더 숙성돼야 하기 때문이다. 안 의원은 22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해서라도 사회적 합의를 이끌겠다는 생각이다.

안 의원은 "조력존엄사법은 생명의 존엄성과 자율적 결정권을 중시하는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법안의 대표 발의자로서 조력존엄사법의 통과뿐만 아니라 호스피스 및 완화의료 지원제도의 개선, 호스피스 인프라 투자 등 보다 포괄적인 '웰다잉(Well-dying)'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심폐소생 말고 장기기증 원합니다"...거룩한 죽음 위한 법안들


"아들아, 암 고통 없이 죽을래" 안락사로 작별?…스위스로 떠나는 이유
'조력 존엄사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 외에도 국회엔 환자가 품위있게 마지막을 맞을 권리를 부여하는 법안들이 다수 발의돼 있다. '웰다잉 기본법'과 같은 제정법은 물론 '간병비극 예방 3법',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이다.

인재근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위한 웰다잉 기본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인 의원은 "인간은 일생을 통해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유산을 남긴다"며 "삶의 존엄한 마무리를 위해서는 이러한 유산의 정리 또는 처분과 관련해 당사의 의지와 결정이 존중돼야 한다"고 제정안 제안 이유를 밝혔다. 현행법에도 연명의료결정제도, 호스피스·완화의료제도, 장기기증제도, 유산상속제도 등이 있지만 개별법으로 분산돼 있다는 문제가 있다. 법안은 기본법 제정을 통해 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

법안은 웰다잉을 '죽음에 관한 사항을 스스로 결정해 사전 준비하고 이에 따라 이행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또한 보건복지부 장관이 웰다잉 정책의 기본방향, 기반 조성, 전문인력 양성 등이 포함된 웰다잉 종합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토록 하고 보건복지부 장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그에 따라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토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월에 '간병비극 예방 3법'이라 불리는 의료법·국민건강보험법·의료급여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사진 오른쪽에서 두번째) 2022.12.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사진 오른쪽에서 두번째) 2022.12.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의원은 제안 설명에서 "급속한 고령화로 고령층에 대한 간병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데 반해 간병에 대한 관리·감독과 지원은 제도권 밖에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로 인해 간병인에 대한 피간병인 학대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간병비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살인으로 이어지는 '간병살인'이란 비극이 지속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제안한 '간병비극 예방3법'의 골자는 간병인에 대한 관리·감독 방안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국가가 간병인 및 간병서비스의 관리감독에 대한 표준 지침을 정하는 한편 간병을 요양 급여 대상 및 의료 급여 대상에 포함시켜 국가가 취약계층 간병비용을 지원토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연명의료 결정제도가 시행 중이긴 하지만 임종 직전의 환자가 의사표현이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 이를 개선시키고자 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김상희 의원이 올해 3월 낸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조력 존엄사법)이 대표적이다.

김 의원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평소 연명의료 중단 등에 대한 의사가 있었지만 (임종 직전)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상태이거나, 가족도 없는 경우에는 연명의료중단에 관한 결정을 내릴 수 없게 된다"며 "가족이 없는 사람들이 연명의료결정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환자의 연명의료중단 등에 대한 의사를 확인해 줄 수 있는 사람의 범위를 가족에서 환자가 미리 지정한 대리인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품위있는 죽음의 연장선에서 장기기증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는 법안들도 계류돼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머니투데이DB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머니투데이DB
한정애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조력 존엄사법과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두 법안은 연명의료 중단자의 장기기증을 위한 '순환정지 후 장기기증'(Donation after Circulatory Death, DCD) 제도 도입을 위한 법적 근거와 장기기증 절차 등 필요한 규정을 담았다.

DCD제도는 심정지 환자에 대해 본인의 사전 동의에 따라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않고 5분간 기다려 전신의 혈액 순환이 멈췄을 때 장기를 적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현행 법은 뇌사자 위주의 장기기증 등의 절차만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혈액 순환이 멈춘 심정지 환자로 확대한 것이다.

정현식 대한웰다잉협회 사무처장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2016년 연명의료결정법(웰다잉법) 제정 후 (스스로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밝혀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 수가 200만 명 이상에 달하는 등 웰다잉이 필요하단 인식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민관 기관들이 각각 관심있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 포럼 등을 진행하는 수준이지만 앞으로는 국회와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논의에 나설 때"이라고 말했다.


세상 떠나는 날, 부부는 웃고 있었다…'존엄사' 유족이 떠올린 기억


2017년 4월 오레곤주 존엄사법에 따라 운명을 함께한 찰리 에머릭(왼쪽)과 프렌시 에머릭 부부. 자녀들은 부부가 임종하는 준비하는 모습을 모아 다큐멘터리 '삶과 죽음: 러브스토리'를 공개했다. 영상은 유튜브 채널 ShareWisdomNetwork에서 시정할 수 있다./ 사진=유튜브캡처(ShareWisdomNetwork)
2017년 4월 오레곤주 존엄사법에 따라 운명을 함께한 찰리 에머릭(왼쪽)과 프렌시 에머릭 부부. 자녀들은 부부가 임종하는 준비하는 모습을 모아 다큐멘터리 '삶과 죽음: 러브스토리'를 공개했다. 영상은 유튜브 채널 ShareWisdomNetwork에서 시정할 수 있다./ 사진=유튜브캡처(ShareWisdomNetwork)

#지난 2017년 4월 미국 오레곤 주에 살던 에머릭 부부는 존엄사(한국에선 '조력존엄사' 이름으로 법안 마련)법에 따라 함께 눈감았다. 심장질환으로 고통받던 88세 아내가 처방 약을 복용하고 먼저 임종했다. 15분 뒤 87세 남편도 전립선암, 파킨슨 병으로 인한 6년의 투병생활을 끝내고 세상과 작별했다. 남편 찰리는 그해 초 병원에서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심장병과 암을 앓던 아내 프렌시에게 남은 시간도 길지 않았다.

