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문 닫고 비행기 결항…눈폭탄 예보에도 손 놨던 베이징 '마비'

베이징 시내에 사흘째 눈이 내린 가운데 빙판이 된 도로로 차들이 조심스럽게 오가고 있다./사진=우경희 기자

지난 여름 초유의 폭우로 쑥대밭이 됐던 베이징(北京)이 이번엔 눈폭탄을 맞았다. 사실상 첫눈이 사흘째 이어지는데 제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심각한 교통난이 벌어졌다. 학교가 일괄 휴교하고 기업들이 시차출근을 실시하는 가운데 항공기와 열차 수백편이 운행 중단됐다.

베이징기상대는 14일 폭설경보와 한파주의보를 동시 발령했다. 베이징에는 지난 12일부터 사실상 첫 눈이 내리기 시작했는데 기세가 매섭다. 12일 밤 곧바로 폭설주의보가 발령됐고 13일부터 본격적으로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겨울이면 종종 내리는 수준의 눈이었지만 베이징은 마비됐다. 베이징은 연중 강수량이 600mm에 다소 못미치는데, 한국의 강수량이 연 1800mm 안팎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거의 비나 눈이 내리지 않는 수준이다. 베이징이 2022년 동계올림픽 유치전에 뛰어들었을 당시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강수량이 너무 적다"며 난색을 표했을 정도다.

눈이 거의 오지 않으니 당연히 제설장비도 태부족이다. 도로의 배수설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가운데 눈폭탄이 터졌다. 인도는 인력을 투입해 가까스로 제설되는 상황이지만 차도는 그대로 엉망이 됐다. 옴짝달싹 못하게 된 차량들이 길가에 늘어서면서 좁아진 자전거전용도로는 제설장비가 진입할 수 없게 됐고, 녹고 얼기를 반복하며 빙판이 됐다.

공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폭설이 내린 가운데 제대로 제설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13일 하루에만 서우두(수도)공항과 다싱공항에서 각각 264편과 181편의 항공운항이 취소됐다. 열차도 불편하다. 베이징서역과 펑타이역에서는 총 60편의 열차운항이 임시 중단됐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운영되는 공유택시 서비스 등도 이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도심 교통이 차질을 빚으며 사고위험이 커지자 베이징교육위원회는 같은 날부터 학생들의 등교를 중단시키고 온라인 가정학습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베이징 시내 유치원은 물론 초중등학교와 직업학교가 모두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당초 하루만 온라인 수업이 예정됐었지만 14일까지 연일 눈폭탄이 터지면서 온라인 수업이 무기한 연장된 상황이다.

(A베이징 FP=뉴스1) 우동명 기자 = 3일(현지시각) 태풍 독수리가 강타해 역대급 폭우가 내린 중국 베이징에서 진흙탕 거리의 파손된 차량이 보인다. 2023.8.4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베이징의 눈폭탄은 일기예보를 통해 예고됐었다. 그럼에도 제설장비 보급이나 제설작업이 적재적소에 이뤄지지 않아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눈 다음에는 최강 한파가 몰아칠 전망이다. 14일 밤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보된 가운데 낮에도 영하의 기온이 이어지는 한편 주말엔 최저 영하 15도의 맹추위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눈이 많이 온데다 내일(15일)부터 기온이 크게 떨어지고 추위가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되니, 방한에 각별하게 주의해달라"며 "체육관이나 농업시설, 임시구조물의 눈을 제때 치워 붕괴를 막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눈폭탄에 마비된 베이징은 여러모로 물폭탄으로 쑥대밭이 됐던 지난 여름의 베이징을 떠올리게 한다. 기후변화에 기상이변이 겹치며 연속으로 자연재해가 발생하면서 베이징의 도시설계가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가 많이 내리는 도시와 그렇지 않은 도시는 도로의 설계부터 다르다. 배수를 위해 미세하지만 볼록한 구조로 도로를 포장하고 좌우 배수시설도 고도화해야 한다.

지난 8월 초 베이징은 엄청나게 쏟아진 비로 심각한 물난리를 겪었다. 베이징 북동쪽 창핑구엔 당시 1주일 합계 약 750mm의 폭우가 내렸다. 한 해 내릴 비와 눈을 합친 양의 비가 1주일 만에 쏟아진건데 베이징 기상관측이 시작된 140년 역사상 가장 많은 양이었다. 베이징 인근 허베이 등도 심각한 피해를 입었고 인명피해도 상당수 발생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