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대륙 살던 '3m 거인족' 갑자기 멸종 왜?…수수께끼 풀렸다

= 11일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열린 행동풍부화 설명회에서 오랑우탄이 먹이를 먹고 있다. 서울대공원은 동물복지 활동인 '행동풍부화'를 동물원이나 수족관 같이 사육상태에 있는 동물에게 제한된 공간에서 보이는 무료함과 비정상적인 행동패턴을 줄여주고, 야생에서 보이는 건강하고 자연스런 행동이 최대한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 이라고 설명했다. 2018.10.11/뉴스1

약 25만년 전 사라진 지구상 가장 큰 영장류가 중국 대륙 남부에 널리 분포됐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후 변화로 열대밀림이 개방된 숲으로 변화하자 달라진 먹이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개체수가 급감, 멸종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11일 홍콩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과 호주 연구진이 합동 조사해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한 연구논문을 인용 "먼 인류의 조상인 '기간토피테쿠스 블랙키'(Gigantopithecus blacki)의 키는 3m(약 10피트)에 몸무게는 최대 300kg(약 660파운드)에 달했으며, 중국 남부를 포함한 동남아지역에서 널리 서식했다"고 보도했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장잉치 중국과학원 척주동물고생물학 및 고인류학 연구소 교수는 "블랙키의 이야기는 오랜 기간 동안 고생물학계의 수수께끼였다"며 "당시는 다른 영장류가 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생존하고 있던 시기였는데 어떻게 그렇게 강력한 생물이 일시에 멸종할 수 있었는지가 학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와 호주 맥쿼리대 키라 웨스트어웨이 지질연대기 전공 부교수 등이 이끈 연구진은 거인족이 살았던 22개 동굴의 퇴적물과 꽃가루 등을 채취해 이들이 번성하고 사라진 환경을 재구성했다. 또 치아 화석을 통해 식습관과 행동의 변화를 관찰했다.

연구 결과 블랙키의 운명은 수목환경의 변화에 의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오랑우탄 등 더 민첩하게 적응한 경쟁자들과 달리 달라진 환경에 따라 식습관을 변화시키는 등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멸종에 이르렀다.


이들은 당시 울창한 열대밀림같았던 중국 남부의 숲에서 번성했다. 계절변화가 없어 연중 물을 쉽게 구할 수 있었으며 작은 동물이나 나무열매 등 먹이 역시 풍부하게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약 70만~60만년 전 해당 지역에서 계절성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열대밀림은 빠르게 현재 숲의 모습으로 바뀌어갔다.

환경 변화에 따라 숲에 서식하는 동식물의 종도 달라졌다. 연구진은 "개방된 숲이 일반화되면서 블랙키의 먹이원은 다양성이 크게 감소됐다"며 "선호하는 먹이를 찾지 못하면서 나뭇잎이나 나무껍질 등 영양가가 낮은 보조먹이에 의존하게 됐으며, 생활범위가 좁아졌다. 이 시점에서부터 화석에서 만성 스트레스의 징후가 나타나고, 개체수가 줄어 끝내 멸종했다"고 설명했다.

장잉치 교수는 "지구 생태계가 인간들의 활동을 통해 6번째 대량 멸종에 직면한 상황에서 좋은 교훈이 될 수 있다"며 "블랙키와 달리 환경 변화에 따라 덩치와 습관, 서식지 선호도 등을 조정하며 적응한 오랑우탄은 번성했다"고 설명했다.

수십만년 간 변화 적응하며 생존한 오랑우탄이 인간들이 주도한 산업화에 따라 빠르게 진행되는 환경파괴에 의해 끝내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는 점은 자연의 아이러니다. 살아남은 세 종의 오랑우탄은 현재 수마트라와 보르네오 열대우림에서만 발견된다. WWF(세계자연보호기금)는 오랑우탄을 멸종위기종 또는 위급한 상태로 분류하고 있다.

장 교수는 "블랙키에 대한 연구 결과가 영장류와 다른 대형 동물들을 더 잘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