임종 6일 전, 부부는 가족들과 함께 루트비어를 마시며 이별의 시간을 가졌다. 세 딸은 "후회도, 마치지 못한 일도 없이 떠나신 것 같다"며 "부모님이 여전히 함께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의미가 있다"고 했다. 유족들은 부부가 임종을 준비하는 순간을 모아 다큐멘터리 영화 '삶과 죽음: 러브스토리'를 내놨다. 딸들은 "죽음에 대한 사고방식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했다.

오레곤 주 존엄사법에 따르면 △18세 이상 성인이며 △6개월 이하 시한부 판정을 받고 △신체 상태에 관한 의사소통·판단능력을 갖춘 환자만 존엄사를 요청할 수 있다. 환자는 15일 간격을 두고 주치의를 2회 이상 만나 존엄사를 원한다고 직접 말해야 한다. 또 증인 2인 이상이 보는 가운데 존엄사 신청서를 작성해 주치의에게 따로 제출해야 한다. 증인 중 최소 1명은 환자와 무관한 사람이어야 한다. 주치의는 다른 의사 1명과 함께 환자가 존엄사 요청 요건을 갖췄는지를 심사해야 하며, 환자에게 호스피스 치료·통증경감 등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렇게 여러 단계를 거친 후에도 환자가 존엄사를 계속 원하는 경우 의사는 약제를 처방할 수 있다.

치료가 불가능한 병을 안은 연명 환자에게 스스로 삶을 마칠 기회를 주자는 목소리는 세계적으로 커지는 중이다. 임종결정권에 관한 세계 연맹(WFRTDS)에 따르면 주마다 법이 다른 미국은 1997년 오레곤 주를 시작으로 11개 주에서 존엄사를 합법화했다. 다른 39개주는 그렇지 않다.

관련 법이 없는 플로리다 주에서는 올해 1월 연명 치료 중이던 77세 남성이 아내가 쏜 총에 숨졌다. 남편은 병세가 계속 악화하면 고통을 끝내달라고 아내에게 부탁한 바 있고, 아내는 남편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사건 이후 아내는 스스로에게 총구를 겨눈 채 경찰과 4시간 대치하다 체포됐다. 이 일은 존엄사 필요성에 대한 논쟁을 불렀다.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적극적 안락사'까지 인정하는 나라도

주에 판단을 맡긴 미국과 호주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존엄사를 인정하는 국가는 △스위스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캐나다 △스페인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뉴질랜드 △콜롬비아 등 11개국이다.

위 나라들의 존엄사 인정 기준은 대체로 미국 오레곤 주와 비슷하지만 일부 차이가 있다. 스위스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이 있다면 시한부가 아니어도 존엄사 요건을 인정한다. 네덜란드, 벨기에는 불치병으로 극도의 고통을 겪고 있는 경우에 한해 미성년자에 대해서도 존엄사를 인정한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캐나다, 스페인, 포르투갈, 콜롬비아 등 7개국은 '적극적 안락사'까지 인정한다. 의료인이 처방한 약제를 환자가 스스로 복용해 이뤄지는 존엄사와 달리 적극적 안락사는 의료인이 약제를 환자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환자가 스스로 실행하기 어려운 처지라면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선택지는 사실상 적극적 안락사뿐이어서 이 문제도 논의가 되지 않을 수 없다. 포르투갈은 지난 5월 마르셀로 헤벨루 드 소자 대통령이 세 번의 거부권 행사 끝에 법안에 서명하면서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적극적 안락사를 합법화됐다. 콜롬비아는 반대로 안락사만 합법이었으나 지난해 대법원 판결로 안락사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해 존엄사가 합법화됐다.

◇존엄사 확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캐나다는 2016년 시한부에 한해 존엄사와 안락사를 합법화했다가 이후 불치병으로, 내년 3월부터는 정신질환으로 적용 범위를 넓힌다. 캐나다 정부가 발간하는 시행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사망 사례에서 존엄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9년 2% △2020년 2.5% △2021년 3.3% △2022년 4.1%로 매년 증가했다. 스위스의 존엄사 비율이 자국민 기준 1.5%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치다. 지난해 존엄사한 사람은 1만3241명이었는데 이는 전년비 31.2% 증가한 것이다.

존엄사 사례가 급증하는 가운데 존엄사 적용 범위가 정신질환으로 넓어지는 데 대한 비판 목소리도 나온다. 캐나다 공영방송 CBC에 따르면 지난 9월 현지 비영리 연구단체 앵거스리드가 이 연구소 포럼 회원인 성인 1872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82%가 존엄사 조건 확대 시행에 앞서 정신건강 관리 방식이 개선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정신질환으로 존엄사 적용 범위 확대는 이미 올해 초에 1년 연기된 바 있다.

다른 나라인 스위스에서는 정신질환 환자의 존엄사를 도운 의사가 살인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 있었다. 사건은 대법원까지 간 끝에 검찰의 살인죄 적용 주장을 기각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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